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혀야 할지…" 부작용 논란에 고심 깊은 엄마들

6월부터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접종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자궁경부암 무료 예방접종을 앞두고 엄마들의 고민이 깊다. 최근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등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백신은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제공하는 고마운 ‘도구’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부작용 논란에 시달려왔다.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백신이 부작용과 인과 관계가 없고 안전하다고 설명하지만, 여성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많은 여성들은 이 백신에 대해 의구심이 많다. 백신 접종에 관심이 있는 여성들은 '백신을 10대에 맞아도 되는 건지', '부작용은 없는지', '자궁경부암을 100%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한다. 이에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짚어본다.


하루 평균 3명 생명 잃는 무서운 질병

자궁경부암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을 받으면 완치율이 높은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에서 발생하는 암 중 2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대표적인 여성암으로 우리나라 여성암 중 7위를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2014년 자궁경부암(질병코드 C53)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3만2595명으로 직전 년도(2만8512명) 대비해 14% 증가했다. 또 하루 평균 3명이 생명을 잃는 무서운 질병이기도 하다. 

특히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자궁 적출이 필요하고,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을 받으면서 환자가 느끼는 육체적·심리적·경제적 고통이 크다. 문제는 성경험은 빨라지고 결혼은 늦어지면서 정기적 자궁경부암 검진 없이 장기간 경과할 경우, 젊은 여성들의 자궁경부암 발병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자궁의 목 부분인 자궁경부에 암이 생기는 것을 자궁경부암이라고 하는데, 초기에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자각 증상이 전혀 없다. 질환이 진행될수록 질 출혈이나 질 분비물의 증가, 골반통 및 요통,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므로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방문하면 이미 2~3기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는 “국립암센터에서 수행한 2015년 암 검진 수검행태 조사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는 수검률은 65.6%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국 78.5%, 영국 78.4%에 비해 약 12%가량 낮은 수치이다”며 “자궁경부암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생존율이 매우 높아 충분히 극복 가능한 암이므로, 올바른 정보를 숙지하고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암 중 유일 백신 접종으로 예방 가능

많은 여성이 걱정하는 암 중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자궁경부암이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 즉, HPV와 관련돼 있다. 약 150가지의 HPV 종류 중 16과 18형이 자궁경부암 발생의 70%를 차지한다. 일반적 암의 경우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데 자궁경부암은 원인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즉 암 중에서 유일하게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HPV 바이러스는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된다. 이 때문에 성 접촉을 하기 전에 백신을 맞으면,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 보건당국은 6월부터 만 12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을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13.2세까지 낮아진 일부 청소년들의 성 경험 시기를 감안한 것이다. 면역 기능이 좋은 9세부터 13세까지는 두 번만 맞아도 예방 효과가 나타난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생성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준다. 백신을 접종하고,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다면 자궁경부암을 95% 이상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오해로 접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젊은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청소년의 성 경험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 미성년자인 자녀들의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며 "백신 접종의 최적의 시기는 9세부터 13세로 원래 3회 접종이 기본이지만 초·중학생의 경우 어린 나이에는 2회 접종으로도 예방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백신 속 알루미늄, 부작용 논란의 핵심

하지만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학부모들은 백신 접종을 망설이고 있다. 2013년 일본에서 이 백신을 접종한 여성들이 만성적인 통증, 보행 장해 등 중대한 이상작용을 호소하고, 일본 후생성이 '적극적 접종 권장' 입장을 철회하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자궁경부암 백신을 두고 일본에서 또다시 안전성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3월 백신을 맞은 일본 여고생 12명이 전신 통증 등을 호소하며 일본 정부와 백신 제조 판매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백신을 접종한 뒤 계속되는 시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 등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후생성이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부작용의 원인으로 지목한 물질은 백신 속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은 백신의 효과를 높이려 첨가하는데, 자궁경부암 백신뿐만 아니라 소아 때 접종하는 일본뇌염 백신에도 들어 있다. 백신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적인 나라는 일본 한 곳만은 아니다. 지난 1월 프랑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30%는 백신을 의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백신 불신의 불씨가 된 것 역시 알루미늄이었다. 

안전성에는 문제 없나?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는 즉각 반박했다. 일본 후생성이 발표한 자궁경부암 예방주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권고문은 과학적 근거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는 일본이 부작용 사례로 제시한 환자들을 면밀히 조사한 후 특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 보건당국이 우려하고 있는 부작용들은 자궁경부암 주사 때문이라는 인과관계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는 "국가예방접종사업의 대상 백신을 정할 때 첫 번째로 고려하는 것이 안전성"이라며 "만약 일본에서 제기한 문제가 진짜 문제였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도 내주지 않았을 것이고 질병관리본부 역시 백신 도입을 검토조차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백신에는 가벼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부작용에 대비해 접종 후 30분간 병원에서 대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부인종양학회 역시 “최근 일본의 일부 여성이 제기한 자궁경부암 백신의 이상반응은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라며 “과거 이상 반응 사례에 대해 이미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인 발생 현황을 검토해 안전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부인종양학회는 국내 부인암 연구 전문학회로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관련 질환 예방에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확인한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이자 부인종양학회 회장인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배덕수 교수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출시 후 10년 간 전세계적으로 130개 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유럽의약품청(EMA) 등 전 세계 보건당국들로부터 안전성과 효능을 여러 차례 입증 받아 접종이 적극 권장되고 있으므로, 근거가 불충분한 일부 의견으로 인해 일반 국민들이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김재훈 교수는 “정기검진을 통해 전암단계를 조기에 발견하면 자궁경부암까지 진행되는 것을 예방할 수는 있지만 전암성 병변인 상피내암이나 자궁경부 이형성증 발병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며 “자궁경부암 및 전암성 병변의 주요 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인데, 이로 인해 소중한 자궁을 잃지 않으려면 원인 바이러스 감염을 사전에 예방하는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관계 경험 있으면 효과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성관계 경험이 있으면 접종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백신 접종이 성인 여성의 자궁경부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 암 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및 관련 질병에 대한 백신의 예방효과를 연구한 결과 HPV 6, 11, 16, 18형에 의한 자궁경부 상피 내 종양을 약 94% 예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청소년기 예방률과 거의 동일한 셈이다.
주웅 교수는 "현재 시판되는 백신은 이론적으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70%를 막아주도록 개발됐다"며 실제 접종을 해보니 그 보다 더 높은 예방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 번 맞으면 평생 지속된다?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 자궁경부암에서 100%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그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주원인이 되는 16과 18형 외에도 다른 번호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암 진행까지 약 10~15년 정도의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는 자궁경부암의 특성상 정확한 정기검진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암검진 권고안에서는 20세 이상 여성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자궁경부암 검사를 3년마다 받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상피이형성증 등 병변을 조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수술만으로도 암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을 조기에 진단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는 세포검사로, 자궁경부를 솔로 문질러 떨어진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암세포를 가려내는 방법을 활용한다. 다만 검사의 정확도가 75~85% 정도이기 때문에 꼭 주기적인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으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HPV 검사나 자궁경부확대촬영을 같이 시행할 수 있다.
주 교수는 “암 진행까지 10~15년 정도로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는 자궁경부암의 특성상 정확한 정기검진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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