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거주하는 C모(여, 52)씨에 따르면 대학 2학년인 딸 L모(여, 21)씨는 지난 7월 집근처에 있는 K한의원에서 오른쪽 발바닥과 왼쪽 무릎 등에 침과 부황 시술을 네 차례 받았다. 하지만 L씨는 침을 맞은 뒤 왼쪽 무릎이 시간이 갈수록 계속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코끼리 다리처럼 커졌으나 한의원에서는 잘못이 아니라며 분쟁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L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일산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검사를 받은 결과 ‘좌측 슬관절 화농성 관절염’으로 진단돼 25일 동안 입원해 ‘관절경하 슬관절 세척술 및 변연절제수술’과 함께 항생제주사를 맞는 등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한창 공부하고 뽐내야할 대학시절에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으면 퇴원할 때 체중이 6kg 빠졌다고 한다. C씨는 “한의사가 일부러 병을 준 것은 아니겠지만, 실수를 해놓고도 인정은커녕 환자의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네 손해사정인을 통해 검사를 의뢰한 결과 무혐의로 나왔다”면서 “한의원이 아니라 일산병원에서 검사할 때 주사기로 균이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취재진이 일산병원의 의사소견서<사진>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환자 면역기능에 이상이 없었던 상태로 증상 발현 전 좌측 슬관절로 침술을 시행 받은 과거력이 있어 침술로 인한 화농성 관절염 발생 가능성이 있음”으로 나타났다. 슬관절 화농성 관절염은 무릎관절 안에 심각한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간혹 진균성(곰팡이)인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세균성이다. 고름에 가까운 액체가 관절 안에 차게 돼 붓고 열이 나며, 벌겋게 되고, 무릎을 조금만 구부리거나 펴도 심하게 아픈 증상을 보인다. 이와 관련, 정형외과 전문의인 N모 원장은 “이 질환의 원인은 나이가 많은 분들 중에서 퇴행성관절염 때문에 한의원에 가서 무릎부위에 침을 맞거나 부황, 뜸을 뜨고 난 후 증상이 발생해 오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침을 맞게 되면 피부나 침에 존재하던 세균이 무릎관절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 자라게 된다”고 밝혔다. N모 원장은 이어 “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도 되느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의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당연히 침을 맞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S대학병원 S모 교수는 “류마티스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10명 중 6명이 침, 한약, 뜸, 부황, 봉침 등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검증되지 않은 방법은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거나 정확한 진단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환자들의 판단이 조기진단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와 치료가 가능한 전문의를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L씨는 “이제 한의원 말만 들어도 자다가 경기할 정도”라면서 “어떻게 저 사람이 의사일까. 장사꾼도 이러지 않을텐데 용서가 안 된다”며 혀를 찼다. C씨는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국민권익위원회, 일산서구보건소 등 여러 기관에 민원을 냈지만 하나같이 밝히기가 어렵다며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달나라도 가고 로켓도 쏘는 첨단과학시대에 이렇게 뻔한 증거들이 있는데도 밝혀줄 곳이 대한민국에 없다는 게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C씨는 “한의사를 용서는 못 해도 우리 가족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내려놓을까 생각해봤지만, 현재 건강하지 않은 딸의 몸 상태와 정신 상태를 지켜보면 정말 부모 입장에서 피눈물이 난다”며 “얼마 전 변호사 명의로 내용증명을 한의원에 발송했으며, 앞으로 소비자원 고발은 물론 민사소송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L씨 가족의 주장에 대해 한의원 측은 전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한의원은 손해보험사로부터 자문을 받은 결과 “검사자료 등 첨부자료상으로 검토할 때 한의원 침 치료와의 인과관계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한의원 치료 이후의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 한의원의 H모 원장은 “11년째 한의원을 하고 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면서 “오히려 환자 가족들이 한의원으로 찾아와 피켓시위를 벌이고 다른 환자들까지 돌려보내며 소리를 지르는 등 진료방해까지 일삼았다. 무고죄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방의 대표적 의료서비스인 침과 뜸, 한약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계속 늘고 있는데도 복지부에서 ‘나 몰라라’는 식으로 뒷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치료의학으로서의 과학적 근거와 검증이 불확실한 한방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늘려 나가고 있어 글로벌시대에 의료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 M병원의 Y모 원장은 “국민이 낸 일종의 세금인 건강보험료를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에 한해 사용해야 한다”면서 “과학적 근거 뿐 아니라 효과와 안전성도 확실히 증명되지 않은 한방서비스까지 보험을 적용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주장했다. 춘천 H대학병원의 K모 교수는 “한방에 비싼 값을 지불하고 몸을 망친 후 병원으로 다시 실려와 병을 치료하고 있어 몸은 몸대로 망치고 의료비용은 이중으로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1만8000여명의 한의사가 1만1000여개의 한방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한방의 비중이 3.8% 정도로 미미하지만 해가 갈수록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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