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반인간’ 읽으면 ‘한의학’ 보인다

“한의사들, 원칙도 없이 마구잡이로 한약 조제”

김태연의 장편소설 ‘반인간’   
▲ 김태연의 장편소설 ‘반인간’ 
  
한의원의 한약 부작용 문제로 소비자단체, 언론, 국회 등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한의학의 실상을 소설로 비판한 책이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뒤늦게 알려진 이 책은 김태연씨의 장편소설 ‘반인간’(책세상 펴냄)이다.

저자 김태연씨는 이 책을 통해 한의학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수세보원’이나 ‘동의보감’, 오십이병방’ 등 동양의학 고의서와 동양의학 박사학위 논문까지 두루 읽고 썼기 때문에 말이 소설이지 동양의학 평가서나 다름없다.

일반인들도 이 책을 읽을 경우 한의학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작가 후기에서 “동양의학에 본격적으로 돋보기를 들이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우연히 눈에 뛴 ‘동양의학사’란 책이 자극제였다”고 한다. 그는 “파리대 교수인 피에르 위아르 등이 쓴 문제의 책에 한의학이 중의학과 일본 의학에 비해 누가 봐도 보잘것없게 미미하게 언급되어 있다”면서 “얼마나 빈약한가 하면 내용은 차지하더라도 페이지 수 자체에서 절대 열세였으며, 한의사들이 동양의학 또는 한(漢)의학이라는 용어 대신에 굳이 한(韓)의학이라고 부를 만큼 자부심이 대단한 그 한의학이 초라한 몰골로 서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나의 독법에 문제가 있는가 싶어 이제마가 떠받든 인물들인 장중경, 주굉, 허준, 이천, 공신 등을 현미경으로 살펴보기에 이르렀다”며 “그 과정에서 숱한 허상을 보고 말았고, 이제마한테도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놨다.

또 “일부 사람들이 명저로 치는 ‘동의수세보원’의 ‘수세보원’이 명나라 사람인 공정현의 저술 제목을 그대로 차용한 데서 보듯 참신함하고도 거리가 멀었다”며 “‘동의보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야박하지만 정직하게 말해 한낱 인용서일 뿐인 의서를 마치 허준 혼자서 지은 순수 창작물인 양 일반인한테 널리 알려진 것도 마뜩찮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재까지 알려진 동양의학 서적인 ‘오십이병방’부터 붙잡고 손에 침을 묻히기 시작했다”며 “허다한 고의서들, 관련 저서들, 심지어 근래에 나온 동양의학 박사학위 논문들까지 두루 구경했다. 그 감상문을 소설이란 그릇에 담은 것이 ‘반인간’”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반인간’은 장편소설이므로 장편 실화로 착각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하고 “다이어트, 건강, 장수, 한의학 같은 화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한테 ‘반인간’이 좋은 가이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저자가 ‘반인간’을 통해 동양의학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본문 중 일부 내용이다.

█ 약으로 인한 화 많고 병으로 인한 화 오히려 적어

“실제로 한의사한테 혹 떼러 갔다가 혹 하나 더 붙여 온 줄 모르고 침 잘 놓고 용하다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좀 많은 줄 아세요? 침이든 한약이든 바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서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침을 맞지 않고 한약을 지어 먹지 않는 게 차라리 더 낫습니다.

한방에는 부작용이 없다고 하는 바보과(科) 한의사도 있지만 이는 약이란 기본적으로 독을 다스리는 것이라는 평범한 이치를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한의사들이 떠받드는 경전인 ‘상한론’도 약으로 인한 화(禍)는 많고 병으로 인한 화는 오히려 적다고 일갈했거든요. 사상의학으로 유명한 이제마도 ‘오복론’이란 글에서 의약과 침, 뜸을 함부로 사용하면 열 명의 환자 가운데 대여섯 명은 죽기 십상이라고 경고했답니다.

‘호질’이란 고소설에도 ‘……의(醫)란 것은 의(疑)인 만큼 저도 의심나는 바로서 모든 사람에게 시험해서 해마다 남의 목숨 끊은 것이 몇 만 명인지 셀 수 없고…‧’라는 대목이 나와요. 누구나 하루에 2.5리터는 마셔야 하는 물조차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탈이 나는데 침과 약이야 오죽하겠습니까.”(98~99쪽)

█ 한의사들조차 똑같은 사람 놓고도 사상체질 진단 틀려

“둘째언니가 서양의학을 전공하고 있는지라 틈만 나면 서로의 전공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곤 했다. 서양의학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면 동양의학은 철학적이라고 맞섰다. 서양의학이 분석적이고, 공격적이고, 실험적이고, 기술 지향적이고, 객관과 정확성 및 사실성을 강조하고, 해부학 위주이므로 우위에 있노라고 하면 보자는 동양의학은 총체적이고, 방어적이고, 경험적이고, 인문주의적이고, 주관과 적절성 및 필연성을 강조하고, 해부학보다는 기능 위주이므로 우월하다고 대들었다. 팽팽했다. 언제나 일진일퇴, 일승일패였다.

그 같은 접전의 균형이 깨진 계기는 둘째언니가 사상의학의 허구성을 지적하면서부터였다. 이제마가 ‘동의수세보원’에서 처음 주장한 사상의학이 어느덧 일반인들한테까지 널리 퍼져 소양인이니 태양인이니 하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았다면 한국인이 아닐 정도 아닌가. 한의사들이 전매특허품까지 써먹는 게 사상의학이었다.

둘째언니가 그 사상의학이 사기라고 해 검증에 들어갔다. 서울 시내에서 유명한 한의원 여덟 곳과 한방 병원 두 군데를 찾아 자매의 체질을 물어봐서 모두 일치하는지를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둘째언니가 만약에 세 곳 이상이 일치하면 서양의학을 포기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왔다. 이에 발끈한 보자도 지면 한의대를 관두겠다고 나갔다. 모든 것을 건 셈이다. 물론 강제 조항이 없으므로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지만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비장했다.

애석하게도 유명 한의사들과 한의대 교수들은 놀랍게도 같은 사람을 놓고 저마다 딴소리를 하였다. 거짓말같이 똑같은 사람을 놓고 누구는 태양인, 누구는 태음인, 누구는 소양인, 누구는 소음인 이라고 헛소리했다. 남부끄러웠다. 보자는 차마 얼굴을 못 들었다.

사실 이제마의 사상의학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병의 증상에 따라 약이 결정될 뿐 사람과는 상관이 없다(藥必隨證 下關於人)는 종래의 한방 의학 시각을 약이란 사람의 체질에 따라 각기 달리 써야한다(藥及局限於人)고 교정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판자들은 장중경의 ‘상한론’에 태양병과 소음병 등의 명칭이 나오고, 장개빈이 양장인(陽臟人)‧음장인(陰臟人)‧평장인(平臟人) 등으로 체질을 나누었고, 섭천사(葉天士)가 체질을 여섯 가지로 나누기도 했으므로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한다.

사상의 출처가 ‘주역’의 태극설(太極說)이므로 참신함하고도 거리가 멀다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히포크라테스의 4체질설에서 파생한 서양의 4체질설과 연결시키는 이들도 있다. 왜 비판자들이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단정하는가 하면 이제마가 사상의학을 제창하기 전에 이미 이른바 4체질설이 조선에까지 소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병자의 병을 치료함에 있어서 증후보다는 체질에 중점을 두자는 주장도 획기적인 발상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저 옛날부터 대증하약(對症下藥)이란 성어가 있어서다. 이는 병의 증상은 같아도 원인이 다르므로 치료방법이 똑같이 않다는 의미였다.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제마가 사람의 체질을 네 가지로 나누고 세밀하고도 체계적으로 분류해놓은 공만은 높게 평가해야 된다는 것이 보자 생각이었다.

하여간에 한의사들이 입만 열면 약방의 감초같이 사상의학을 논하고 일부 호사가들이 글과 말로 나발을 불면서 사상의학이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의 경험칙과 일부 맞아떨어진 점도 널리 퍼지게 된 동기였다. 그러나 사상의학을 일선 현장에서 적용하는 당대 최고 한의사들조차 체질 진단에 있어 일치된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그것은 죄악에 가까웠다.

어떤 원칙도 없이 마구잡이로 한약을 조제하고 있다는 반증인 까닭이다. 보자는 한의학의 비과학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을 자물쇠라고 한다면 약은 열쇠 아닌가. 정확한 진단만이 자물쇠에 맞는 열쇠를 찾을 수 있는 법.”(144~146쪽)

█ 한약·보약 때문에 평균수명 줄어…한의사제도 없어져야

“- 니가 한의사질하면서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알기는 아냐? 모를 끼라. 중국 식자들이 국노(國老)라고 부르는 감초 알제?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있는. 한약에 감초가 안 들어가는 경우가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이가. 헌데 말이대이.

설탕보다 수십 배나 더 단 감초가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 아나? 감초가 들어간 약 한 첩을 잘못 먹으면 적어도 주어진 자기 수명보다 1년은 일찍 죽는다는 게 조선 침술의 조종이신 김한구 어르신 말씀 아이가. 조선 사람들이 일찍 뒈진 이유 중의 하나가 대식 이외에도 한약에 있다 하면 기가 찰 사람이 많겠지만 사실인 기라.

- 할아버지도 아시다시피 한약 처방마다 감초를 쓰는 것은 처방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약재의 효능을 화합시키기 위한 것 아닙니까. 감초가 다른 약재의 독성을 제거하고 여러 약재의 작용을 조화시켜 약효를 상승시켜준다는 것은 한의학의 상식인데…….

- ‘신농본초경’에 실리면서 약재로 쓰이기 시작한 감초가 왜 나쁜가 하면, 일찍이 ‘회남자’에서 감초가 살이 찌게 하는 약이라고 한 데서 읽을 수 있듯이 이것이 강력한 호르몬인 스테로이드와 유사한 작용을 하기 때문인 기라. 자연히 적은 양의 감초로도 인체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아이가.

특히 혈압을 높이므로 고혈압 환자에게는 감초가 들어가는 소시호탕(小柴胡湯)을 먹고 위독한 경우가 있었으니라. 소시호탕은 감기, 기관지염, 폐렴, 흉막염, 임파선염, 만성 위장 장애, 만성 간염의 간기능 장애, 각종 급성 열성병, 산후 후유증에 두루 쓰이는 약이니 그 부작용을 다 열거하면…….

하여튼 한약을 많이 먹어 손발이 붓거나 얼굴이 보름달같이 되면 감초 탓이야, 탓. 그러니까 당장 내일부터라도 감초가 비교적 많이 들어가는 소시호탕,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 소청룡탕(小靑龍湯), 오림산(五淋散), 황련탕(黃連湯), 길경탕(桔梗湯) 따위는 아예 처방하지 말라고. 알았느냐,

이놈아! 일부 못된 양의들이 류머티스 관절염에 걸린 노인들한테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줘서 밥맛이 좋아지는 등 일시적으로 낫는 것같이 보이게 하지만 길게 보면 크게 몸을 망치듯이 한약 역시 장기적으로 관찰해보면 그렇는기라. 그 증거가 저 옛날부터 한민족이 한약과 보약을 그리도 많이 복용했건만 외국에 비해 평균 수명이 더 길지 않다는 것인기라. 그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세상에 어디 있노?

보자한테도 충격이다. 한약이 십상팔구 독약이기 십상이니 복용하지 말라는 소리 아닌가.
스테로이드제가 얼마나 나쁜지는 보자가 한의대생일 때 ‘의사용 약품 편람(Physician's Desle Reference)’을 보고서야 구체적으로 알았다. 작은언니 책장에 꽂혀 있던 그 원서는 미국에서 인가된 약을 일괄하여 정리한 책인데, 무시무시한 스테로이드제 부작용이 잔뜩 열거되어 있었다.“

█ 한약·보약 많이 먹으면 좋던 아이큐도 떨어진다

“- 감초뿐인지 아나? 기침과 두통, 오한, 체중 조절이나 신진 대사 촉진을 위해 한의원에서 흔히 쓰는 마황만 해도 그렇느니라. 마황이 혈압을 올리고 심장 박동을 불규칙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약을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노?

따라서 마황은 고혈압 환자나 위장이 약한 자, 쇠약한 자, 순환기 장애 환자, 배뇨 장애 환자한테는 쥐약인 기라. 감초나 마황 이외에도 계피나 호미유는 피부 발진을 일으킬 수 있고, 홍화나 우슬(쇠무릎지기)‧행인(살구씨의 알맹이)‧율무는 온갖 소화기병을 일으키고……. 끝도 한도 없니라. 모든 약이 이처럼 알고 나면 다 문제가 있는 기라.

그런데도 천연이란 단어를 안전이란 단어와 동의어로 착각하는 어리석은 일부 국민의 풍조에 편승해서 치부하는 한의사 놈들을 보면 한심해서……. 가장 치명적인 독소인 리신이 어디서 나오노? 아주까리에서 안나오나. 또 청산가리는 어디서 나오노? 바로 살구씨에 들어 있잖아. 근래 붐을 일으키고 있는 청매실만 해도 그래. 그 안의 아미그달린 같은 시안산 배당체가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음을 알면…….

우리가 흔히 먹는 표고버섯 역시 똑같아. 포름알데히드같은 유해물질이 미량이나마 들어있는 관계로 조금씩 섭취하는건 상관없지만 많이 먹으면……. 몸에 좋다고 널리 알려진 시금치만 해도 과도하게 먹으면 신장에 결석증이 생기거늘. 생식이나 야채 좋아하는 인간들이 머위 순이나 컴프리 등에 발암성인 피로리딘 알카로이드가 함유되어 있는 걸 알고나 먹을까?

물냉이를 콩팥이 약한 사람이나 방광이 약한 사람이 먹으면 몸에 해롭다는 것만 알아도……. 다시 말해 자연산 내지 자연적인 것이라 해서 안전하다고 보면 안 되는 기라. 화학 물질이면 다 나빠? 아니야. 화학 물질은 세상을 이루는 기본 구성 요소일 뿐. 그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기라. 토마토조차 화학 물질 약 150종류를 분명히 포함하고 있거늘.

또 니트로글리세린이 협심증의 고통을 덜어주기도 하지만 건물을 폭파하는 데도 쓰이는 게 그 좋은 예이제. 선택하기 달렸다 아이가. 요는, 인간들이.

- 저도 한의원에서 방부제와 농약 범벅인 중국산 한약재를 쓰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만 그렇다고 도매금으로 그러시는 건…….
내과 의사가 역성을 든다.

- 할아버지 말씀대로라면 한의사가 없어져야 되겠습니다.
한의사 손자 얼굴이 차마 마주 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다.

- 없어져야제, 당연히. 지금 같은 한의사 제도는 당연히 없어져야 하고말고. 내 죽기 전의 소원이 한의대를 없애는 건 기라. 전 세계를 통틀어 한의대가 정규 대학 체제 속에 6년제 메디컬 스클로 자리 잡고 있는 병신 같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아이가. 일본은 100여 년 전에 아예 싹을 없앴는 기라. 메이지 유신 때.

오늘날 일본에 수지침이다, 이침이다, 테이핑 요법이다, 뭐다 하는 치료사들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동호인 모임 수준이다 아이가. 그렇다면, 중국은? 중국 역시 피장파장인 기라. 얼핏 보면 한의학이 대단히 융성해 있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안 그래. 선조들이 수천 년간 해온 습관을 하루아침에 못 버렸을 뿐인 기라.”

█ 한약 먹고 설사 또는 속 거북하거나 살찌면 부작용

“- 한의학을 엉터리투성이라고 결론 내리고 메이지 유신 때 싸그리 없앤 일본 사람들이 왜 우리보다 더 오래 사노? 인터넷에 들어가 자료를 검색해보니 100살 이상 장수자 수만 봐도 우리보다 일본이 거의 열 배가 많더라고.

안 아프고 오래 살자고 한의원도 다니고, 보약도 먹고, 침도 맞는데 그것조차 거의 없는 일본, 미국의 평균 수명이 왜 우리보다 훨씬 높노 말이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메이지 유신 이전에도 일본에서는 한의학이 만악의 근원이라고 보고 폐기하려고 했던 걸 아나?

강호 시대에 벌써 고방파(古方派)들이 한의학을 떠받치는 주춧돌인 음양오행설을 배격한 역사가 있다 아이가. 고방파들이 뭐라 그랬느지 아나? 감초가 어떤 특정 경락, 그러니께로 족궐음간경․태음비경·소음신경에 선택적인 효과를 가진다는 금원(金元) 의학자들의 논리가 대부분 근거가 없다고 냉정하게 비판했제.

그런 똑똑한 선조를 두었으니 메이지 유신 때 한의학을 폐기하고 그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던 독일 의학을 직수입했는 기라. 일본인보다 열 배나 많은 월급을 줘가며 데리고 왔던 독일인 의사 벨츠와 스크리버가 끼친 공헌을 너희들이 아나?”

█ 한국병 몸통인 한의학 못 버리는 한 일본 절대 못 따라가

“- 한의사가 되면 떼돈을 번다고 영리한 후손들이 한의대로 몰려오는 걸 보며 내가 느끼는 소감이 뭔지 아나? 비로소 한의학이 대접을 받는구나가 아니야. 아이구, 큰일 났구나야. 나라가 망할 정조라고 봐. 똑똑한 젊은이들이 진리를 찾을 생강은 않고 제 배나 채우자고 하는 풍조를 보고서 그 나라, 그 민족의 장래가 밝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노?

조선시대 왕들이 그 좋다는 침을 못 맞아, 그 좋다는 보약을 못 먹어 마흔도 되기 전에 많이 뒈졌는 줄 아나? 일본인들에 비해 한국인들이 수학과 과학 마인드가 부족한 것도 어려서 한약과 보약을 많이 복용해서 그렇다는 것까지 알면…….

한약과 보약 많이 먹으면 좋던 아이큐도 떨어진다는 건 스승께서도 지적한 사항 아이가. 아무튼 간염 환자한테도 값비싼 보약을 권하는 대가리 좋은 한의사 놈들을 보면……. 그놈들을 준살인범으로 왜 감옥소에 안 가두는지…….

보약의 열성 때문에 간염 환자가 보약을 먹으면 간염이 악화된다는 것쯤은 상식이건만, 간장질환의 일반적인 증상이 입맛도 없고 피곤한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돌팔이들이 보약을 권하기가 쉽제.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한의원들이 찾아오는 환자들한테 몸이 허하니 보약을 들어야 한다고 공갈을 쳐놓고는, 마치 삼류 중국집일수록 자장면만 내놓듯 한약의 전부가 보약인 양 과장 광고를 하고, 환자가 거기에 넘어가면 보약 속에 소화제나 듬뿍 갈아 넣어주는, 비밀 아닌 비밀을 니놈도 잘 알 끼라.

한약을 먹고 설사를 하거나 속이 거북하거나 살이 찌게 되면 그것은 한약의 부작용이거늘 일반인들은 오히려 몸이 좋아졌다고 착각하니 한의사들이 떼돈 벌기 좋은 세상인 것만은 분명해. <예기> ‘곡례(曲禮)’에 부모가 병이 들어 약을 들 때 자식이 먼저 맛본다고 한 것도 그 이유를 추적해보면 부작용 때문이거늘.

단적으로 말해 한의대 존속이야말로 국력 낭비의 표본인 기라. 내 장담하지. 앞으로 100년 후에는 한의학이 분명히 이 땅에서 없어진다는 것을. 만약에 남아 있다면 한국은 분명히 선진국이 되지 못할걸. 설령 선진국이 되어 있더라도 리드하는 국가가 아닐 끼라. 왜냐하면 한국병의 원조를 치료하지 않고는 발전할 수 없으니께로.(중략)

한의사들이 주먹구구로 지어주는 한약과 보약을 저 죽는 줄도 모르고 비싼 돈 내고 처먹는 병신들을 보면……. 1965년의 한일협정 이후 일본과의 무역에서 누적 적자가 2,000억 불이나 되지만 이것이 시정되지 않는 근본 이유가 한국병.

한국식 주먹구구 때문이거늘. 그 한국병의 몸통인 한의학을 버리지 않는 한 절대 일본을 못 따라가. 건강하려면 담배를 끊는 게 상책이듯 한의학 역시…….
김옹 입에서 한의학을 박멸해야 하는 이유가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파격적이었다. 그는 한의대를 없애고 소규모 도제 형식으로 인재를 양성하자고 하였다.

한의사가 되려면 천자문과 사서삼경만 읽을 줄 알면 된다는 논리도 폈다. 보자가 예과생일 때 가장 먼저 ‘맹자’를 배웠으니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한의사가 왜 영어와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합당한 근거를 대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재산 절반을 내놓겠다는 장담까지 했다. 한마디로 한의학이 현대 학문 내지 현대 과학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얘기였다.

한의학을 누가 과학적으로 검증하자고 들면 한의학은 서양의 잣대로 잴 수 없다는 식으로 회피하는 게 바로 한의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 한의학에는 자연과학적 요소가 없으므로 인문대학에서 가르치든지 아니면 소규모 형식을 도입해 맥을 잇자고 했다.(324~332쪽)

저자 김태연씨는 1960년 출생으로 성장기를 합천, 대구, 부산에서 보냈고, 1980년 연세대에 입학해 공학과 문학 공부를 병행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87년 월간문예지 ‘문학정신’에서 실시한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1989년부터 1995년까지 국민경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한국경제를 연구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폐쇄병동’, ‘그림 같은 시절’ 등이 있다.”

노의근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