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약업계, 신GMP인증으로 구조조정

대규모 자금투입 불가피…제약설비수요 급증

  
신GMP인증으로 인해 중국 제약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인증획득을 위해 대규모 자금투입이 불가피함에 따라 기업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코트라 김명신 상하이무역관이 최근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위생부는 2011년 ‘약품생산품질관리규범(신GMP)’을 발표해 같은 해 3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신GMP인증은 2013년 12월 31일까지 약품생산업체의 혈액제품, 백신, 주사제 등 멸균약품에 대해 인증 요구에 부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타 약품생산은 2015년 12월 31일까지 신GMP인증에 부합해야 하며 부합하지 못하면 조건에 제시된 시기 이후에는 약품생산을 하지 못한다.

중국 내 총 31개 혈액제품 생산업체 중 15개사의 68개 생산라인이 신GMP 인증제를 통과했다. 중국 의약품검증소에 따르면, 2013년 1~10월 총 3857만 개 약품이 비준을 통과했지만 24.4%에 해당하는 940만 건은 비준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자오상증권이 밝혔다.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에 따르면, 2013년 12월 31일까지 796개 무균약품 생산기업이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신인증을 통과했다. 전국 1319개의 무균약품 생산업체 가운데 60.3% 만이 인증에 통과했다. 나머지 523개의 무균약품 생산업체는 이번 GMP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GMP 인증제는 제약, 식품 업계에 적용되는 강제기준이며 원료, 노동력, 설비, 생산과정, 포장 및 운송, 품질관리가 국가의 위생품질요구에 부합하도록 요구한다. 비무균약품 제조기업의 규정 만료기한은 2015년 말까지로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에 따르면, 2013년 10월까지 3839개의 비무균약품 제조기업 중 778개사가 신 GMP인증을 통과했고 969개의 기업이 심사발급 중이다. 이는 전체 비무균약품 제조 기업의 20.3%에 해당한다.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기업은 잠정적으로 영업중지 처분을 받게 되고 최종적으로 통과하지 못할 경우 무기한 영업중지 처분을 받게 된다. 인가를 받아야 영업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에 2000여 무균, 비무균 약품 제조기업이 재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자금투입 필요… 기업 불만 커
신인증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현지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 친마이의약컨설팅 관계자는 30여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 인증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제조비용이 20~30% 증가하고 생산주기 역시 20~30% 길어진다고 밝혔다.

약품번호심사허가가 줄면서 번호를 받는데 애로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번호를 받는데 대략 5년이 소요되며 이 때문에 많은 인증제 신청기업이 번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6년 이후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 허가가 매우 엄격해져 약품 하나에 대한 허가문건이 연구개발부터 신청, 허가를 마치는 데까지 수년이 걸린다.

통계에 따르면, 2004년 GMP인증 당시에는 3959개 생산기업이 인증을 통과하고 1400개의 기업이 인증 취득에 실패했다. 인증통과에 든 총비용은 1500억 위안에 이른다.

국가 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 안전관리감독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신규정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설비에만 2000억~3000억 위안을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생산원가 상승은 결국 많은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20~30%의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며 소기업들은 인증을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GMP인증제는 2004년 처음 실시됐으며, 실행 초기에는 기준이 엄격했으나 점점 흐지부지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25%의 약품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인증 획득의 지름길은 인수합병
인증 획득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자체적으로 인증을 신청하는 것보다 수월해 인증 획득을 위해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예를 들어, A사가 B사의 특정 제품 인증서를 위해서는 B사의 지분을 매입해야 하며 인증서를 발급받은 후에야 B사의 지분이나 기타 재산을 매각할 수 있다.

2014년 1월 3일 메이화제약그룹은 시장이웬스예유한공사가 보유한 다롄한신성우제약유한공사의 지분 100%를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롄한신성우제약유한공사는 현재 내부조정 중이며 신GMP 인증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기업은 주로 백신, 환약, 소용량 주사, 분말주사(동결과 해빙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제조)를 생산·판매하며 B형 간염백신 시장점유율이 전국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구조조정 추진
공업정보화부는 의약그룹화계획안을 제출해 2015년까지 연 매출 500억 위안이 넘는 기업을 5개사로 늘릴 계획이다.

의약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은 의료그룹이 형성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100개사의 의료기업을 갖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약품감독관리시스템 관계자는 정부의 의중은 1/3의 기업이 신GMP인증을 통과하고, 1/3은 통과를 위해 노력하거나 합병되고, 나머지는 합병되거나 일부 도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과정에 드는 비용이 막대해 자체 공장을 건설하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이며, 중소 제약회사의 제품라인은 인수에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가 이번 정책을 엄격히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일부 기업은 이번 인증작업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다. 중국 약품유통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꽌시가 여전히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약품기업의 신GMP인증 신청에 적극적이지 않아 집행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최대 수혜자는 제약설비 제조기업
일부 기업이 정책에 순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체 브랜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신GMP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최근 칭하이와 상하이 등지에서는 신GMP 인증을 통과하지 못한 기업의 신약품 입찰을 금지하고 있다.

신GMP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중국 내 제약설비 교체 등 업그레이드 수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98년부터 2004년간 중국의 제약설비 수요가 빠르게 늘었으며 당시 GMP인증 바람이 잠잠해진 후부터는 설비수요가 둔화됐다.

따라서 새로운 GMP 인증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제약설비 제조기업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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