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사람이 정신병원에 강제 구금?” 파문

제보자 “잠자던 조 목사 수갑 채워 강제로 끌고 가… 과거 병력도 전무”
병원측 “피해망상장애 및 정신분열의증으로 입원… 잘못된 입원 아니다”

조 목사가 강제 수용돼 있는 서울시립 용인정신병원 인산병동(본관)   
▲ 조 목사가 강제 수용돼 있는 서울시립 용인정신병원 인산병동(본관) 
  
멀쩡한 아들이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된 사실이 뒤늦게 나타나 사회적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정작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돼 있는 아들은 자신이 건강하다며 지인들에게 SOS를 강력히 요청해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들 조모 목사와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오전 7시경 조 목사는 잠을 자고 있었다. 갑자기 건장한 청년 3명이 찾아와 조 목사를 깨워 수갑을 채우고 차량에 탑승시킨 후 서울시립 용인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

영문도 모른 채 용인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된 조 목사는 이날 오전 9시 15분경 뒤늦게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해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강제로 정신병원에 갇히게 됐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이르렀고, 평소 조 목사와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 황당함에 어이가 없었다.

조 목사는 한국에서 K대학과 C신학대학 대학원을 나와 영국과 미국에서 신학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귀국해 서울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 나이(35)도 젊지만 지금까지 정신과 병력도 전혀 없을 정도로 아주 건강한 청년인데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강제로 수갑까지 채워져 정신병원에 입원돼 병원 측으로부터 심한 폭행과 강박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조 목사의 지인 이모씨가 해당병원과 경찰서, 관계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언론사에 피해사실을 제보하면서 그 실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모씨가 낸 진정서에 따르면 경기도 이천에 있는 S회사를 운영해온 조 목사의 부친은 얼마 전에 타계했다. 생전에 부친은 장남인 조 목사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일찌감치 자신의 사업 후계자로 점찍어 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부친이 타계한 후 조 목사의 어머니 한씨는 조 목사에게 유학을 가도록 강요했고, 유학을 다녀온 후에도 남동생에게 회사 경영권을 넘길 것을 압박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들어 조 목사와 제보자는 어머니 한씨와 남동생이 사설 용역회사와 정신병원(담당의사) 측과 미리 짜고 계획적으로 강제 구금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조 목사의 주거지가 서울인데도 불구하고 가까운 서울 소재 대형 병원으로 가지 않고 거리가 먼 용인까지 데려와 수용한 것에 대해서도 의아해하고 있다.

제보자는 “1주일 후 변호사와 함께 용인정신병원을 찾아가보니 입원동의서에 어머니와 남동생, 그리고 이 병원의 이모·김모 의사가 서명했다”며 “나중에 알고 봤더니 두 의사는 정신과 전문의가 아닌 전공의였다”고 황당해했다.

제보자는 “어떻게 전문의가 아닌 전공의가 정신질환자인지 제대로 검사하지도 않고 입원동의서에 서명해 입원시켰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흥분했다.
신윤식(왼쪽) 용인정신병원 수련부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승형 사무국장.   
▲ 신윤식(왼쪽) 용인정신병원 수련부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승형 사무국장. 
  
이에 대해 용인정신병원 측은 “수갑을 채웠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입원동의서는 입원 전에 작성했고, 동의서에는 전문의가 서명했으며, 수련기간 중인 이모 의사를 주치의로 정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신윤식 용인정신병원 수련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병원 선택은 환자보호자가 했고, (병원 측과) 사전에 연락이 없었으며, (병원 측의) 거짓이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신 부장은 이어 “환자의 경우 신경증이 아니라 정신증으로 입원했으며, 피해망상장애와 정신분열의증이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며 “(누구와도) 대화도 잘 하고 판단력이 좋다”고 말했다.

신 부장은 특히 “환자가 입원한 후 경찰과 변호사, 언론사 등에서 자주 병원에 드나들고 있어 많이 힘들다”며 “잘못된 입원이었다거나 인권유린이 있었다면 (제가) 사표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 목사가 수갑을 차고 내원한 것에 대해 신 부장은 “(환자가 병원에 올 때) 수갑을 차고 있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사설 응급구조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입원동의서는 보호자 2명의 서명과 정신과전문의가 작성한 환자 상태의 권고 의견 및 서명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지키지 않고 자격이 없는 전공의가 서명했다면 정신보건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제보자는 경찰 수사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제보자는 “조 목사를 정신병원에 불법 감금시킨 자들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관할 경찰서에 제출했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조 목사를 직접 만나 조사하지 않고 있으며, 멀쩡한 사람을 불법 감금한 것도 모자라 약물까지 투여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진실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수갑을 채워 조 목사를 병원으로 데려온 것은 사실로 조사돼 관련법 위반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조 목사를) 빠른 시일 내로 조사할 예정이며, 자세한 내용은 조사 이후 밝히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보자는 “정신과에 문제가 있어서 정식으로 입원을 시켰다면 조 목사와 지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용인정신병원이 아닌 다른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게 하는 등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병원 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번 경찰 수사로 조 목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얼마나 풀릴 수 있을지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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