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장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시장의 효율성이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위한 정부의 정책은 수직적 거래관계에 있는 대·중소기업 관계에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하며 시장을 나눠주는 방향으로 가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동반성장위원회의 대·중소기업 적합 선정이 ‘비현실적이고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이 당초 기대와는 다르게 미온적이고 미숙하게 운영되고, 중소기업계의 현장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며 적합업종 선정을 성실하게 이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2차 적합업종 선정은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로 효율적인 협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중기중앙회의 주장이다. 한편 1차에 이어 2차 선정을 앞둔 식품업계에서는 ‘뜨거운 감자’인 두부 등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편집자 주> ■식품업체 이번 적합업종 1차 품목 발표에 대해 식품업계는 당장 사업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신규 시장 진입 등 향후 사업 확장에는 제한을 받는다는 점에서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장류를 취급하는 기업은 겉으로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사업 확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대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고추장, 간장, 된장 등 장류는 정부조달시장 진입과 중소기업 인수·합병(M&A) 자제 등의 권고를 받게 된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현재 정부조달시장에 진출하지 않아 상관이 없지만 M&A에 대해서는 향후 사업 확장의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CJ제일제당 측은 “현재 사업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면 되기 때문에 사업 축소 등의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대상의 장류 사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191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의 관계자는 “정부조달시장이나 적대적 M&A 등은 크게 연관이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사업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동반위의 협의안을 우선 준수하면서 기존 장류 사업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샘표식품과 신송식품 등은 장류 선정에 대해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샘표 관계자는 “매출액이나 시장 점유비를 놓고 보면 중소기업의 규모인데도 종업원 숫자 기준으로 대기업에 속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두 업체의 경우 ‘규모의 경제’ 원칙에 따라 향후 시장에서의 점유비를 키워야 하는데 이번 제도로 당장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번 1차 선정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차 선정의 대상인 두부는 현재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대·중소기업 간 협의가 늦게 시작된 데다 입장 차가 너무 달라 협의가 도출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입장이 곤란한 기업은 풀무원이다. 국내 두부 시장은 풀무원이 약 50%를 점유하고 있다. 풀무원 측은 “풀무원은 중소기업으로 출발해 두부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두부는 풀무원 식품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품목인데 두부사업에서 손을 떼라는 것은 기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편 떡·막걸리 업체들은 이번 선정 결과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옛 롯데주류)의 경우 현재 막걸리의 수출 쪽에 전념하고 있어 동반위 협의에 크게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다. ■향후 전망과 과제 적합업종 1차 발표 후 남은 29개 업종 중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두부를 비롯해 데스크톱, 네이게이션 등 민감 업종들은 대부분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이달 중에 2차 적합업종을 선정하겠다는 계획은 진행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중소기업 측은 동반위의 선정 자체가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대기업이 얼마나 이행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 이유다. 동반위는 동반성장 추진계획을 점검하고 기업별 '동반성장지수'를 산정해 공표한다. 이 지수를 소비자에게 알려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에 일종의 ‘패널티’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동반성장지수 평가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포상과 정부사업 참여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상생노력이 부진한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사업 참여를 제한할 방침이다. 현재 중소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동반위의 적합업종 선정이 일반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대기업의 참여가 흐지부지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적합업종 선정작업이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있다. 동반위에 따르면 다음달 초 전체회의를 마치고 2차 선정 업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경우에 따라 일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 중론이다. 최근 미국에서 극소수에 의한 부의 독점에 항의하는 ‘월가의 시위’가 전 세계 80여 개국 900여개의 도시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소수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 2006년에 폐지된 이후 그동안 대기업은 지속적으로 관련시장에 침투해 시장을 가져가고 적대적 M&A로 기업의 덩치를 키워왔다. 또 대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협력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희생을 빼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건강한 기업생태계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의 선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기업도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대의적 차원에서 상생의 묘안을 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반위의 출범 목적은 대기업이 초과 달성한 이익을 중소기업체에 나눠 줘 시장에서 자생력을 키우고 고용 안정을 통해 동반성장을 도모한다는 개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한 배를 탔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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