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선천성 항문막힘증 필리핀 소녀에 새 삶

수술비·보건산업진흥원 항공료 지원

  
선천성 쇄항증(항문막힘증) 병을 앓고 있는 필리핀 소녀가 한국에서 수술을 받아 새로운 삶을 찾게 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필리핀 환아 제사(여·6세)를 초청, 수술과 치료를 통해 건강을 되찾아 줬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선천적으로 항문이 없이 태어난 제사는 현지 필리핀 병원에서 질구에 위치한 직장과 통하는 조그마한 구멍을 확장하는 응급수술로 겨우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변을 보기 어려워지자 먹는 것 자체를 꺼려했으며, 수시로 복통과 구토에 시달렸다.

필리핀 빈민가 나보타스 지역에서 일용직 건축노동자로 일하는 아버지와 작은 구멍가게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둔 제사 가족의 수입은 월 1만 6000페소(한화 약 40만 원) 정도. 5남 6녀 중 아홉째로 태어난 제사는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 하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부작용에 신음해야 했다.

지난 2013년 필리핀 의료봉사를 하던 한국인 외과의사로부터 장기 내부에 감염이 진행되고 있어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현지의 낙후된 의료기술과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손쓸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필리핀 나보타스의 수녀회를 통해 제사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서울성모병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고 있는 나눔의료사업과 연계, 한국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다.

2011년 시작된 나눔의료사업은 중국·동남아시아·몽골·구 소련 국가 저소득층 환자에게 의료한류를 전파하자는 취지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환자와 보호자의 항공료와 체류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6월 17일 보호자인 언니 하니씨와 함께 서울성모병원에 도착한 제사는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팀과 만날 수 있었다.

이명덕 교수팀은 2차에 걸쳐 항문성형술과 장루복원술을 시행, 항문막힘증에 신음하던 제사의 고통을 덜어줬다.

이 교수는 "귀국 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는 점을 감안해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을 통해 수술을 진행했다"며 "보호자가 손가락으로 항문을 서서히 확장할 수 있도록 항문관리법을 가르쳤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병원장 승기배)은 2000여만원에 달하는 제사의 수술 및 진료비 전액을 지원했다. 또 건강을 되찾은 제사는 14일 언니 하니씨의 손을 잡고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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