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침·뜸 교육 3000시간’ 진실공방
최 진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 “침술·뜸술 공부시간 30시간”
이석기 한국침술연합회장 “6년 과정 중 침술 교육 20학점”
송호섭 경희한의대 교수 “6년간 3000시간 교육하고 있다”
유태우 고려수지침학회장 “본과 4년간 침구학·경혈학 16시간”
최근 대한한의사협회가 “현재 전국에 있는 한의과대학 11곳과 한의학전문대학원 1곳에서 총 3000여 시간에 걸쳐 침·뜸에 대한 고난이도의 이론과 실습을 실시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통해 “침·뜸 시술은 6년의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의 경우에도 의료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고난이도의 한방의료행위이며, 뜸의 경우엔 환자에게 2도 이상의 화상을 입힐 가능성이 상존하고, 당뇨나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 등에게 함부로 시술하게 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한의과대학에서 3000여 시간에 걸쳐 이론과 실습을 통한 침구학 교육을 받고 국가의 검증을 통해 면허를 부여 받은 보건의료인인 한의사가 시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난 2007년 불법 사혈요법으로 인한 사망사건을 비롯해 2009년 무면허 쑥뜸방에서 10대 소녀가 숨지는 등 매년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해 귀중한 목숨을 잃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6년의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의 경우에도 의료분쟁 발생건수 중 침구 시술은 36.5%로 다른 치료방법에 비하여 월등히 높게 발생하고 있으며, 사고의 유형도 염증, 기흉, 신경손상에서부터 사망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침구학회에서도 2일 성명서에서 “한의학에서는 인체 내에 기와 혈에 이상이 생겼을 때 각종 이상증상과 질환이 발생한다고 보고 침과 뜸을 비롯한 다양한 한방치료를 활용해 질병의 근원을 치료한다”면서 “침·뜸 시술은 반드시 의료전문가인 한의사에게 시술받아야 안전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한의계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논거가 제시됐다. 침구사 제도 법제화를 추진해오고 있는 이석기 한국침술연합회 회장은 6일 시사주간지 ‘시사IN’ 인터뷰를 통해 “한의대 6년 교육과정 중 침술 교육은 20학점에 불과하다”며 “미국·일본·중국은 일반적으로 3년 정도의 침구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또 “한의사의 업무에 침술이 포함된다고 명시한 의료법 조항은 없으며, 한의사 면허시험 12회까지 침구 과목이 없었다”고 꼬집으며 “한의사와 침구사의 업무를 구분해 제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진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는 9일 조선닷컴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침술과 뜸술을 6년의 한의학을 공부한 한의사들에게만 허용할 것인가 또는 몇 개월의 침술·뜸술 교육을 받은 침구사(1963년까지 존재했던 자격증)에게도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요즘 사람들의 ‘스펙 쌓기’ 세태를 비판했다. 최 전 공사는 “이것은 우리 사회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 ‘외양의 간판’을 중시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사교육에 매달리고, 실제 영어 실력이 아니라 토익이나 텝스의 점수에 매달리고, 실제 침술이나 뜸을 할 줄 아느냐가 기준이 아니라 몇 년 간 한의학을 공부했느냐를 더 중요시 한다”며 “(한의대생의 경우) 실제 한의대에서 침술·뜸술의 공부시간은 30시간 이내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호섭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11일 최 전 공사에 대한 반박 글을 통해 “현재 각 한의과대학에서 환자의 질환 및 체질에 대한 진단과 침, 뜸 시술을 위한 해부학·생리학·병리학·경혈학·진단학 및 침구학을 정규과목으로 두고, 6년 동안 약 3000여 시간을 교육하고 있다”면서 “전직 외교 관리의 시각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부정확한 내용으로 그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유태우 고려수지침학회 회장은 52년 대한민국 관보를 인용, “한의사를 처음 배출할 때 검정고시로 배출했는데, 당시 검정고시 과목에는 침구학이 없었다”며 “(침구학이) 한의대 초기에는 교양과목 정도였으나 80년대 들어와서 필수과목으로 됐으며, K대 한의과대학의 경우 본과 4년간 침구학·경혈학 교육이 1986년 22시간(15학점)이었고, 93년엔 16시간(14학점)이었다”고 재반박했다. 한편 99년 한방전문의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 과정을 거친 침구학 전문의가 배출되고 있는데, 올해 기준으로 국내 침구학 전문의 수는 37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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