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침술 국제표준’ 논란 국제문제 비화

의협 의료일원화특위, “예견됐던 일”…“한방은 국민과 언론 앞에 사죄하라”

한국과 중국 간에 ‘침술(鍼術) 국제표준’ 논란이 당초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가 우려했던 대로 결국 국제문제로 비화되고 말았다.

특히 중국측의 반응은 그렇다 치더라도 WHO(세계보건기구)에서조차 한의학을 비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는 7일 ‘한방은 국민과 언론 앞에 사죄하라!’는 성명을 통해 “지난 6월 18일 대한한의사협회가 ‘한국침술, 중국을 누르고 WHO에서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다’라는 보도자료를 낸 후 본 위원회에서는 이는 명백한 허위이며 국제문제로 비화되기 전에 교정하라고 밝힌 바 있다”며 “이는 예견되었던 사건으로 결국 한방측의 허위과대선전으로 국민과 언론만 피해자가 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의협 의료일원화특위는 “당사자인 중국측은 말할 것도 없고, WHO 전통의약협력센터 다니엘라 바고찌 박사는 ‘경혈의 위치는 90 %이상 중국측 방안을 따랐다’고 밝혀 WHO에서도 한국 한방을 비판하는 언급이 나오고 있다”고 3일자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해 주장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한방의 잘못이며, 국민과 언론을 세계무대에서 모욕당하게 한 사건”이라고 지적하고 “WHO에서도 ‘한방은 중의학에서 유래한 한국에서 행해지는 전래의학’이라고 정의한 상황에서 한방만 민족주의에 기대어 허위과대 선전하는 것은 국제화 시대에 비웃음만 살뿐”이라고 비난했다.

침술 국제표준 논란은 WHO가 3년 전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의학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361개 침구경혈 부위의 국제표준을 제정하고 최근 국제표준서를 발간한데서 비롯됐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6월 13일과 18일 두 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국제표준서 채택은 WHO가 공인한 361개 경혈 부위 가운데 99%에 가까운 357개가 한의학의 혈자리를 따른 것”이라며 “그동안 중의학 중심이었던 세계 전통의학 분야에서 한의학의 용어 및 기준이 채택됨으로써 침술 분야에서 학술적 우위를 점한 것은 물론, 한의학의 안전성과 신뢰도, 호환성의 수준이 국제적으로 평가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중국측이 한국의 침구 경혈이 국제표준으로 인정됐다는 대한한의사협회의 주장에 대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관영신화통신은 4일 황룽샹(黃龍祥) 중국 중의과학원 침구연구소 부소장의 말을 인용, “361개의 표준 혈자리는 거의 100%가 중국 표준에 따른 것”이라며 “359개가 현행 중국 표준 혈자리와 똑같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또 “최근 WHO가 한국을 견책했으며, 사적인 채널을 통해 중국측에 유감의 뜻을 표시해 왔다"고 보도했다.

3일 홍콩 문회보(文匯報)도 “WHO가 최근 ‘침구경혈 부위 국제표준’을 제정한 것을 두고 침술을 ‘한국의 것’으로 삼으려는 한의학계 주장에 중국 중의학계가 반박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중국측은 “361개 혈자리 가운데 359개가 중국의 방안을 채용한 것”이라며 “한국이 근거없이 사실을 왜곡, 또 다른 문화침탈을 자행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WHO측도 중국에서 침구경혈 국제표준 설명회를 갖고 실상을 밝힐 예정인데, 현재 대한한의사협회의 주장에 비판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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