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협회 "인공신장실 인정 기준 제도화되는 날까지 추진"
김성남 이사장 "환자 생명 연장 아닌 삶의 질 위한 인공신장실 시설과 운영 기준 시급"
체계적 예방·관리 위한 투석환자 등록 등 필요… '투석전문의' 단어 없애고 문호 개방도
"투석은 이제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 단순한 생명의 연장의 아닌 앞으로의 가족의 포함한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
수년간 인공신장실 적정 기준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투석협회가 투석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설치기준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재차 제기했다.
이는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혈액투석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인공신장실 시설과 운영 기준은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투석협회(이사장 김성남)는 22일 더케이호텔에서 제27회 심포지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앞서 투석협회는 21일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인공신장실 설치기준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 학계와 국회 등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듣고 투석환자의 관리현황과 문제점 점검 뿐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바라본 혈액투석 관리 기준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남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신장학회와 투석협회 업무를 지난 20여년간 해오면서 고시 개정도 해봤고, 수가도 올려보는 등 회원들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며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환자가 없는 의사와 의료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관점을 다르게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했던 프로그램들이 의사들의 관점에서 설치기준을 논의했다면 앞으로는 환자와 국민들 입장에서 인공신장실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이뤄져야 합리적인 것인가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인공신장실 질 관리를 위한 시설과 운영기준 제도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전체 투석기관 중 80% 투석전문의가 들어가 있으니 20%는 투석전문의가 아닌 셈이다. 대게는 80% 정도면 충분하지 않냐는 얘기들도 나온다"며 하지만 저희가 갖는 의문은 환자나 보호자, 국민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남은 20%의 의사들에게 가겠냐라는 것이다. 전체 의료기관에서 전문성이 담보돼야 하는 환경 조성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인공신장실 질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고,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1년 '인공신장실 설치 및 운영 세부 기준 권고안'을 구성했다.
당시 만들어진 인공신장실 운영 권고안에는 △인공신장실에 투석 전문의 배치 의무화 △투석 전문의 자격기준 규정 △병상 이격거리 규정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 의료단체들과 협의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해 지금까지도 권고안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 신장내과를 세부 전공한 내과의사 수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관련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투석협회와 대한신장학회는 지난해부터 해당 사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 준비작업을 해오고 있는 상황. 현재 혈액투석 전문의사로는 기존 신장내과 분과전문의와 투석전문의 외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 신장학회가 인증한 수련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의사'를 포함하는 것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김 이사장은 분과전문의나 투석전문의라는 단어를 없애겠다고 언급했다. '전문의'라는 이를 없애고 필드의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투석전문의(신장내과 분과전문의)는 현재 1800여명 정도로 모든 의료기관을 감당하고 남을 만한 전문 인력은 확보된 상황"이라며 "다만 협회와 신장학회는 국내 인공신장실 의료환경이 제대로된 기준으로 개선하고 정착시키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작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종의 문호개방으로 기존 의료현장에서 활동하던 내과나 소아과 전문의 중에서도 일정기간 교육을 받으면 혈액투석 전문가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필수의료 중 한 분야이기에 제도개선 등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권고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를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와함께 환자 안전을 위해 교육을 통한 일정 정도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도 있다"면서 "이 사안은 분명히 의지를 갖고 해결될 수 있는 그날까지 계속 논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인공신장실 기준 강화가 새로운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부터 기준 달성 시 수가와 연결될 수 있는 부분, 또 기존에 기준을 달성한 의사들에 대한 기득권 인정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심포지엄에서는 이영기 한림대학교의과대학 교수는 국내 인공신장실의 관리 실태와 투석환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 인공신장실 시설과 운영기준에 포함할 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말기신부전, 특히 혈액투석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고령화와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으로 생존율은 낮기 때문에 전문적인 질 관리와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
실제 우리나라 만성콩팥병 환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2023년 기준으로 혈액투석 환자는 11만명, 복막투석은 5000명, 신장이식은 2만2000명으로 총 13만명인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80% 이상 증가했다.
이 교수는 "말기 신질환 발생률이 연평균 변화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여러 국가 중에서 2번째로 빠르게 증가했다"며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투석 환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인공신장실 시설과 운영 기준은 없는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투석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기 위해서는 저눈적인 의료진과 적절한 시설, 장비를 갖춘 의료기관에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신장학회에서 인공신장실 시설 및 운영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소개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에서 마련한 인공신장실 권고안을 보면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와 간호사 둔다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의 자격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 신장학회가 인정한 수련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의사로 하되, 정기적으로 관련 교육을 수료해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자격의 자격을 유지한다 등으로 돼 있다.
이 교수는 "말기신부전 환자 수와 진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국가 정책과 지원이 부족하다"며 "인공신장실 설치 및 운영기준은 정부와 전문가 단체 등의 논의를 통해 빠른 시일내에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의료서비스 질적 수준 향상과 환자 안전을 위해 환자 안전관리료 등 의료분야의 의료수가가 신설 또는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표적으로 수술실 환자 관리료, 감염예방관리료, 중환자실 입원료 등에서의 예와 같이 모두 충족한 인공신장실에서 시행되는 혈액투석 치료에 대해 '인공신장실 환자 안전관리료'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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