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아침'

[보건 포럼]

회사 근처에 ‘고종의 아침’이라는 커피전문점이 있다. 황제와 커피라는 특이한 관계가 주는 호기심과 조용하고 색다른 분위기에 가끔 찾게 되는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처음 즐긴 사람은 고종황제라고 한다.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나고 황제는 아관파천을 해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며 거기서 처음 커피를 마시게 됐고 한 나라의 왕으로서 치욕의 시절을 보내던 고종은 커피 애호가였다고 한다. 훗날 러시아 공사관 생활을 마치고 고종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경복궁을 버리고 덕수궁으로 돌아온 후 커피 맛을 잊을 수가 없어 1900년 덕수궁 내에 '정관헌'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양관'(서양식 건물)을 짓게 했다. 황제는 이곳에서 외국의 사신들을 접대하거나 대신들과 커피와 다과를 즐겼다고 하니 최초의 커피전문점인 셈이다.

현재 국내 커피시장은 2010년 2조 3400억 원, 1인당 연간 커피 300잔을 소비하는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현재 커피 시장은 매년 20% 정도씩 성장하고 있으며 1인당 커피 소비량도 1975년 0.1kg에서 2007년 1.8kg으로 18배 증가했다.

이 중 인스턴트 커피가 1조 2000억원, 커피 전문점을 포함한 원두커피 시장이 9000억원, 캔커피 시장이 6800억원 규모이다. 최근 이 시장이 변화의 물결에 출렁이고 있다.

우리 대중이 오랫동안 즐겨 온 커피는 인스턴트커피였기 때문에 달거나 구수한 커피의 맛에 익숙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우유 혹은 카제인나트륨 넣게 되는데 최근 이들 유제품원료에 대한 안전성논란으로 관련 기업들은 날선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관련 정부기관까지 나서서 중재를 하고는 있지만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케팅전문가들은 인스턴트커피 시장은 향후 레드오션이라고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전체 커피시장 증가율이 10% 증가세인데 비해 원두커피는 60%의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한집 걸러 하나씩 우후죽순 생겨나는 원두커피 전문점에서 볼 수 있듯이 향후 커피시장은 원두커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히 외국언론에서 커피공화국, 커피신드롬이라고까지 불리며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만하다.

원두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게 되므로 이상기후 등 재배지역의 가격변동에 민감하며 심한 노동력 착취의 산물이라는 달갑지 않은 시선이 있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업종으로 커피전문점을 선호하기 때문에 가맹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커피보다는 사이드메뉴에 힘을 쓴다는 지적도 있다. 바리스타의 손끝에서 나오는 좋은 커피를 기대하고 갔다가 단기 아르바이트가 뽑아주는 저렴한 커피를 들고나오는 경우도 있고 커피맛을 즐기기 보다 브랜드를 즐기는 브랜드마니아가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큰 변화는 커피문화가 우리의 차문화를 독차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열대작물인 커피가 우리나라에서도 시험적으로 재배가 되고 있다. 이미 강릉에서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커피를 맛볼 수 있다고도 한다. 우리도 커피생산국인 것이다.

얼마 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전남 보성의 아름다운 녹차밭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기사를 본적이 있다. 차는 기호식품이다. 물론 선택할 권리와 즐길 권리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보성의 아름다운 녹차밭이 보성 커피밭으로 바뀌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이철수 한국식품산업협회 HACCP지원팀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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