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의료대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의사들은 의료인력 추계를 위한 협의에 참석할 의사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참 다행한 얘기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제3자지불방식인 건강보험이 도입된 나라들은 병원 문턱이 높다. 중국뿐 아니라 유럽도 제때 병원에 입원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드물다.
영국은 국민건강봉사법에 의해 1946년부터 모든 나라 사람들이 영국에 오면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게 했다. 그러나 이건 말에 불과하다. 실제 영국에선 만성질환의 경우 몇 달씩 입원이 늦춰지고 있다. 프랑스나 독일 그리고 북유럽에서도 병원에 입원하기는 쉽지 않다.
오직 미국만은 의료비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면 입원이 가능하다. 미국의 병원 입원비는 거의 천문학적으로 비싸다.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것이 선진국의 현실이다. 의료시장은 원래 수요가 공급을 결정하는 면도 있지만, 공급자 임의로 수요를 조정할 수 있는 좋지 않은 기능도 가지고 있다.
생각을 달리하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은 싸움에 나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아남을 길이 있고, 살고자 애쓰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옳은 얘기다.
이번 의정갈등을 보면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겪어야 할 고비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의사가 늘어나면 의사 지위가 떨어지고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생활능력이 향상되고 건강보험이 생겨난 오늘날 늘어나는 의료요구를 충족하기에는 현재의 의사들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 의사들은 정부 요구에 대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많은 의사들이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아집을 부리는 것 같다. 더 이상 의사증원을 반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후진농업국가에서 벗어나 이제 외국에 잠수함이나 공격용 전투기까지 수출하고 있다. 방위산업이 갖는 부정적인 면을 빼고 생각해도 일부 개발도상국가에서 우리나라를 롤모델로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의사들만 뒤처져서는 안 되겠다.
일부에서는 물가와 인건비가 저렴한 필리핀이나 베트남에 가서 요양을 제대로 받으며 노년을 살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추세지만 우리나라 장래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밝은 한국의 미래를 올바로 떠받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힘을 합쳐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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