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당초 한방 침일 리가 없다는 한의계의 주장은 거짓으로 탄로가 났다. 서울대병원은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노 전 대통령의 엑스레이 사진과 기관지를 관통한 침 제거 수술 경과를 전격 공개했다. 수술을 맡은 성명훈 이비인후과 과장은 이날 "기관지 내시경으로 한방 치료에 쓰이는 6.5㎝(손잡이 2㎝ 포함) 길이의 침이 폐 속의 주기관지를 관통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에 따르면 한방 침은 손잡이 부위가 폐 오른쪽 아래에 있고, 침 끝은 위를 향하여 가슴 중앙 쪽에 비스듬히 꽂혀 있었다. 침 중간 부위는 기관지를 관통했고, 침 끝은 심장 외벽에 닿았다. 침 제거 수술 당시 관찰된 상황과 흉부 CT·엑스레이 등 의료영상을 종합 분석한 결과, 침은 오른쪽 옆구리 아래쪽 부위에서 폐로 들어가 가슴 중앙 쪽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해 기관지 상단에 박힌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침이 구강을 통해 기관지 상부에서 아래로 내려와 폐에 꽂혔을 것이란 가정은 밑으로 향한 두툼한 침 손잡이가 기관지를 뚫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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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일부에선 누군가가 배 쪽에 침을 놓다가 실수로 깊게 넣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유력일간지 ㅈ일보는 노 전 대통령 측근의 말을 인용해 "노 전 대통령은 건강이 악화돼 혼자서는 거의 꼼짝을 못하고 주변 사람 도움으로 휠체어와 침대를 오간다"며 "이런 과정에서 우연히 침대에 떨어져 있던 침이 피부를 뚫고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 측근은 또 "최근 2명의 저명한 한의사가 침 시술을 했다"며 "어떻게 해서 침이 기관지에 들어갔는지를 놓고 두 사람이 다투고 난리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김옥숙 여사께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치료해 보려고 한다"며 "좋은 한약도 써보고,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오자 이걸 좀 깨우기 위해서 침을 놓았다. 그렇지만 세간에 떠도는 사이비 시술, 불법 시술 이런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1명은 한의사, 1명은 침구사인지 2명 모두 한의사인지 확실하게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초 한의계는 한의사가 한 것이 아니라 무면허 불법의료업자가 시술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해왔다. 장동민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서울대병원의 수술 경과 발표 이전 여러 언론을 통해 "기관지에 침을 놓는 한의사가 어디 있느냐, 침을 일부러 삼켜도 식도로 들어가지 기관지로 가지 않는다. 그게 정말 한방 침이었는지 진상을 밝혀내라는 회원들의 전화가 온종일 빗발쳤다"고 밝혔다. 장 이사는 또 "한의학적으로 침을 폐나 기관지 등에 찔러 넣어서 치료하는 방법은 없다"며 "한의사가 한 것이라면 의료사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침이 위험하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사건이어서 어떤 한의사가 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전체 한의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 전 대통령에게 침을 놓은 한의사를 찾지 못했다"고 완강하게 부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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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 의사는 "요즘 한의과대학 학생들을 보면 입학할 때는 큰 꿈을 갖지만 2학년 쯤 지나면 후회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면서 "졸업 후 한의사면허를 딴 한의사들 중에서 침을 제대로 못 놓는 한의사들이 의외로 많아 의료사고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한 침술 전문가는 "침을 복부에 잘못 찌르면 하루에도 수 천 번 이상 반복되는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서서히 피부 내장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서 "침은 플라시보효과(위약효과)가 대부분이며, 실제 효과보다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플라시보효과란 전혀 효과가 없는 실험처치를 피험자에게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로 인식시켰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말한다. 즉 아무 효과가 없는 약을 마치 두통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환자에게 속여 투약했을 때 실제로 환자의 두통이 나은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한방 침 제거 수술은 전문의 3명과 간호사 3명 등 의료진 6명이 투입돼 1시간 이상 진행된 피 말리는 대수술이었으나 수술의 수가는 겨우 8만8000원이었다고 한다. 침 끝이 심장과 폐혈관에 붙어 있어서 침을 제거하다가 혈관이 터지면 출혈 등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에게는 세밀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전신마취를 하려면 산소와 마취가스를 불어넣어 주는 튜브를 기관지 안에 삽입해야 한다. 그러면 기관지 안으로 수술 도구가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의료진은 내시경을 기관지 안으로 넣어 조작하면서 동시에 산소와 마취가스도 넣어주는 '환기형 기관지 내시경'을 사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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