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왜곡된 정책 강요 시 수가협상 파행… 목표는 두 자릿수"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철회와 생중계 등 선결조건 제시
협상단 "수가정상화 마지막 기회, 악순환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 (왼쪽부터)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정책단장, 최성호 부회장(수가협상단장), 최안나 총무이사 겸 보험이사

매년 5월 공급자단체와 건보공단 간의 유형별 수가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임기 첫 시작을 알린 의협 임현택 호의 의원 유형의 수가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가운데 의협 수가협상단은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선 지금, 의대정원 증원이 나닌 제일 먼저 수가부터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지난 16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인터뷰를 가지고 의원 유형별 수가협상 상황과 향후 계획을 전했다.

협상단은 "이번 협상은 정부가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붕괴시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수가협상 논의과정에서 현행 의료체계를 왜곡시킬 수 있는 어떠한 정책이라도 강요된다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협상단은 정부가 법부터 지키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율 현실화를 위해 건보공단이 얼마만큼 노력을 하고 있냐는 뜻이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서는 건보료 예상수입액 20% 내외를 정부가 지원토록 하고 있다. 14%는 정부가, 6%는 건강증진법상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토록 한다. 그러나 실제 정부 지원율은 20%를 크게 밑도는 실정이다. 지난 2022년엔 10조4992억원, 14.4% 지원에 그쳤다. 2021년에도 13.9%, 2020년 12.1% 수준이었다. 21대 국회에서 지원율 현실화를 위한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여야 이견에 본회의 문턱을 넘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해 지원 기한만 5년 연장한 바 있다.

정부가 법으로 정한 지원율을 지킬 경우 7조~8조원 규모 재정이 충당되고, 수가협상에 투입할 수 있는 재정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

최 단장은 "20%만 채워도 7조~8조원인데, 법부터 지키고 협상하는 게 순서"라면서 "건보공단은 정부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려줄 것을 질의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올해 수가협상을 통해 기대하는 인상률은 최소 두자릿수라고 못박았다.

최성호 단장은 "임현택 회장이 말한대로 두 자리수 이상 인상률이 올해 수가협상의 기본 목표"라며 "두 자리수 이상 환산지수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행위유형별(장·절별) 차등 적용을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태인데, 이런 형태로 계속 불합리한 수가 보상이 일어나 오늘날의 의료 왜곡과 문제가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체 검사, 영상 수가가 다른 행위 유형보다 높다고 하는데, 사실 살펴보면 이 행위들의 수가도 정상보다 낮은 수가"리먀 "필수 의료로 생각하는 행위 수가를 올리고 싶다면, 별도재정을 투입해서 지원해야 한다. 환산지수 쪼개기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안나 보험이사는 "지난해 최저임금, 물가상승률 모두 5%를 넘었다. 원가를 보전해주는 수가 인상을 통해 현장에서 급여수가만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SGR 모형 등 밴딩 설정에 사용되는 환산지수 모형이 부적절하다는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공단은 올해 수가협상에서 기존에 사용되던 SGR 모형 외에도 이를 개선 모형 ▲GDP 증가율 모형 ▲MEI 증가율 모형 ▲GDP-MEI 연계 모형 등을 기반으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수가협상단은 "각각의 모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참고 반영하고 있는지 밝힌 바 없고, 이 역시 지금까지의 높은 임금 상승률과 고물가 상황을 반영하긴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강창원 위원은 "SGR 모형은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를 도입한 미국에서조차 폐기한 모형"이라며 "이미 많은 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대체할 모형을 찾지 못해 기존 모형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 도입된 어느 모형을 사용하더라도 원가 이하의 수가를 정상화하진 못하는 상황이다"며 "공단의 연구 결과에 따라 정해진 순위를 무조건 적용하는 방식으론 현실에 맞는 수가 조정이 불가능하다. 연구 용역을 통해 순위에 얽매이지 않는 실효성 있는 협상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특히 협상단은 의협의 선결조건에 대해 건보공단의 입장을 먼저 듣고 진정한 협상에 임할 생각이 있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앞서 내세운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철회다. 의협은 원가 이하 수가체계에서 일부를 동결시켜 필수의료 분야에 투입하는 것은 정상화가 아닌 기형적 구조 확산이라는 이류로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회의 생중계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보험료와 진료비로 직결되는 수가협상 모든 과정을 생중계해 의혹을 불식시키고 의료 문제 원인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이유다. 

최성호 단장은 "공단에서 1차협상에서 설명한 것들이 대체로 기존에 나온 자료들이다. 기본 통계들을 그냥 준 정도인데 그 정도면 그냥 할 수 있었지 않나 싶었다"며 "미국이나 일본은 녹화해서 공개하는데, 우리나라도 투명하게 협상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 2차협상에서는 의협의 연구자료를 공개하는 것이므로, 회원들에게 이를 실시간으로 알리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안나 보험이사도 "이번 수가협상은 예전과 다르다. 개악으로 가고 있지만, 정부도 의료를 개혁하겠다는 취지를 내걸었다"며 "이번 수가협상이 고질적 수가 문제를 정상화시키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가 협상 논의과정에서 현행 의료체계를 왜곡시킬 수 있는 어떠한 정책이라도 강요된다면 협상단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다"며 "협상단은 여느 수가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 협상 또한 일차 의료와 필수의료의 가치가 왜곡되고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