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 자율화’·‘침구사 부활’ 국민건강 위협하는 악법

한의협, 연속 성명 내고 두 법안 폐기 촉구… 경만호 의협 회장 후보도 반대

  
민주당 김춘진 의원 등이 발의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뜸 시술의 자율화에 관한 법률안’과 ‘의료기사에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고려수지침학회는 물론, 한의계와 의료계까지 반대하며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현수) 전국 이사회와 16개 시·도지부는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뜸시술은 특성상 환자에게 2도 이상의 화상을 입힐 가능성이 있으며, 당뇨와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 등에게 함부로 시술하게 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한의학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일반인의 시술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한의사들의 주장을 묵살하면서까지 법안이 발의됐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넘어 심한 분노를 느낀다”고 비난했다.

한의협은 “실제로 최근 부산의 모 쑥뜸방에서 불법 무면허자에 의해 자행된 뜸, 부항 등의 시술로 17세 여학생이 소중한 생명을 잃은 사고가 있었다”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단편적인 한 사례를 소개했다.

한의협은 특히 침구사제도를 부활하고 침구사를 의료기사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의 의료기사법 일부개정안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했다. 한의협은 “침과 뜸은 가장 대표적인 한방의료행위이며, 잘못 시술되면 환자의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는 위험도도 높은 시술법”이라며 “고도의 전문교육과 임상수련을 거친 한의사가 시술해야 함은 당연한 것이며, 이를 의료기사에게 떠맡기자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의료체계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뜸 시술 자율화란 미명하에 국민을 현혹해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구태의연하고 불필요한 침구사제도를 부활시켜 억지로 의료기사에 끼워 넣으려고 하는 행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해 법안 폐기를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의협은 그 다음날인 10일에도 성명을 내고 “국회 의원회관 1층에 있는 ‘침·뜸 봉사실’을 즉각 폐쇄하고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한의협은 “현재 침·뜸 봉사실은 의료인이 아닌 불법 무자격자인 뜸사랑(회장 김남수옹) 회원들이 주축이 돼 운영되고 있다”며 “이들 뜸사랑 회원들은 국가로부터 면허를 부여받은 의료인이 아니며, 따라서 한방의료행위인 침·뜸 시술을 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이 같은 침·뜸 시술이 불법적으로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것에 대해 개탄했다.

이날 성명이 있은 후 기자가 직접 국회로 가서 확인한 결과 의원회관 1층 121호에 위치한 침·뜸 봉사실의 출입문<사진>은 굳게 닫혀있었다.

이와 함께 경만호 동북아메디컬포럼 상임대표도 36대 의협 회장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에서 유일하게 의료기사법 일부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경 후보는 지난 9일 “침구사를 의료기사로 포함시키는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통해 “개정안은 의료기사법 1조 중 ‘醫師’를 ‘의사, 한의사’로 개정해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의무기록사, 안경사 등 의료기사에 대한 의사의 진료지도권에 한의사를 추가함으로써 이를 확대해석할 경우 의료기사만을 지휘 감독할 수 있는 의사의 권한을 한의사에게도 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조에 ‘침구사’를 추가하고, 3조 2항을 신설해 침구사라는 새로운 의료기사를 만들어 한의사만이 지휘, 감독을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유관단체와 아무런 논의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내는 것은 무책임한 의정활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고려수지침학회(회장 유태우)는 지난해 9월 KBS1TV에서 김남수옹이 추석특집프로를 방영한 이후부터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성명과 언론사 특별기고를 통해 신체 경혈 침·뜸의 부작용을 경고한 바 있다.

한편 문제의 이 두 법안은 지난 2월 16일 김춘진 의원 등이 발의해 다음날인 17일 보건복지가족위원회로 회부됐으며, 현재까지 상임위에서의 체계자구심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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