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유디 끝모를 싸움에 개원가도 '답답'

고소 고발에 집단소송까지…
개원가, "감정싸움보다 근본대책 세워야"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유디치과의 논쟁이 몇 년째 가열되고 있다. 처음 핵심의 논란이 됐던 것은 ‘저가진료’다.

네트워크병원인 유디치과는 100개가 넘는 지점이 공동구매로 치과재료를 싸게 구매하며 임플란트 가격을 개당 100만원까지 내렸다. 이렇게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세를 불려 나가자 전국 치과의사들이 반발하기 시작하면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치협은 “유디치과의 임플란트 가격이 싸 보이지만 전문상담사의 인센티브제 때문에 결국 과잉진료를 유도, 환자들이 내는 비용은 더 비싸다”는 주장을 계속 해왔었다.

▶1라운드-‘저가·베릴륨 파동 '유디 승'

논란의 정점을 찍은 것은 이른바 '베릴륨 파동'이었다. 2011년 8월 16일 MBC PD수첩 방영으로 보철물 발암물질 가능성 논쟁이 확산된 것이다. 치협은 유디치과가 발암물질인 베릴륨의 기준이 초과된 치과용 합금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양측의 싸움이 법정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사실이 된 것이다.

이렇게 '반값임플란트', '저가진료' 등으로 치과계의 시샘을 받아온 유디치과는 치협을 공정위에 고소했다. 공정위는 치협에 치과의사 모집을 방해하고 치과 기자재 업체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행위를 시정하고 과징금 5억원을 내리는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공정위가 유디치과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2라운드-영리병원 논란 '치협 승'

발암물질 논란에서 시작된 치과업계가 이젠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며 제2라운드의 서막을 열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세영 회장은 1인이 다수 지점을 경영하는 기업형 네트워크 치과가 없어질 때까지 1인 1개소 원칙을 앞세워 싸우겠다 공약을 내걸었고, 이 공약은 결국 현실화됐다. 지난 8월부터 면허대여 금지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하 1인1개소 법안)이 시행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디치과는 의료인 1인의 복수 의료기관 운영을 금지한 개정 의료법에 맞춰 지난 8월 30일 프랜차이즈형 네트워크 치과그룹으로 사업구조를 변경했다.

▶3라운드-비멸균 불씨 재점화

이렇게 끝날 줄 알았던 치협과 유디의 논란이 이번에는 ‘비멸균임플란트’로 재점화됐다. 이번 발단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었다.

유디치과가 사용한 임플란트가 비멸균인 것으로 의심된다는 자료를 식약청이 언론에 배포했기 때문이다. 그 직후 치협은 비멸균 임플란트가 치명적인 뇌신경계 손상,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와 인쇄물을 배포했다.

그러나 유디치과는 식약청에 전수조사를 요구했고, 식약청은 의혹이 있었던 제품 240개를 무작위를 골라 검사를 실시한 결과 세균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디치과는 지난달 27일 김세영 치협회장과 이민정 홍보이사 등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고소했다. 이에 질세라 치협도 1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고, 전국 치과의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집단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유디치과 관계자는 “가장 큰 팩트는 비멸균임플란트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치협은 잘못된 보도자료를 뿌려 언론에 정보를 제공했다”며 “특히 전국 치과에 치명적인 뇌신경계 손상,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 등 극단적으로 왜곡되고 과장된 표현도 함께 명시함으로써 평소 대립관계에 있던 유디치과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할 의도가 분명히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치협 관계자는 "식약청 쪽에서 패혈증 유발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협회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이런 상황을 알리기 위해 자료를 배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유인물 배포는 사실에 근거하며, 우리가 절대 조작하거나 덧붙인 내용은 없다"며 "유디 측에서 주장한 것처럼 '위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형사고소가 들어갔으면 조만간 관련자가 기소하러 갈 것 같다"며 "그때 결과가 나오면 협회 각지부 회장들과 논의를 거쳐 어떤식으로 맞대응 할 것인지 추가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치협은 특별히 움직임은 없는 상태로, 법무법인 정도만 컨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네트워크병원 대책마련 촉구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측의 논란에 대해 일반 개원가에서는 치과계 집안싸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이 싸움에 대한 결론이 난다고 해도 치과계를 바꾸기 보다는 오히려 네트워크병원이 더 생길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개원가의 원장은 “치협에서 유디와 같은 대형 네트워크병원이 지금처럼 커지지 못하게 처음부터 제제를 했어야 했는데, 이제와서 잡으려고 하면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냐”면서 “이것은 결국 치협이 기분나빠 유디만 잡고 물고 늘어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도 유디와 같은 제2, 제3의 대형 네트워크병원들이 생겨나고 있으므로, 이런부분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치협은 어떤 것이 중요한지 다시한번 초점을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개원가의 다른 한 원장도 “치협이 지금 이렇게 하는 것에 대해 좋아하진 않는다”며 “국민들 사이에 치과의료에 대한 불신만 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인센티브제 같은 유디 시스템인데, 치협은 말도 안되는 부분을 가지고 트집을 잡고 있는 것 같다”며 “유디 시스템은 페이닥터, 직원들까지 인센티브제를 시행하고 있으니 다행이 환자를 돈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치협은 유디와의 감정싸움 보다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개원가에서는 치협과 유디치과의 시끄럽고 긴 싸움이 언제, 어떻게 종지부를 찍을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지만 국민들에게 불안과 공포감을 이젠 그만 덜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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