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도 필수의료, 질 제고 부분은 환자 안전과 직결"
대한투석협회, 심포지엄 열고 '국민 입장에서 바라본 혈액투석 관리 기준' 논의
국회와 학계 등 "인공신장실 기준 강화, 진입장벽·수가 보상 등 필요성 강조해
투석환자의 건강권 확보와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인공신장실 기준 강화와 수가 보상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투석은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 단순한 생명의 연장이 아닌, 가족을 포함한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투석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인공신장실 기준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투석협회(회장 이중건, 이사장 김성남)는 지난 21일 더케이호텔에서 '회원을 위한 디너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의료계뿐 아니라 학계, 국회 등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 투석 환자의 관리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하고 환자와 국민 입장에서 바라본 혈액투석 관리 기준을 논의했다.
심포지엄에 앞서 김성남 이사장은 "이제까지 인공신장실 설치기준에 대한 이야기는 의사의 논리로만 진행해 왔다"며 "하지만 우리 의사들과 다른 관점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아봐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 "국가 차원에서 만성콩팥병을 체계적으로 예방·관리하고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한 투석환자 등록, 인공신장실 국가 인증, 투석환자 진료비 지원 등의 사안이 제도로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투석과 관련된 부분은 필수의료와 연관돼 있어 누적된 제도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은 "특정 진료영역이나 전문성이 깊은 영역까지 판단하거나 정리하는 어려운 환경은 분명히 있다"며 "다만, 질 제고와 관련된 부분은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영역이지만 다른 측면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며 "다른 한쪽에서는 진입장벽의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으며, 또 환자 접근성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냐는 고민도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시설 기준을 엄격하게 한다는 것은 보편적 상식으로 질을 높이고, 환자 안전을 높여주는 효과는 있지만 그와 별개로 기준을 높게 설정했을때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정부의 입장에서는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높은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행정·재정적인 부담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기준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을수록 저항이나 반발을 어떻게 정리해 나갈 것인지와, 적정 재원을 동원할 능력이 되는지 등 종합적인 문제까지 검토해나가야 한다는 판단이다.
조 위원은 또 이런 부분은 투석협회 분 아니라 이와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학회 또는 의사회 등과 연대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제안했다.
그는 "혈액투석은 20% 정도만이 투석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며 "이 수치를 봤을때 다른 진료과목들과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장 인기과라고 칭해지는 피부나 성형 쪽의 전공의 비율은 수년전 확인한바로 40% 미만이었다. 다른 진료영역과 비교했을때 전문의 비율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때문에 투석을 시행하는 데 있어 문제를 야기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여부는 비교 평가 등도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 위원은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당 과목의 전문의가 전문성을 인정받고, 합당한 보상을 받도록 하는 등 큰 틀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격에 대한 기준들이 수가로 연동되는데 환자 안전을 유도하는 것에 있어 효과적이나, 재정이 따라갈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기준이 올라갔을 때 어느 정도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지, 보상과 관련된 총액은 어느 정도인지, 현재 보험 재정 탄력성 안에서 수용가능한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한편, 한림대 의과대학 이영기 교수는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인공신장실 설치 기준'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이 교수에 따르면 고령화로 인해 말기신부전, 특히 혈액투석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말기신부전 환자는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으로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전문적인 질 관리가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혈액투석 환자는 11만명, 복막투석 환자는 5000명, 신장이식 환자는 2만 2000명으로 총 13만명에 이르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80% 이상 증가한 수치라는 것이 학회측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말기 신질환 발생률의 연평균 변화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여러 국가 중에서 2번째로 빠르게 증가했다"며 "이처럼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투석 환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인공신장실 시설과 운영 기준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대한신장학회에서 인공신장실 시설 및 운영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연구도 소개했다.
이 연구를 통해 마련한 인공신장실 기준 권고안은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와 간호사를 둔다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의 자격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 신장학회가 인정한 수련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의사로 하되, 정기적으로 관련 교육을 수료해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자격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말기신부전 환자 수와 진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국가 정책과 지원이 부족하다"며 "투석 환자의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 인공신장실 시설 및 운영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함께 "인공신장실 시설 및 운영 기준에는 인력, 시설, 장비, 운영매뉴얼 및 감염관리 등의 내용을 유기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며 "질병관리청에서 진행 중인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인 인공신장실 시설기준 계획은 감염관리 측면 외에도 투석 환자들이 안전한 투석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준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문인력과 적절한 기준이 우선되지 못한 투석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한 연구와 관련 단체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