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환자 사관혈 자침 금물

유태우 고려수지침학회장‧동양의학박사/경락작용을 세계 최초로 확인한다(3)

  
촌구맥(음증)‧부돌맥(양증) 편차 커져
교감신경 항진 음양맥진 맥상 악화
과학적 검증 안거친 동양의학 재평가 시급

필자는 또 다른 30대, 40대 남자 2명을 실험했었다. 약 5~10분간 안정을 취하고 각각 혈압을 재보았다. 40대 김모씨는 혈압이 135/95mmHg, 맥박수는 67박으로 나왔고, 30대의 이모씨는 혈압이 132/80mmHg, 맥박수는 68박이 나왔다. 이들에게 합곡, 내관, 수삼리에 T봉(피부를 압박만하는 방법. 반창고가 붙어 있음)을 붙이고 약 2~3분 후에 다시 측정한 결과 김모씨는 맥박수가 67박에서 73박, 이모씨는 68박에서 78박까지 상승했다. 신체의 경락·경혈에 자극을 주자 이처럼 맥박수가 증가했다. T봉을 경락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김모씨에게 쌀알만 하게 직접뜸을 만들에 양손의 합곡에 1장씩 태웠다. 거의 다 탈 무렵 대단히 뜨겁다고 할 때 2초 후에 뗐다. 그리고 약 1분 정도 지난 후 혈압계를 이용해 맥박을 재본 결과 82박까지 올라가 있었고, 혈압은 135/95mmHg에서 140/100mmHg까지 올라가 있었다.

직접뜸 1장을 뜬 결과 이같이 혈압과 맥박이 급상승한 것이다. 김모씨는 직접뜸을 뜰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로 열이 상승하는 것을 느끼고, 전신에 열감이 확 나왔다는 것이다. 뜨겁기 때문에 나타난 증상으로 약간 놀란 듯 보였다.

직접뜸을 양손 합곡에 1장을 떴는데 이런 반응이 나오는데 직접뜸을 전신의 여러 곳에 몇 장씩을 뜬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김모씨의 이러한 반응을 보고서 이모씨에게는 뜸 실험을 하지 않았다. 너무 혈압과 맥박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험은 많이 실시했다.

■ 태충에 대한 실험

태충은 간경락으로서 제1ㆍ2 중족골 접합부 앞의 요함부이다.<그림> 이 부위에 침ㆍ뜸 자극을 주면 두통, 현훈, 실면 등 15가지 이상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합곡과 함께 모든 응급처치와 간·대장질환에 널리 이용하는 위치이다. 태충의 위치를 좌우 발에서 정확히 취혈한다. 그런 다음 맥박수를 30초나 60초 단위로 재본다. 그리고 음양맥진법으로 음증, 양증을 확인한다.

음양맥진법은 많은 경험을 쌓아서 굵기에 대한 비교를 확실히 하고, 그 기준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T봉이나 T침, 신수지침을 자침한다. 또는 미립대구 뜸을 2~3장을 태운다. 이같이 자극을 준 다음 맥박수를 재보면 맥박수가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은 맥박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맥박수가 느려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맥박수가 증가하며, 음양맥진에서는 맥박과 관계없이 거의가 맥상이 악화된다. 즉 음증은 촌구맥이 더욱 굵어지고, 양증은 부돌맥이 더욱 굵어져서 편차가 커진다.

위에서 합곡은 대장경락이며, 대장경락 상의 양계, 수삼리, 곡지 등 모두 동일한 반응이 나타나고, 태충과 함께 간경락에서도 동일한 반응이 나타난다. 사관혈을 중요시 여기고 있으나 실제는 교감신경을 항진시키므로 주의가 요망된다.

■ 사관혈의 부작용 증상

지금까지 이러한 사관혈에 침 시술을 해서 급체 등 응급처치를 해 왔었다. 급체는 교감신경 긴장으로 인해 위장의 운동 감퇴, 내분비(소화액) 억제로 인한 위장의 급성증상이다. 이때 합곡, 태충에 침자를 하면 교감신경이 더욱 긴장하고 부교감신경이 저하돼 구토, 구역질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즉시 음식물을 토(吐)하게 돼 급체현상이 줄어들고 없어진다.

평상시 위장기능이 좋지 않거나 허약할 때 사관에 침을 자입하면 쇼크나 긴장현상이 제일 많이 나타난다. 어지러움, 구역증, 심장 두근거림, 구토, 손발냉증, 헛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며, 심하면 졸도도 한다. 이것은 평상시 교감신경이 긴장되거나 항진됐을 때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팔과 어깨 근육까지 긴장돼 운동곤란, 근육통들이 발생한다.

일반적인 환자들 특히 성인병(즉 고혈압, 동맥경화증, 고지혈증, 당뇨병, 심장병, 암, 퇴행성질환 등)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합곡과 태충을 치료하면 교감신경을 긴장시켜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의계의 유명한 S한의사는 평생 사관혈만을 연구하고 스스로 사관에 자침(自鍼)하면서 건강관리를 하다가 2003년 70세의 나이로 갑자기 사망했다. 사관혈이 최고의 치료점으로 알고 시술하다가 70세의 나이로 책상에 엎드려 사망한 것은 뇌혈관 질환이나 심장병으로 인한 뇌혈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만 해도 한국인의 남자 평균수명이 75~76세였다. 일반인의 평균수명보다 짧게 인생을 마감한 것이다. 사관혈이 이처럼 교감신경을 긴장시키는 줄을 몰랐을 것이다.
대장경락, 간경락을 모두 실험해 보아도 합곡, 태충과 비슷하다.

■ 전통의학-과학적 실험을 통한 평가 필요

보건신문에 ‘신체의 침ㆍ뜸 이래서 위험하다’는 내용이 나가자 K모씨(80대 남자)가 “허준의 ‘동의보감’, 허임의 ‘침구경험방’ 등 수백년 내려온 의서들을 부정하자는 말이냐”면서 “건강발전에 도움이 되고 조상 대대로 내려온 2000년 전통의학을 부정하면 안 된다. WTO, 일본, 미국도 침과 뜸을 인정하고 있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동의보감’ 고전을 인정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실험을 통해 결과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지 옛날부터 내려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동양의학의 관행들은 과학적 실험을 거치지 않았다. 실제 실험을 해보면 위와 같은 반응들이 나온다. 고전 의서들의 잘잘못에 대한 평가는 독자나 의사, 환자들이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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