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한약재 카드뮴 기준 완화인가

이낙연 의원 주최 토론회서 찬반 의견 극명하게 갈려… 논의 과정서 상당한 진통 예상

왼쪽부터 박태균 기자, 김재옥 회장, 이병무 교수, 오창환 교수, 권호장 교수, 박정덕 교수, 김경호 의무이사. 류경연 회장, 김진석 과장   
▲ 왼쪽부터 박태균 기자, 김재옥 회장, 이병무 교수, 오창환 교수, 권호장 교수, 박정덕 교수, 김경호 의무이사. 류경연 회장, 김진석 과장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체 식물성 한약재 417종 가운데 자주 사용되는 21종에 대한 카드뮴 허용기준을 현행 0.3ppm에서 1.0ppm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고시(생약 등의 잔류 오염물질 기준 및 시험방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려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이낙연 의원 주최의 ‘한약재 중금속 기준 개선, 타당한가’ 토론회에서 찬성하는 측은 카드뮴 기준치를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한약재라도 탕제를 하면 카드뮴 함유량이 훨씬 줄어들어 적합 판정이 나온다면서 현행 기준이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하는 측은 우리 국민들의 카드뮴 노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기준을 더 완화하면 소비자들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식약청은 현행 한약재 중금속 허용기준을 도입할 당시 품목별 자연함유량과 위해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정됐기 때문에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개선안을 마련한 바 있다.

기준 완화 대상 한약재 21종은 황련, 오약, 목향, 백출, 우슬, 택사, 창출, 세신, 저령, 인진호, 용담, 아출, 사상자, 계지, 사삼, 속단, 애엽, 계피, 향부자, 포공영, 금은화 등이다.

식약청은 지난 2005년 수입 한약재 등에서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연이어 검출되자 한약재 중금속 허용기준을 총중금속(카드뮴 포함) 기준(30ppm 이하)에서 개별중금속 기준으로 전환해 납 5ppm, 비소 3ppm, 수은 0.2ppm, 카드뮴 0.3ppm 이하로 설정했었다.

하지만 2007년 고려대 용역연구사업 조사 결과 한약재 카드뮴 함유량 부적합률이 자연산 백출의 경우 75%, 자연산 길경 78%, 재배 세신 100% 등으로 높게 나타나는 등 부적합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한약재 품질에 대한 신뢰도 저하, 고가의 구매비용 지불 및 불필요한 자원의 폐기, 중금속관리를 받지 않는 식품용도가 의약품용도로 전환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식약청은 국내 유통 한약재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카드뮴 위해평가를 한 결과 다빈도 처방 환제를 복용하는 성인의 경우 위해지수는 0.01∼0.04로 인체에 유해한 수준을 나타내는 1이하 보다 낮아 카드뮴에 의한 유해영향이 나타날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또 오염물질을 불가피하게 평생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한 1주일 단위로 정해진 허용섭취량인 잠정주간섭취허용량(PTWI)과 비교할 때 1.1∼4.4% 수준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카드뮴의 자연함유 수준이 높고 섭취량도 많아 기준설정 필요성이 인정되는 목향 등 7개 품목만 1.0ppm 등 개별 기준으로 설정하고, 나머지 품목은 카드뮴 기준을 관리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는 설명이다.

김진석 식약청 한약정책과장은 “이번 개정안은 1993년부터 2007년까지 3143건의 유통 한약재에 대한 중금속 함유량 모니터링 및 위해평가 결과와 한약재 중금속에 대한 일본, 대만, 중국, EU 등의 외국 관리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국내 모니터링 결과 평균 한약재 카드뮴 함유량은 고함유 품목도 1.0ppm 이하로 오염수준이 아니며, EU는 7000여건 모니터링 결과로 생약의 카드뮴 기준 설정 시 대부분 품목이 1.0ppm 이하 함유수준을 보임에 따라 4품목을 제외하고 일괄 1.0ppm 이하로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권호장 단국대 의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오창환 세명대학교 한방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는데, 오 교수는 “한국인의 탕제 복용 비중이 99.2%이고, 한약재에서 탕액으로 카드뮴 이행률이 7%로 나타나 변경 기준의 안전성 확인을 완료했다”면서 EU 등 국제기구와의 기준 조화와 한약재 공급 및 유통의 어려움 등을 제시하며 카드뮴 기준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또 “카드뮴 기준 개정을 반대하는 측에서 WHO가 카드뮴 기준으로 0.3ppm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1999년에 마련된 WHO 기준은 식품분야에서 차용된 것으로 의약품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기준 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경호 대한한의사협회 약무이사는 “국내 한약재 중금속(카드뮴) 기준은 외국의 기준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어 한약재를 통관 시 다량의 부적합 품목이 발생되고 있으며, 한약재 수급 및 유통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기준 완화를 주장했다. 김 이사는 “식약청이 실시한 위해성 평가에서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위해지수가 0.011∼0.044인 안전한 수준으로 나타난 만큼 과학적 분석결과를 고려해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한약재 중금속 노출이라는 오해로부터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병무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기준을 변경하기란 참으로 어렵기 때문에 처음에 정할 때 전문가 등 각계 그룹을 통해 논의를 거쳐 정했어야 했다”면서 “카드뮴 기준을 0.3ppm에서 1.0ppm으로 완화할 시 과학적 측면에서 볼 때 인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재료를 그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위생처리과정을 거친다든지 해서 현실적으로 더 저감화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경연 한국한약제약협회 회장도 “중금속(카드뮴) 기준치가 급격히 강화돼 일부 한약재 중 카드뮴이 토양에 비해 뿌리에 집착되는 양이 많은 품목은 부적합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하루빨리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중금속 기준치로 개정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2008년 한국의약품시험연구소의 중금속 시험결과에 따르면 기준치를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한약재라도 탕제를 하면 카드뮴이 줄어든다”면서 “실제로 황련의 경우 카드뮴이 0.6ppm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탕액으로 변형한 후 시험결과에서 0.04ppm으로 줄어들었으며, 오약도 0.7ppm이던 것이 오약탕에서 0.09ppm, 세신 0.5ppm이 세신탕에서 0.01ppm, 택사 0.5ppm이 택사탕에서 0.07ppm으로 나타났다”고 제시했다. 국내 한방 의료기관의 98%가 탕제위주로 처방을 해 중금속 자연함유량과 실제 흡수율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재옥(앞줄 오른쪽) 회장과 민주당 김유정(앞줄 왼쪽) 의원, 식약청 이희성(김 회장과 김 의원 사이 두 번째줄) 차장이 이낙연 의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소비자시민모임 김재옥(앞줄 오른쪽) 회장과 민주당 김유정(앞줄 왼쪽) 의원, 식약청 이희성(김 회장과 김 의원 사이 두 번째줄) 차장이 이낙연 의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는 카드뮴 허용기준 완화에 절대 찬성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현행 카드뮴 허용기준을 0.3ppm에서 1.0ppm으로 완화하려는 이유도 모르겠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우리 국민들의 카드뮴 노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기준을 더 완화하면 소비자들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수입한약재 1949건 가운데 6.8%인 133건만이 현행 카드뮴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부 부적합 한약재의 수입을 위해 기준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며 “식약청이 2006년에도 한약재의 개별 중금속기준 재개정을 추진했다가 소비자단체의 반대에 부딪친 바 있는데, 이는 국민의 보건보다는 한의약계의 이해만을 고려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김 회장은 특히 “2005년 식약청이 처음 카드뮴 기준을 마련할 때 참고했던 WHO의 한약재 카드뮴 기준이 0.3ppm으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현행 수준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도 1ppm이라는 것은 없다. EU에서도 대부분 0.2ppm이 많으며, WHO에서도 0.3ppm에서 완화시킬 의향이 없다고 했다”고 말하자 방청석에서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를 보는 것 같다”, “소비자단체의 무소불위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평소에 김 회장을 굉장히 존경했는데 오늘은 전혀 아닌 것 같다”는 등의 야유 섞인 인신공격을 해 국회 토론회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였다.

그러자 김 회장은 “오늘 토론회는 언페어(unfair)하다. 패널들도 기준 개정을 지지하는 쪽이 대부분인데다가 한의약 관련 업자들에 둘러싸여 혼자 얘기하고 있다”면서 “수많은 기준이 있는데 수입업자 편하게 하겠다고 0.3ppm이 잘못된 것처럼 호도시키느냐. 도대체 국민들이 몇 ppm을 먹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하느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김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해 말 식약청에서 한약재의 중금속 기준을 완화할 경우 한약 안 먹기 운동을 펼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박정덕 중앙대 의대 교수는 “국내 일부 카드뮴 오염 지역 주민 600명을 조사한 결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혈중 카드뮴 농도인 5ppb를 넘는 사람이 150명으로 이 가운데 10%는 신장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카드뮴 기준을 완화했을 경우 전체 국내 인구 중 카드뮴 혈중농도가 높은 1% 가량에 대한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며 보완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완화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 유지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한약재를 통한 카드뮴 노출이 비록 제한된 사람들에 대한 적은 량의 노출이지만 추가 노출로 인한 일부 민감한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건강영향에 대한 검토와 한약재의 효율적인 관리방안 도출 및 실행을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전문기자는 “한약재 중금속 기준 문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무엇보다 식약청의 잘못이 크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며 “허용기준을 높였을 때 가장 좋아하는 쪽은 중국이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인삼의 카드뮴 허용기준이 0.1ppm인데 한약재가 0.3ppm이라면 과연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모니터링 결과 평균 80% 이상이 카드뮴 부적합률이라고 했는데 실제 맞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어야 하며, 최종 제품(탕약)에서 기준을 엄격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앞서 이낙연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국민들의 한약재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동시에 한약 산업의 발전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선입견을 갖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이 아니며, 바로 정책 반영을 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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