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로 또 각 세우는 정부와 의료계

의료계 전면 거부...정부 "결정된 사안"
시민단체 "제도시행 적극 홍보해야"

오는 7월부터 병·의원에서 의무 시행되는 포괄수가제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확대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개원의사회에 이어 시도의사회가 전면 거부를 결의한 가운데 대한병원협회도 포괄수가제 확대 저지를 선언하는 등 의료계 전반에 반발 기운이 확산되고 있는 것.

하지만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는 "환자 이익을 위해 적극 시행해야 하며 대국민 홍보를 적극 벌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의료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는 포괄수가제는 환자가 병·의원에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진료받은 진찰·검사·수술·주사·투약 등 진료의 종류나 양과 관계없이 사전에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부담하는 제도이다.

다만 모든 질병을 포괄하는 것은 아닌 맹장·탈장·치질·백내장·편도·제왕절개·자궁부속기 등 7개 질병군과 관련된 질환에 한정되어 있으며 향후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2일 시도의사회장 회의를 열어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강제적용 및 확대 시행에 대한 전면거부 방침을 정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포괄수가제 수가는 의료원가에 못 미치는데다, 서비스와 상관없이 진료비가 정해져 있어 의사가 수익을 남기기 위해 수가가 낮은 처치를 하게 돼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진료현장에서 싼 재료를 사용하게 돼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대한병원협회도 포괄수가제의 상급병원확대 적용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제36대 병원협회장으로 선출된 김윤수 회장은 "환자 입장에선 당장 의료비 지출이 줄어 유리할 것 같지만 결국 의료서비스 수준의 질적 하락과 적정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포괄수가제 확대에 우려를 표했다.

병협은 7개 질환의 포괄수가제 당연적용 추진은 정부가 당초 약속한 대로 적정한 포괄수가 수준을 보장하고 중증질환 등 비용변이가 큰 환자에 대한 별도 보상체계를 확립해야 하며, 포괄수가가 매년 조정기전 등 마련이 반드시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포괄수가제 확대 저지를 위해 의사협회와 긴밀한 상호 공조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은 지난 2월 의협을 비롯해 의료계가 포함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며 "이제 와서 전면 거부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지난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분쟁조정제도에 대해서도 전면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포괄수가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홍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최근 포괄수가제와 관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민·소비자단체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들 단체는 "포괄수가제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남은경 사회정책부장은 "포괄수가제가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고 국민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있어 효과적 수단이 될 것이라 보지만 이 같은 장점이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국장은 연예인을 통한 지상파 광고를, 백혈병환우회 안기종 회장은 포괄수가제의 명칭을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바꿔줄 것을 주문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영덕 사무국장은 "포괄수가제가 많은 장점을 가진 제도이고, 시민·소비자단체측에서도 제도 확대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싶지만 현재로선 정보를 얻기가 상당히 힘들다"며 "주요 현안을 비롯해 의료공급자단체들과의 합의 과정도 각 단계별로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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