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침(鍼)에 유해물질 다량 함유 ‘충격’

“침이 되레 질병 악화시켜… 침 재질 검사기준 강화 등 과학적 검증 시급” 지적
유태우 고려수지침학회장, 침 성분분석 결과 발표… 철·크롬·니켈·망간·규소 등

한의사와 침구사, 침술연구가들이 쓰는 의료용 침(鍼)에 크롬, 니켈, 망간 등 유해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보건당국의 침에 대한 종합관리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신체에 놓는 침에 이러한 유해물질이 많이 들어있을 경우 자칫 인체 내로 흘러들어가 면역체계를 교란해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충격적인 메시지다.

이러한 침의 위험성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다름 아닌 고려수지침학회 유태우(동양의학박사) 회장. 유 회장은 그동안 손을 제외한 신체 경락의 침·뜸 자극은 대단히 위험해 정부가 침·뜸 시술 자체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보건복지가족부와 국회를 향해 수차례 촉구한 바 있다.

유 회장은 “현재 한의사나 침구사, 침술연구가들이 쓰고 있는 체침 등 침은 주로 철이나 스테인리스 강(stainless steel)을 재료로 만들어졌다”며 “이러한 철침이나 스테인리스 침의 성분을 알아보기 위해 침 생산업체인 A사를 통해 스테인리스 강선을 납품받고 있는 B사의 시험성적서를 확인한 결과, 철을 비롯해 크롬, 니켈, 망간, 규소, 인, 황 등 다량의 유해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 회장은 “B사의 이 시험성적서는 올 2월 외국계 한 시험기관에서 스테인리스 강선의 성분을 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방에서 쓰고 있는 침을 대상으로 침 속의 화학성분을 분석한 검사 결과가 발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 회장은 “인체의 감각은 극히 예민해 유해한 물질이 인체에 근접하는 것만으로도 인체가 감지해 유해한 반응을 일으킨다”며 “인체의 자율신경, 지각신경, 호르몬, 혈관의 피막신경 면역체들은 유해한 느낌만으로도 인체에 나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유해물질이 들어있는 침으로 인체에 찔렀을 때 유해한가에 대한 판단은 현재로선 지극히 어렵다”며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서금요법의 ‘음양맥진법’만이 거의 정확하게 유해반응이 감지되고 있으며, 이러한 유해반응은 허약한 환자일수록 더욱 더 치명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음양맥진법에 대한 연구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박규현 교수가 약 30년간 TCD, 즉 대뇌혈류 진단기를 사용한 실험을 통해 정확성을 입증한 바 있으며, 세계적인 미국 의학침구잡지 ‘MEDICAL ACUPUNCTURE’ 2009년 볼륨 1권에 발표되기도 했다.

유 회장은 “침을 만들려면 니켈과 철강의 합금인 스테인리스가 필요한데, 니켈은 철보다도 유해한 중금속이다”며 “니켈이 강해 피부에 녹아들지 않는다 해도 피부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처럼 신체상에 일어나는 유해반응은 대단히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유 회장은 “현재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사용하는 침들은 스테인리스 강선으로 철과 니켈 자체의 독성과 유해물질 때문에 거부반응이 심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의사나 침구사, 침술연구가들이 환자에게 증상에 따라서 전신에 침을 마구 찌르고 있다”며 “침을 놓고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악화되는지 전혀 모르면서 고전에 있는 말만 믿고 나을 것으로만 알고 무턱대고 찌르고 있다”고 유 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유 회장은 이어 금속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모든 금속을 철선처럼 가늘게 만들기 위해서는 미량이기는 하나 납(Pb) 성분이 들어가야 제조가 가능하다”면서 “가는 철선이나 굵은 스테인리스 강선은 납이 들어가지 않으면 철선을 매끄럽게 만들 수가 없다”고 한다.

유 회장은 “스테인리스 침선이 경락이나 신체에 닿는 순간 거부반응으로 음양맥상이 악화되는 이유가 침선 속의 유해물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체의 경락에 침을 1개 찌를 때보다 여러 개 많이 찌를수록 음양맥상이 크게 악화되는 이유도 유해물질이 인체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보아진다”고 내다봤다.

유 회장은 “납에 중독되면 위장·혈액·신경계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납 중독과 침 시술의 부작용, 쇼크 증상과 비교할 때 거의 일치하고 있다”며 “침을 찌르면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처럼 발의 근육이 수축돼 다리가 오그라들어 불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유 회장은 또 “현재 사용하는 침 재질 속에는 크롬 성분이 상당수 들어 있어 피부에 접촉할 경우 신체의 호르몬, 자율신경, 면역계 등이 즉시 거부반응이 나타난다”며 “크롬이 신체에 접속되는 순간 유해물질이 대뇌의 시상으로 전달되고, 시상에서 시상하부와 부신피질로 즉시 전달돼 교감신경말단과 부신피질 수질에서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모든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순환 장애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특히 유 회장은 “전자침은 피부 속에서 부식된다고 과거에 문제된 적이 있었고, 일반침을 전자침으로 쓰는 경우 부식이 더 심하며, 한의사들이 많이 쓰는 구두침은 살 속에서 유해물질을 녹일 정도”라며 “모든 침은 보사수기법(침을 비스듬히 찔러 보하고 사하는 것을 말함)을 쓰고 있어 장침일수록, 많이 찌를수록, 유해물질 노출이 심할수록 인체에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유 회장은 “팔찌나 귀고리, 목걸이, 시계 줄 등의 액세서리를 사용한 후 심한 가려움증, 발진, 두드러기 등의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이 나타나는 것은 액세서리 제조과정에서 니켈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며 “반면 니켈이 포함되지 않은 순금은 신체에 접촉하거나 침으로 만들어 찔러도 그런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금으로 도금된 침이나 18K, 14K는 음양맥상 악화반응이 나와 거부반응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명나라 때 양계주가 지은 ‘침구대성’(당시 내려온 모든 침구 이론과 처방을 모아 저술한 침구학 문헌) 제4권 제침법에서는 침을 만드는 쇠에 독(쇳독·독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제독시키는 방법(일종의 침 소독법)을 언급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1882년 청나라 말기부터 침술을 영원히 중지하는 법령이 내려졌고, 1940년 국민당 정부 때는 침술 중지 법안까지 마련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약 100년간 침술을 중지하게 한 이유가 비과학적인 내용과 사고, 사망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257건의 침술사고 부작용·사망 사례를 책으로 출판해 공전의 히트를 친 ‘자침사고’(著 리우위슈 劉玉書)에 따르면 침술은 신체를 대상으로 굵고 긴 침으로 깊이 찔러 강한 자극을 줌으로써 근본적으로 위험성이 내재돼 있으며, 침술에 대한 효과가 과장된 면이 많다고 한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2007년 한 해 동안 전국 소비자상담실로 접수된 302건의 유사의료행위 관련 피해상담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소비자가 침과 뜸 시술로 부작용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경우가 각각 66.7%, 33.3%로 침·뜸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5월 경기도 안산시 P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집단 부작용을 호소한 환자 100여명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환자들이 물리치료와 침 시술 과정에서 비결핵항산균(일종인 마이코박테리움 압세수스)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되기도 했다.

검출된 비결핵항산균은 물과 토양 등에서 번식하고 종류가 100여종이 넘으며 현미경으로는 결핵균과 구분이 불가능할 만큼 흡사하지만 사람 사이에서 전염은 되지 않고 피부와 폐 등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유 회장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철침이나 스테인리스 침에 대해 국가가 신체에 사용하지 못하게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으며, 굳이 침을 사용해야 한다면 순금침을 만들어 사용하거나 현재의 침은 반드시 손에만 국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지금까지 한의계나 침구계에서 침 재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나 치료효과 유무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진단법 및 실험방법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상태”라며 “식약청도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침 재질에 대한 검사기준을 강화하거나 침의 안전성 등 과학적 연구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이 같은 지적이 앞으로 과학적 검증을 통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머지않아 침 사용이 중단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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