고혈압치료제 3제 복합제로 이동 중… 선점경쟁 치열

대웅제약 세비카HCT 유일…보령제약·일동제약·유한양행 임상3상 진행

고혈압환자는 특별한 원인이 없는 본태성(일차성 고협압)과 질환에 영향을 받은 2차성 고혈압 환자로 구분한다. 고혈압을 야기 시키는 질환은 신장병, 호르몬 이상, 신동맥협착 등이 있다.일반적으로 고혈압은 유전적인 원인에다가 소금, 비만, 연령, 술 등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혈압 환자의 1/3가량이 유전적인 영향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금을 많이 섭취할 경우, 혈관 벽의 평활근 세포 안에 칼슘 농도가 올라가면서 혈관이 수축되어 혈압을 상승시킨다. 비만증 환자의 경우,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당뇨병과 고혈압의 발생위험도가 증가시킨다는 것이 의료계의 통설이다. 60세 이상 인구의 60~70%가 고혈압 환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만큼 나이하고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아울러 술 또한 고혈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혈압은 발생 원인이 많은 만큼 치료 방법도 다양하다.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 분비를 제어하는 ARB(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혈관을 수축하는 근육을 이완시키는 CCB(칼슘채널차단제), 소변을 체외로 배출시켜 혈압을 떨어뜨리는 이뇨제, 혈압상승에 관여하는 교감신경을 억제하는 알파차단제, 베타차단제 등 다양한 메커니즘으로 혈압을 떨어뜨린다.

고혈압은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한 가지의 약 만으로 치료가 곤란하다. 또 고혈압 환자가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는 사례가 많아 주위에서 2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얼마 전부터 이처럼 두 종류의 약을 하나로 묶은 복합제가 고혈압 약을 중심으로 잇따라 출시되면서 복합제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가장 많이 쓰는 ARB와 CCB를 합친 복합제는 지난해 시장규모가 3000억원을 웃돌았다.

이 같은 현상은 원외처방액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인 유비스트 자료를 분석해서 정리한 결과, 유한양행 아타칸의 9월 원외처방액은 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차이가 없었다. 대웅제약의 올메텍 역시 18억원으로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단일제가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복합제 처방액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국내에서 복합제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베링거인겔하임의 ARB+CCB 복합제 ‘트윈스타’로, 지난해 91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복합제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한미약품의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 9월 원외처방액은 56억원으로 전년 동기 53억원에 비해 6.8% 증가했다. 아모잘탄의 사례에서 보듯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은 2제 복합제로 주도권이 확실히 넘어갔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ARB계열+스타틴계열) 시장은 2014년 약 446억 원에서 2015년 669억원으로 늘었으며, 지난 1분기 처방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0% 증가하는 등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들어 3제 복합제가 등장하면서 2제 복합제 역시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대웅제약 고혈압 복합제 세비카의 경우 지난해 9월 원외처방액은 42억원이었지만 올해는 37억원으로 다소 주춤해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윈스타 역시 지난 7월 원외처방 조제액이 86억원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이후 9월에는 80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제 복합제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이유는 너무 많은 경쟁주자가 뛰어 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각 제약사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3제 복합제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3제 복합제는 세비카HCT가 유일하다. 세비카HCT는 일본계 다이이찌 산쿄로가 지난 2013년에 출시해 대웅제약이 시판하는 제품으로 ARB와 CCB에 이뇨제를 섞은 것이다. 세비카HCT의 지난 9월 원외처방 조제액은 21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6억원보다 32.0% 증가했다. 연간 원외처방 조제액은 지난 2014년 107억원, 2015년 193억원에서 올해는 3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효과면에서도 3제 복합제가 2제 복합제보다 혈압저하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희대학교 의대 손일석 교수가 지난해 올메사르탄,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2제 요법으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 623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2제 요법을 적용한 환자는 기존 혈압에서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9.01mmHg/5.74mmHg 감소한데 비해 저용량 3제 요법 환자는 16.30mmHg/11.39mmHg만큼 감소돼 더 큰 혈압강하 효과를 보였다.

손일석 교수는 “2제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저용량 3제 복합제를 처방하는 것이 환자의 복약순응도 개선과 추가적인 혈압강하 효과를 내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제약은 2018년 출시를 목표로 고혈압개선제 ‘카나브’의 3제 복합제 (피마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ARB와 CCB에 이뇨제를 섞은 3제 복합제를, 그리고 ARB와 CCB에 로수바스타틴를 섞은 3제 복합제를 각각 개발 중인데 모두 임상3상 단계다. 유한양행도 이뇨제 3제 복합제(임상3상)와 고지혈증 3제복합제(임상1상)를 연구 중이다.

3제 복합제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도 괜찮다.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가 고지혈증을 동시에 앓고 있어 복합제 개발로 복용하는 약의 개수가 줄어 복용하기 좋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고혈압 치료제가 단일제에서 2제 복합제를 거쳐 3제 복합제로 이동하는 추세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른 것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는 만큼 제약사들의 시장 선점경쟁도 한층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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