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러한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최원균(80) 할아버지의 영화 속 대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에서 최 할아버지의 “침 잘못 맞아”라는 대사는 최근 구당 김남수옹의 방송출연으로 촉발된 침 시술의 부작용 문제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어서 한의계는 물론 침구계, 수지침계까지 진위여부 파악에 들어갔다. 더욱이 이 영화는 전 국민의 관심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다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은 영화 속 주인공의 대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서 침 시술의 부작용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영화는 8살 때 침을 잘못 맞아 힘줄이 오그라들어 절뚝거리는 최 할아버지의 앙상한 왼 다리를 비춘다. 통증은 더욱 심해지고, 고혈압으로 인해 일어나는 두통의 횟수도 날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머리맡에는 늘 두통약이 떠나지 않으며 식사량도 부쩍 줄었다. 따라서 영화 속 최 할아버지의 대사가 사실이라면 침술의 부작용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 된다. 또 지금까지 침의 안전성을 주장해온 한의계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한의계 인사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최 할아버지가 침을 잘못 맞아 힘줄이 오그라들었다고 하는 것에 대해 명확히 사실여부가 가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의계 한 관계자는 “그럴 일이 없다. 대통령까지 본 영화인데 이런 자극적인 대사를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한의계 차원의 진위여부 파악에 들어갈 것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의계가 최 할아버지의 대사를 문제 삼기에 앞서 그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진위여부는 영화 제작사, 작가, 할아버지 중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밝히면 될 일”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최 할아버지처럼 침을 잘못 맞아 평생 불구가 됐거나 목숨을 잃은 사례가 의외로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침 시술로 인한 쇼크나 부작용 때문이다. 실제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에서는 침을 잘못 맞아 지팡이를 짚어야 겨우 걸을 수 있다거나 신경이 오그라들어 팔과 다리를 못 쓰는 사례가 즐비하다. 가까운 예로 한방병원에서 침을 맞은 40대 주부가 갑자기 숨진 사고가 있었다. 2004년 10월 14일 대구시 수성구 D대 한방병원에서 김모(44)씨가 목 뒷부분 등에 침을 맞은 뒤 혼수상태에 빠져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시간 만에 숨졌다. 김씨는 이날 오후 두통이 있다며 병원으로 찾아와 목 뒷부위와 손·발가락 등 20여 군데에 침을 맞았으며, 당시 김씨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는 “급성뇌출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07년 8월 11일 부산 수영구 모 한의원에서는 침을 맞던 성모(74)씨가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며 호흡곤란을 호소해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유족들은 평소 성씨가 지병이 없고 건강했으며 이날 침 때문에 쇼크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15일에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은 환자들이 집단으로 부작용을 호소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경기 안산시 상록수보건소는 구내에 있는 한 한의원에서 침술치료를 받은 환자 62명이 환부가 딱딱하게 굳거나 고름이 나오는 증상을 보였으며, 이중 10명은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침을 맞고 손발이 저리다거나 전신 통증, 근육이 굳어짐, 운동 곤란, 불면증, 몸살, 구역질, 어지러움, 위장병 악화 등의 부작용은 임상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침술에 대한 가이드’를 통해 △임신(임신시 침을 놓으면 자궁수축으로 조기진통이 옴으로 조산 유산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임신시에는 침을 맞지 않아야 한다) △내과적 외과적 응급상황(병세를 심하게 할 수 있으며 진단이나 치료가 늦어질 수 있으므로 금한다) △악성종양(종양이 퍼질 수 있다) △출혈성 질환자(지혈이 안 될 수 있다) 등에 대해 침술을 금기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6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발표한 ‘유사의료행위 소비자피해 실태’ 자료에 따르면 뜸을 떠서 나타난 부작용은 33.3%, 침술 부작용은 66.7%로 나타난 바 있다. 사실 침에 대한 부작용 문제는 그동안 숱하게 재론돼 온 문제지만 지난해 감남수옹이 방송에 출연해 침과 뜸을 시연하면서 더 큰 문제가 돼 현재까지도 한의계 및 수지침계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때문에 이 문제가 공론화 되면 침의 부작용 문제는 ‘워낭소리’의 대사를 놓고 또 한 번 소용돌이가 일 전망이다. 지금까지 줄곧 “신체의 침·뜸(직접뜸, 간접뜸)을 경혈·경락에 뜨면 맥박수 증가, 혈압 증가, 모세혈관 수축, 내분비 억제 등 교감신경이 긴장되거나 항진돼 모든 성인병들을 더 악화시킨다”고 경고해왔던 고려수지침학회도 “최 할아버지의 대사가 사실이라면 오히려 정부가 나서 이 문제를 전 국민에 공포하고 각별한 조심을 당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지침학회는 또 “과거 일본에서는 뜸과 침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이종단백체와 백혈구가 증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 반응이 인체에 대단히 좋다면서 뜸이나 침을 시술해야 무병장수한다느니 족삼리에 뜸뜨지 않는 사람과는 길을 같이 가지 말라느니 하면서 뜸들을 많이 떴으나 모두가 잘못된 상식”이라고 일축했다. 어쨌든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침의 부작용 문제는 이 영화의 흥행과 관계없이 반드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는 게 의료계와 의료소비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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