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는 기본적으로 유태성숙종이다. 발생단계가 지연이 된 채로 성적성숙을 갖게 되는 것을 유형성숙 또는 유태성숙(Neoteny)라고 한다. 쉽게 얘기해서 인류는 다른 영장류에 비해 유년 단계의 특징을 더 많이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유인원에 비해서 덜 돌출된 인간의 턱, 튀어나오지 않은 눈썹마루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유년기의 특징들은 목적적 진화의 산물로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발생단계의 단순한 지연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좀 더 과장적으로 말한다면 인간이 200세까지 살게 되면 유년기에 정지된 마법이 풀리듯 우리 얼굴은 모두 침팬지처럼 된다는 것이다. 유태성숙의 예는 사람만이 아니다. 양서류 중에 ‘엑슬로틀’이라는 멕시코산 도룡뇽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양서류는 변태를 통하지 않고 올챙이꼬리를 가진 채로 성체가 된다. 유태성숙은 새로운 유전자의 도입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발생속도를 조절하는 기존 유전자의 변이로 일어난다고 보여진다. 유태성숙형의 특징은 애기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주로 포함하고 있다. 편평한 얼굴, 동그란 머리모양, 큰 뇌, 큰 눈, 털이 없는 얼굴 등이다. 주로 베이비 페이스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아시아인들이 유럽인에 비해 보다 유태성숙적이다. 사람이 유태성숙종으로서 갖는 이점은 뇌의 성숙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는 점이다.이런 실제적인 잇점뿐 아니라 유태성숙이 인류진화의 중심이 된 데는 동안의 특징을 갖는 여성들이 선별됐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개도 유태성숙과 관련이 있다. 애완견의 진화는 사람들에 의해 주로 약 100년의 짧은 시간동안에 엄청난 속도로 진행됐다. 코가 납작한 형태부터 커다란 눈을 가진 애완견의 형태까지 유태성숙의 특징 그 자체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인 개유전체계획으로도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인간게놈계획이 성공하기까지는 연구방법이 충분치 않아 대규모 유전체분석이 필요한 유태성숙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용량 게놈분석기술이 조그만 실험실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인류진화의 핵심고리인 유태성숙문제를 풀 수 있는 때가 이미 온 것이다. 여기에 10만 아시아인 게놈계획으로 아시아인 유전체 모든 변이의 빈도를 서양인과 비교하고 시간·속도 관련 유전자를 찾아낸다면 멋진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처럼 엄청난 문제들이 게놈분석 기술로 해결될 수 있다. 진화와 관련된 문제들이 게놈정보로서 해결될 수 있고 개인의 노화도 발생속도 유전자변이와 관련이 있다면 무병장수의 꿈에 더해 젊음을 찾아주는 회춘유전자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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