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3000시간 침구교육’ 사실인가 사기인가?
한의계 “한의대서 3000시간 이상 교육·실습 거친다”
의료계 “한의사 국가고시 출제 한방과목 단 2과목”
침구계 “한의대 6년 교육 중 침술은 20학점 불과”
시민단체 “국민들에게 사실여부 반드시 밝혀야”
지난해 8월 최 진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가 “한의과대학 침·뜸술의 공부시간이 30시간 이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던 ‘한의사 3000시간 침구교육’ 문제가 10개월 만에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한의사협회가 지난달 18일자 조선일보를 통해 ‘양의사의 침 시술은 모두 불법입니다’라는 광고를 내보내면서 “한의사는 한의과대학에서 3000시간 이상의 침구학 교육과 실습을 거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의사협회의 이 같은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아니면 사기일까. 한의사협회 양의사불법침시술소송 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내보낸 이날 광고에는 “국가에서 인정한 한방의료전문가는 오직 한의사뿐입니다. 침 시술을 포함한 한방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경제적이며, 한의과대학에서 3000시간 이상의 침구학 교육과 실습을 거쳐 국가고시라는 검증을 받은 전문가인 한의사를 통해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받아야 안전합니다”라고 주장했다. |
||
한의사들의 한의과대학 침구학 교육 및 실습 3000시간 문제는 이미 지난해 8월 최 진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의 주장으로 잠시 논란이 됐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상태다. 때문에 사실여부에 따라서는 교육 3000시간 문제가 대국민 사기극이냐 아니냐는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 문제는 한의과대학의 커리큘럼 상 나타난 단순한 시간 계산과 실제 침·뜸 관련 교육시간의 허구를 지적하는 상반된 주장이 지금까지도 충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협회와는 IMS를 놓고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다 침술단체들이 한의사들의 교육 3000시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사실여부가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침술의 경우 현재까지도 구당 김남수씨가 이끄는 단체들은 “침은 부작용이 없는 한방의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의계는 “전문가가 아니면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침술을 놓고 이런 상반된 의견을 보이는 것은 침구계와 한의계가 서로 전문가임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툭하면 침구사법 부활을 놓고 양측이 충돌을 일으킨다. 침구사들은 한방분야는 탕제위주인 한의분야와 침구분야로 구분되고 침구의료는 한약재를 배합해 처방하는 한의사의 의료행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영역의 질병 치유요법이며, 치료방법이나 치유효과가 서로 다른 독자적 의술의 영역을 가진 고유의술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침구의술은 한방의술과 근본적으로 상이해 독자성과 고유성, 전통성이 있는 의술이라고 강조한다. 침구계는 “한의사의 업무에 침술이 포함된다고 명시한 의료법 조항은 없다”면서 “한의사의 한방 업무를 넓게 보면 침술도 포함된다는 유권해석만 내려진 상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의계는 “국민의 의료선택권은 믿을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의료행위자가 면허를 받은 대신 법적 책임을 지고 시술한다는 전제하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말하는 것”이라며 “침·뜸 시술은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반박한다. 문제는 전문가임을 표방하고 있는 한의사들의 한의과대학 침구학 교육 및 실습 시간이 3000시간이 사실인가 하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한의계가 줄곧 3000시간을 주장해온데다 조선일보를 광고를 통해 3000시간을 공부한 한의사가 검증을 받은 전문가임을 대국민을 상대로 공표했기 때문이다. 한의과대학에서 3000시간 이상의 침구학 교육과 실습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측은 한의계 뿐이다. 다른 단체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최 진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는 지난해 8월 9일 조선닷컴에 올린 글에서 “(한의대생의 경우) 실제 한의대에서 침술·뜸술의 공부시간은 30시간 이내”라고 주장했다. 최 전 공사는 “최근 침술과 뜸술을 6년의 한의학을 공부한 한의사들에게만 허용할 것인가 또는 몇 개월의 침술·뜸술 교육을 받은 침구사(1963년까지 존재했던 자격증)에게도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실제 침술이나 뜸을 할 줄 아느냐가 기준이 아니라 몇 년 간 한의학을 공부했느냐를 더 중요시 한다”고 지적했다. 또 침구사 제도 법제화를 추진해오고 있는 이석기 한국침술연합회 회장은 “한의대 6년 교육과정 중 침술 교육은 20학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한침구사협회는 “한의대(경희대학교)는 6년간 총 236점을 취득해야 하나 침구학 관련학점은 12학점에 불과하고, 국가에서 실시하는 한의사 자격 인정 국가시험과목에는 의료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이수과목이라 할 수 있는 진단학도 없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범의료한방대책위원회도 “한의대에서의 고유한방과목 교육시간은 아주 적다(전체 교육시간의 24.5%, 6년 중 1년4개월)”며 “한의사 국가고시에 출제되는 고유한방과목은 침구학, 본초학 단 2과목인데 이는 총 교육시간의 8.5%(6년 중 5개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한의협은 “전국에 있는 한의과대학 11곳과 한의학전문대학원 1곳에서 총 3000여 시간에 걸쳐 침·뜸에 대한 고난이도의 이론과 실습을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현재 각 한의과대학에서 환자의 질환 및 체질에 대한 진단과 침·뜸 시술을 위한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진단학, 경혈학, 침구학을 정규과목으로 두고, 6년 동안 약 3000여 시간을 교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근거로 실제 전국 한의대 및 한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을 분석해 본 결과 한의계가 주장하는 3000시간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대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경희대 한의과대학의 경우(한국한의약연감 참조) 총 교과 과목의 학점은 244학점이며, 399시간으로 이뤄져 있다. 교양과목의 종류는 5가지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전공 필수 203학점, 전공선택 7학점, 기초교양 14학점, 통합교양 15학점, 전공교양 6학점이다. 교육과정은 대체적으로 의예과에서는 한문, 영어, 기초과학 및 원론적인 과목 등을 구성하고 있는 반면, 학년이 높을수록 한의학과 의학의 세부진료과목 및 신화과목 등을 주로 구성하고 있다. 이런 구성요소를 토대로 전국 한의대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침술과 관련한 교육은 대학 당 수 십 시간을 넘지 않으며 대학마다 시간도 제각각이다. ▲경희대 한의대=경혈학 4시간, 경혈학 실습 8시간, 침구학 12시간 ▲경원대 한의대=경혈학 및 실습 10시간, 침구학 12시간 ▲대구대 한의대=경혈학 및 실습 10시간, 침구학 및 실습 16시간 ▲대전대 한의대=경락경혈학 17시간, 침구학 총론 2시간, 침구학 12시간 ▲동국대 한의대=경혈학 및 실습 10시간, 침구학 21시간 ▲동신대 한의대=경혈학 11시간, 경혈학 실습 6시간, 경혈 해부학 3시간, 침구학 총론 4시간, 침구과학 12시간 ▲동의대 한의대=경락경혈학 9시간, 경락경혈학 실습 6시간, 침구과학 10시간 ▲상지대 한의대=경혈학1 8시간, 경혈학2 12시간, 침구과학 11시간 ▲세명대 한의대=경혈학 및 실습 14시간, 침구학 16시간 ▲우석대 한의대=경혈학 및 실습 20시간, 침구학 및 실습 17시간, 침구학 및 실습 7시간 ▲원광대 한의대=경혈학 실습 4시간, 경혈학 10시간, 침구학 13시간, 침구과학 및 실습 8시간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경락경혈학 11시간, 침구학 4시간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경희대의 경우 총 교과과목 교육시간이 399시간인데 이보다 10배가량 더 많은 30000시간을 침술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국민에게 사실여부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만약 3000시간의 교육과정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이는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며 “국민이 한의사들을 전문가로 믿지 않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은 여전히 침술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일부 선진국 등에서는 침술치료 자체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할 심각한 문제를 내제하고 있는 침 시술이 과연 한의대의 교육과정을 거침으로써 해소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점에 까지 봉착했다. 최근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몸속에 한방에서 사용하는 침이 박혀있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술자가 전문가냐 돌팔이냐의 문제까지 대두된 상태인데다 한의사 국가시험에서까지 침구학 비중을 대폭 줄인다는 방침이어서 침술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침술의 건강보험 혜택을 상향조정해달라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최근 영국에서는 침술 치료 효과로 오심 등 5가지 외에 어떠한 광고도 해서는 안 된다는 권고문이 발표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더욱이 영국의 상당수 침구대학들이 파산하거나 침구과정을 폐지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자칫하면 의료관광 및 한·미, 한·중 FTA를 놓고 국제적인 문제로 확전될 가능성 까지 감지되고 있다. 의료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요즘 한의원들의 일간지 광고를 보면 의료기관인지 약국인지 구분을 못할 정도로 대부분의 광고가 약 광고처럼 하고 있다”며 “침술의 경우도 부작용이 있는 만큼 전문가 문제를 떠나 정확한 교육시간이 밝혀져야 국민이 헷갈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접수한 한방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75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방서비스 이용 후 증상이 악화된 경우 34.7%(26건), 약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21.3%(16건), 고액 진료 후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가 20.0%(15건) 등으로 나타났다. |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