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복용자 95% 약제·처방명 몰라
식약청 한약재 복용량 조사방법 연구 결과 본지 단독 입수
한약재 원산지·한약 처방명 공개돼야… 한약 유해물질 위해평가 후속연구 이뤄져야
김밥 속의 밥(쌀)은 물론 식당의 김치(배추)와 갈비탕(고기)도 원산지가 표시돼 있는 마당에 식품도 아닌 의약품인 한약재의 원산지 표시는커녕 주요 약제와 처방명조차 알 수 없게 한 것은 다수의 의료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구조 속에서 의료소비자는 어떠한 원료를 사용해 한약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정보 접근이 근원적으로 차단돼 있다. 지금까지 한약에 대한 정보는 검은 색의 액체라는 점과 파우치로 포장돼 수량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의료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정보다. 이에 따라 하루빨리 한약과 제품원료인 한약재에 대한 원산지 표시가 이뤄져야 하며, 한약의 주요 약제와 처방명도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지난해 3~11월 9개월간 닐슨컴퍼니코리아에 용역 의뢰한 ‘한약의 유해물질 위해평가를 위한 한약재 복용량 조사방법 연구’ 결과 1차년도 최종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주관연구책임자인 최원석 박사는 이 보고서에서 “최근 건강이나 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한약재의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증가되고 있다”며 “급증하는 한약재 수요로 인해 유통 한약재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소홀한 수입품으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며, 유통되고 있는 한약재에서 일부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보고들이 발표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이 매우 커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볼 때 현재 국내에서는 한약재의 수급 및 유통 등 한약재와 관련한 정보의 생산 및 제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라며 “그러나 한약재의 다양한 유통 경로와 복용 형태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그동안 한약재의 유통 및 복용 등에 대한 조사 및 연구가 미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한약재의 유통 및 복용과 관련한 정책적 판단을 위한 정확한 기초 자료 및 통계적 분석이 매우 미흡한 상태라는 것이다. 최 박사는 “이에 한약재 복용량 파악을 위한 보다 체계적인 한약재 복용량 조사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통해 향후 한약재 복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한약재 위해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며, 나아가 궁극적으로 올바른 한약 복용을 위한 정책 대안을 수립하고자 한다”며 연구 배경을 밝혔다. 최 박사는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 관련 연구 결과 ▲관련 분야 전문가 대상 심층 인터뷰 진행 ▲한약재 유통채널 및 소비자 대상 예비조사 실시 ▲예비조사 결과 분석을 통해 한약재 복용량에 대한 기초 자료 확보 ▲표본 설계안 수립의 과정 등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한약재 종류는 식·약 공용 한약재 189종을 포함해 모두 500여종(대한약전 165품목, 대한약전 외 한약(생약)규격집 381품목) 이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용 한약재와 의약품용 한약재는 관리규정 및 유통경로가 별도로 구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의약품용 한약재에 비해 식품용 한약재에 대한 검사기준이 까다롭고, 상대적으로 의약품용 한약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식품용 한약재가 의약품용 한약재로 오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식품용 한약재와 의약품용 한약재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며, 실제 조사 시에는 한방의료기관을 통해 유통되는 의약품용 한약재로 조사 품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제안했다. 한약재 유통경로를 보면 생산·수입된 한약재는 수집상, 중개인, 도매상 등을 거쳐 한의원, 한방병원 등 한방의료기관으로 유통되거나 한약제조업소, 제약회사 등으로 엑기스나 분말제 등의 형태로 가공돼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한약재를 구입하는 경로는 한의원, 한방병원, 한약방, 한약국 등 한방의료기관을 통해 처방을 받아 규격품 한약을 구입하거나, 시장이나 건강원, 탕제원 등을 통해 비규격품을 구입하는 경우, 그 외 기능성식품의 형태로 가공된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 등이다. 한의원 등에서 한약을 구입하는 주기는 통상적으로 3일, 1주일, 한 달 동안 등이며, 한약원이나 한약방 등에서 보유하는 한약재 종류는 150~300여종 정도이며, 이중 자주 처방하는 한약제는 약 150여종 정도다. 최근에는 원외 탕제시설을 이용해 한약을 판매하는 곳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한약재 복용량 파악에 있어서는 한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복용량을 모르기 때문에 한약재 복용량 파악이 어렵다고 실토했다. 한약재 복용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환자별로 실제 처방된 처방전을 분석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처방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비방이라는 이유로 약재별 처방을 기록하지 않거나, 같은 약재라도 처방 방식에 따라 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처방전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처방 내용을 분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한약 복용량에 있어서는 지역적 편차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대구, 광주, 전주 등은 대규모 약령시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한약 소비가 많다는 분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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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한방병원은 전문의와 병상 수에 따라 전문수련병원, 일반수련병원, 일반한방병원 등 3가지 유형이 있으며, 한방병원도 최근 들어 척추, 중풍 등 특정 진료과목에 대해 특화하는 추세다. 보유 한약재의 품목 수는 300여종 이상이나 주로 처방하는 한약재는 약 50여종으로 한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약국의 경우 100개 처방에 한해 한약을 조제하고 있다. 한약국은 외형이나 운영방식이 한의원과 유사한 한약국과 일반약국과 유사한 한약국 등 2가지 유형이 존재하고 있다. 보유 한약재 품목 수가 300여종으로 상대적으로 한의원 등에 비해 많고 주로 처방하는 한약재 품목 수도 약 150여종이다. 한의원, 한방병원, 한약방, 한약국, 약국 등 5개 조사 대상 유통채널을 통해 처방된 한약 처방량을 분석한 결과 월평균 한약 처방량은 평균 13만4530g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한약 처방량은 한방병원이 332만1000g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한의원 11만2782g, 한약방 7만7560g, 한약국 6만632g, 약국4만7560g 등의 순이다. 유통 채널별 한약재 유통량 비중을 추정한 결과 한의원이 전체 유통량 대비 68.5%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약국 12.3%, 한방병원 11.3%, 한약국 4.2%, 한약방 3.8%로 나타났다. 한방병원은 각 병원별 유통량은 많은 편이나 전체 병원 수가 다른 채널과 비교해 적어 전체 유통량의 비중이 낮았고, 반면 약국은 전체 약국 수가 많아 비중이 높았다. 5개 유통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한약재의 월평균 유통량은 약 1414톤이며, 이를 연평균으로 환산한 한약재 유통량은 1만6972톤이다. 한약재 품목별로 월평균 유통량을 분석한 결과 40개 조사대상 한약재 품목 중 월평균 유통량이 가장 많은 한약재는 백출(4652g)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이 생강(4635g), 당귀(4618g), 숙지황(4543g), 진피(4299g) 등의 순이다. 1첩당 평균 처방량이 가장 많은 한약재는 녹각(5.57g)이었으며, 이어서 갈근(5.04g), 숙지황(4.80g), 의이인(4.69g), 황기(4.56g)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개 조사대상 엑스제재에 대해 사용빈도와 월평균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사용빈도가 가장 많은 엑스제재는 오족산, 보중익기탕, 소청룡탕, 가미소요산, 삼소음 등이며, 사용량이 많은 엑스제재는 이중탕, 연교패독산, 오적산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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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체 응답자 중 구입한 한약의 주요 약재나 처방명을 안다고 답한 응답자는 5.3%에 불과하며,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는 무려 94.7%로, 대부분의 한약 복용자들이 자신이 복용하는 한약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한약 복용회수에 대해 알아봤더니 1회 복용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52.2%로 가장 많았으며, 11.5%는 최근 1년간 한 번도 한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연평균 한약 복용회수는 1.32회이다. 여성(1.38회)이 남성(1.24회)보다 복용회수가 많으며, 30대(1.55회)가 타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복용한 한약의 총량은 평균 약 36첩으로 나타났다. 여성(38.7첩)이 남성(31.4첩)보다 복용량이 많으며, 20대(43.8첩)와 30대(42.8첩)의 복용량이 타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약 복용 후 부작용으로 인해 한약 복용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1명(0.9%)일 정도로, 대부분의 한약 복용자들이 복용을 중단할 정도의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복용 중 한약 부작용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편 한약을 먹고 약해(부작용)이 생겼다는 호소는 한방 의료분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1999∼2005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한방 관련 피해사례 구제 115건을 사고 내용별로 봤더니 약해가 27%(31건)로 1위를 차지했다. 약해를 세분해 보면 독성간염이 7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피부장애와 위장장애가 각각 2위와 3위였다. 이와 관련, 의사들은 “한약 복용이 급성간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한약 복용과 급성간염은 거의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1000여개 한약재 중 10여개만 빼고 나머지 대부분은 간염을 일으키는 독성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 한의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실명 공개를 꺼리는 전문가들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사례 중 독성간염을 포함한 약해가 많고 이런 피해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면서 “간에 문제를 일으키는 한약은 한의사가 처방한 것이 아니라 ‘○○건강원’처럼 비전문가가 처방한 것”이라는 식의 설명은 한의계 전체를 깎아내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한의사들이 첩약 처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첩약 처방 공개는 결국 비방의 공개로 인해 지적재산권의 손실을 우려하고 있고 둘째, 첩약 원료를 어떤 것을 사용할 것인가는 의료인의 고유영역이며 셋째, 처방 공개는 결국 소비자가 직접 약재시장을 가서 지을 것이어서 한의원 기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번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닐슨컴퍼니코리아에 의뢰한 ‘한약의 유해물질 위해평가를 위한 한약재 복용량 조사방법 연구’는 1차년도 연구에서 다하지 못한 한약의 유해물질 위해평가를 2차년도 연구에서 후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요구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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