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한약으로 병만 키웠다”

[FOCUS]소비자원, 한방서비스 피해구제 75건 분석
치료커녕 증세 악화에 급성간염 유발
40% 병원과실 입증못해 배상 못 받아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침이나 뜸 시술을 받거나 한약을 복용했다가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들이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침과 뜸, 한약 등 한방서비스와 관련된 소비자불만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자 정부 기관이나 다름없는 한국소비자원까지 나서서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소비자원은 2007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접수된 한방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75건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전격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방서비스 이용 후 증상이 악화된 경우가 34.7%(26건)였고, 한약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가 21.3%(16건)였으며, 고액 진료 후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가 20.0%(15건)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소비자원에 접수된 한방서비스 관련 소비자상담은 3188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중 피해구제 사건은 79건에 불과했다. 상담에 비해 피해구제 건수가 극히 적은 것은 소비자상담 과정에서 제공된 정보로 소비자 스스로 해결하거나 입증자료의 확보가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비자원이 설명했다.

특히 79건의 피해구제 사건 가운데 사실조사가 진행 중인 4건을 제외한 75건을 분석해봤더니 이 중 60.0%(45건)는 병원 측의 주의의무나 설명의무 소홀로 인해 손해를 배상받았으나 40.0%(30건)는 병원 측 과실을 확인하기 어려워 배상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소비자원은 한방서비스 관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방서비스 이용 중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의료진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또 신(新)한방의료와 관련해 치료 효과만을 강조하는 광고를 과신하지 말고 고액 진료비를 선납하기 전에는 가급적 진료비 관련 내용에 대해 문서를 작성하고 보관할 것을 당부했다.

■ “한방 이용 치료목적” 76%

▽76.0% 치료 목적으로 이용=소비자가 한방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이유로 ‘치료 목적’이 76.0%(57건)로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미용 및 체중감량’도 21.3%(16건)나 됐다.

▽한약 처방·조제 38.7%, 침 치료 29.3%=진료 유형별로는 한약 처방·조제 38.7%(29건), 침 치료 29.3%(22건), 신한방의료 13.3%(10건), 한약과 침을 동시에 진행한 경우 10.7%(8건) 등으로 나타났다.

▽‘증상악화’ 34.7%, ‘약 부작용’ 21.3%, ‘효과미흡’ 20.0%=소비자 피해유형은 한방서비스 이용 후 증상이 악화된 경우가 34.7%(26건)로 가장 많았고, 약해(藥害) 21.3%(16건), 고액의 진료비를 지급하고 진료를 받았으나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가 20.0%(15건), 진료 후 장기 및 인대손상 등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된 경우가 13.3%(10건) 등으로 분석됐다.

▽60.0% 손해배상 받았으나 40.0% 보상 못 받아=한방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건의 60.0%(45건)는 손해배상을 받았다. 이 중 침 치료 후 감염이 발생되거나 타 분야의 전원 및 협진 없이 진료를 진행해 증상이 악화되는 등 의료인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례가 36.0%(27건), 당초 설명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계약 조건에 대한 동의나 설명 없이 고액의 진료비를 선납하게 하고 치료 중단에 따른 잔여 진료비 환급을 거절하는 등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례가 24.0%(18건)를 차지했다. 반면 40.0%(30건)는 병원 측 과실을 확인하기 어려워 보상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표적 소비자 피해사례

▽어지러운 증상 진료 받았으나 더 악화돼=김모(남, 44)씨는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운 증상이 지속돼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를 관찰하던 중 신문에 “어지러운 증상의 80% 이상이 호전된다”는 광고를 보고 해당 한의원을 방문해 한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으나 어지러운 증상이 더욱 악화됐다. 이에 타 병원을 방문해 검진을 받은 결과, 전정기능장애(귀 안쪽에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기관의 기능 이상)로 진단받았다.

▽효과 없는 가슴확대 미용 침술=유모(여, 32)씨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가슴확대 효과가 있다는 미용 침술을 받았으나 치료가 완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용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약 반복 복용으로 위암 진단받아=김모(남, 62)씨는 위장장애로 한약을 복용하던 중 급격한 체중 감소(1주일 만에 체중이 5kg이 감소됨), 지속적인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호소했으나 추가 검진이나 타 분야의 협진의뢰 없이 3개월 동안 한약을 복용했고, 결국 타 병원에서 진행성 위암으로 확진을 받았다.

▽침 치료 후 감염 발생=남모(남, 32)씨는 허리 통증으로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은 후 허리 통증이 심해지고 열감이 느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 타 병원을 방문해 검진을 받은 결과, 침 치료 부위 근육 내 농양이 확인돼 염증제거술을 받았다.

▽다이어트 한약 복용 후 금성 간염=이모(여, 28)씨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한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던 중 황달, 소화불량, 오심,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이 발생해 타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약인성 간질환 및 급성 간염으로 확인돼 입원치료를 받았다.

▽호전 안 돼 진료비 요구하자 거절=배모(남, 55)씨는 강박증에 대한 상담을 받은 후 치료기간을 1년으로 해 상담비를 포함한 진료비 2000만원을 선납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던 중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치료 중단 및 잔여 진료비 환급을 요구했으나 병원이 이를 거절했다.

■ 한방서비스 이용 시 주의사항

▽한방서비스 이용 전 B형 간염, 당뇨 등 기왕력이 있거나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약이 있는 경우 이를 의료진에게 알려 한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한다.

▽한약에 대한 효과, 복용기간, 보관방법, 주의사항, 부작용,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의 대처방법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요구한다.

▽한약 복용 중 피로, 위장장애, 황달, 소양증, 소변변색 등의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한약 복용을 중단하고 의료진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침 부위의 국소적 열감, 발적, 부종, 지속적인 통증 등의 증상은 염증이 의심되는 증상이므로 이러한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진찰을 받는다.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광고나 신한방의료에 대한 홍보내용만을 너무 신뢰하지 말고, 본격적인 치료 전 의료진에게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신중하게 판단한다.

▽고액의 장기간 진료를 계약하기 전에는 계약을 해지할 경우의 계약금 및 잔여 진료비 환급 여부 등에 관하여 병원 측에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가급적 문서(계약서 등)로 작성해 선납 진료비에 대한 분쟁을 예방한다. 계약해지 시 무조건 선납 진료비가 환급되지 않는다는 약정은 불공정약관으로서 무효가 될 여지가 있으며, 미리 지급한 선납 진료비나 과다한 계약금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단, 미리 조제한 한약비와 같은 부분은 해당되지 않는다).
전일본침구학회가 지난해 6월 발간한 ‘침구안전의 지식’   
▲ 전일본침구학회가 지난해 6월 발간한 ‘침구안전의 지식’ 
  
■ 일본도 침 시술 안전문제로 골머리
감염·장기손상 등 부작용 급증

최근 일본에서도 침 시술의 안전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일본침구학회 연구부 안전성위원회가 지난해 6월 발간한 ‘침구안전의 지식’<사진>에 따르면 침구 시술로 인한 감염으로 사망하거나 장기손상과 피부질환 등으로 치료받는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침구안전의 지식에 따르면 1999~2007년 9년간 침구사 배상책임보험에 관한 의료분쟁건수는 침구, 마사지를 포함해 561건(연간 62건), 지출총액 2억1717만엔(연간 2413만엔, 1건당 38만7000엔)으로 나타났다. 561건 중 침구가 281건(연간 31건)으로 가장 많았고, 마사지 227건(연간 25건), 관리상 문제 53건(연간 6건) 등의 순이었다.

또 침구·마사지 배상책임보험사가 1975~2002년 취급한 과오건수는 814건이었고, 이 중 377건이 기흉 130건(34%), 절침115건(30%), 화농감염 25건(7%), 피하출혈 18건(5%), 증상악화 61건(16%), 신경손상마비 25건(7%), 기타 3건(1%) 등이 침 과오로 확인됐다.

일본침구학회는 “침구는 인체의 조직에 손상을 입히는 것을 전제로 한 물리요법이다. 안전한 범위를 넘어 손상을 주거나 비위생적 자침을 하면 중독한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며 “이 같은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 침구 시술자는 위생적인 차침조작과 안전한 자침의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연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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