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추계 정확·신뢰성 없다… 사회적 합의가 우선"

인터뷰/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 이후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두고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근거로 삼은 의사 수 추계 차체가 과학적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4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대증원 등 현안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중장기 연구계획을 밝혔다. 

우선 안 원장은 의사 수 추계 자체가 변수에 따라 달라지므로 전 세계적으로 추계를 제대로 맞춘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는 방법론에 한계가 있어 추정치에 추정치를 더해 추계하기 때문에 결국 오차로 끝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의사가 양성되는 10년에서 15년 사이 사회도 변화하기 때문에 절대 맞아 떨어질 수 없다고 내다봤다. 

안 원장은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시하는 연구자료의 저자들조차 '의대 증원을 2000명 늘려야 한다'는 논리가 해당 논문에 담겨있다는 사실을 부정했다"며 "해당 논문들에는 2000 명 증원 수치에 대한 언급 또한 없는데 이러한 사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를 통해서도 밝혀졌다"고 말했다.

의료정책연구원에서는 오히려 지난 2020년 대한의사협회지에 '우리나라의 합리적 의사 수에 대한 평가(오영인 외)' 논문을 통해 2035년에눈 우리나라 의사 수가 1만4646명 과잉 공급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다양한 통계로 살펴본 우리나라 적정 인사인력에 대한 고찰(박정훈 외)' 정책현안분석을 통해 정부가 의사 부족의 근거로 활용하는 OECD Health Data의 일부 통계 외에 적정 의사인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되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고찰했다.

안 원장은 "의사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려면 지역, 전문과목 등으로 세분화해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의사수 추계에 넣는 건 전체 평균"이라며 "의료 이용률 예상과 같은 건 몇 년도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추정치가 들어가고, 대개 그런 연구 보고서는 시나리오가 여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 북미의 경우도 1980년대부터 의사수로 인해 의료비가 늘어나 의사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가 세계적으로 팽배해지자 의사를 줄였다. 그러나 10년 만에 다시 의사가 부족하다며 늘렸고, 다시 줄이자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은 '얼마나 부족할까'를 위한 의사수 추계보다는 '어떤 의료를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다이내믹하고 복합적인 셈법이 적용되는 일이기에 의사 수 추계는 제한점이 있다. 다만, 변수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를 하고 합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런 과정 없이 나온 2000명 증원에 대해 의료계가 반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안 원장은 의료전달체계 개편, 전문의 중심 병원, 인턴·전공의 제도 개편 등도 중장기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젠다 별로 단기적 대응, 중장기적 연구의 필요성 등을 잘 구분하고, 계획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큰 주제를 정부가 단기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데 따르는 부작용을 현재 경험하고 있다고 본다"며 "우리는 현재 관료주의와 전문주의 대결 구도가 극한에 치닫는 과정을 목도 중이다. 정부가 하는 일이 때론 선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안이 아니라도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연구과제로 선정해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연구과제를 개발, 추진하겠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연구결과물을 SCI(E)나 SCOPUS 등의 해외저널에 등재해 연구결과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안 원장은 임기 내에 면허관리기구를 설립하기 위한 후속 연구들을 수행하고 싶다는 의지도 전했다. 올바른 의료시스템을 확립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사면허제도가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국제적으로도 의사면허를 자율 규제하고 있는 추세다. 의사면허관리원 설립을 통해 독립된 면허관리기구를 마련함으로써 자율규제와 전문직업성이 확립돼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과 생명이 담보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며 "지난 40대 집행부에서 추진해 온 면허관리기구 설립의 지속적 진행을 위한 관련 후속연구들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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