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손저림, 말초신경 이상 의심해봐야"

이대목동병원 김재광 말초신경수술센터장 "온 몸에 가지처럼 뻗어있어 정확한 진단 필수"

▲김재광 교수 진료장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와도 손과 발에 저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정 질환이 없는데 증상이 계속되고, 격한 운동이나 사고로 심한 충격을 받은 후에 특별한 외상은 없으나 손과 발이 저린 증상이 지속되면 말초신경 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뇌와 척수로 구성된 중추신경과 달리 말초신경은 척추 바깥에서부터 손이나 다리 등 우리 몸의 각종 기관으로 나무의 가지처럼 뻗어나가 있다. 우리 몸에서 감각 기관과 운동 기관의 신경 신호를 중추신경으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말초신경은 손과 다리의 감각을 느끼는 감각 신경과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 신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초신경에 이상이 있으면 질환에 따라 손과 발의 감각이 없어질 수도 있고, 바늘로 찌르는 듯하거나, 시리고 저린 느낌, 타는 듯한 느낌 등이 지속될 수 있다. 일반적인 접촉에도 통증을 심하게 느끼고, 일부에서는 아예 감각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또한, 운동 신경에 이상이 있으면 근력 약화, 근 위축을 유발하기도 한다. 말초신경이 우리 몸에 광범위하게 자리하고 있다 보니 무엇보다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받는 것이 좋다.

대개 손이 저리면 혈액순환 장애로 생각한다.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저림은 손가락 끝의 통증이 심하지만, 말초신경질환으로 인한 저림은 손으로 무엇인가를 잡을 때 통증이 심하고 야간에 자주 저리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손목터널 증후군이 있는데, 손목 부분에서 정중 신경이 눌려 손 저림과 손가락 감각 이상 통증 등을 유발한다. 과거 중년 여성들이 심한 노동으로 손목터널 증후군을 호소했으나 최근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이 빈번해지면서 젊은 층도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볍고 근위축이 없을 땐 보존적 치료를 하며, 약물치료와 수근관 내 스테로이드 주사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고 근위축이 있는 경우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목과 어깨 근처에 신경들이 그물처럼 모여 있는 상완 신경총이 압박이나 충격을 받아도 손 저림을 유발한다. 상완 신경총은 손과 손목, 팔꿈치, 어깨 등 운동과 감각을 조절하고 있어 심한 경우 팔 전체에 마비가 오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한 이모  씨처럼 한쪽 상완 신경총이 반대방향으로 심하게 꺾여서 손상을 받는다.

또 쇄골이 눌러앉으면서 신경총이 으깨지거나 근육이 손상되어 팽창하면서 신경총을 눌러 저린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신경이 완전히 잘리지 않았으면 수 주 혹은 수개월이 지나면 감각과 운동 능력이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신경이 잘렸을 때는 신경을 봉합하거나 재건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신경 수술의 발달로 신경 전이술과 근육 이식술을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팔꿈치 부분의 척골 신경이 눌려 저린 증상이 생기는 주관 증후군과 흉곽에서 겨드랑이로 이어지는 흉곽 출구의 신경이 눌려 생기는 흉곽 출구 증후군도 신경이 눌려 손에 저린 증상과 마비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김재광 이대목동병원 말초신경수술센터장은 “손에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여서 근전도, 신경전도 검사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증상이 심하면 신경을 압박하는 원인을 해소하는 수술을 통해 손 저림 증상을 없애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사고로 목등뼈인 경추의 신경 손상을 입은 환자들도 신경 이식을 통해 손의 일부 기능을 회복하기도 한다. 척수 신경 손상 환자의 절반가량은 목 부분인 경추신경 손상 환자다. 경추신경 손상은 다리뿐만 아니라 팔 기능에 장애를 남겨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경추신경 손상 중에서도 7번째 경추 밑으로 손상을 입은 경우에는 손을 마비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지만, 어깨나 팔꿈치까지는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다.

신경 이전술은 이처럼 손 기능 장애가 있는 경추신경 손상 환자들에게 건강한 신경 이식을 통해 손의 기능을 일부 회복시켜주는 새로운 치료법이다. 신경 이전술은 덜 중요한 근육의 기능을 일부 상실시켜 원하는 근육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수술이다. 신경이 수술부위에 완전히 이식되는데 시간이 걸리고, 뇌가 새로운 신경 경로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모든 경추신경 손상 환자가 신경 이식술을 받을 수는 없다. 환자에게서 이식 가능한 건강한 신경이 주위에 있어야 하고 오랜 시간 동안 전문의의 진찰과 근전도 검사 등 정밀검사를 통해 이식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야 수술을 할 수 있다.

김재광 센터장은 “경추신경에는 팔과 다리 등으로부터 감각을 주고받는 많은 신경이 얽혀 있어서 경추신경 손상 환자의 신경 이전술은 고도로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수술”이라며 “수술도 중요하지만 수술 후에도 손의 기능 회복을 위해선 환자가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이식 부위 근육에 대한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대목동병원은 국내 최초로 말초신경 이상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말초신경수술센터를 개소하고 김재광 정형외과 교수를 센터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이대목동병원 말초신경수술센터는 환자의 개별적 증상에 대한 전문의의 진단과 근전도, 신경전도 검사 등을 통해 이상이 있는 신경 부위를 정확히 파악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의 협진으로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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