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처방 한약 문제 많다

[시론]

한약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약의 안전성 논란은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데서 문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한약은 쌀보다 안전하며, 특히 한의원에서 처방받은 한약은 더욱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23일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우리나라 한방의 대표 보약 처방인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이 KGLP(비임상시험관리기준) 인증기관인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의 안전성(독성) 시험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한의학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십전대보탕이 경험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아주 안전한 한약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최근 일고 있는 한약의 안전성 문제를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이 연구결과를 믿어야할지 도대체 헷갈린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상당한 우려와 의구심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선 이 연구의 의미가 있으려면 현대의학처럼 과학적 시설기준을 갖춘 제약회사에서 십전대보탕을 만들고, 그것이 KGLP 기준 하에 안전성 시험을 통과한 후 각 한의원에 동일하게 공급되던가, 아니면 각 한의원에서 만든 십전대보탕이 개별적으로 KGLP 기준 하에 안전성 시험을 통과해야 할 것이라고 의료일원화특위는 지적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각 한의원에서 십전대보탕에 넣는 한약재의 성분이 균등한지, 정말 안전한지 논란이 되는 상태에서 이러한 결과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의사협회에서 대표적 건강음료인 ‘비타 500’을 쥐에게 투여 후 독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현대의약은 독성이 없어 안전하다’고 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어떤 반응이 나올지 한의사들은 한번 상상해보라고 충고까지 했다.

국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도 공식 발표한 한약 간독성 보고서(2005년, 2006년)에서 독성 간 손상의 원인 중 가장 큰 물질이 한약이며, 그중에서도 ‘한의사에 의한 것이 가장 많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약으로 간 독성을 경험한 환자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약이 안전하다고 국민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은 무리가 많다. 더구나 국제무대에서 이를 받아들여질지는 더욱 의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2008년 하반기부터 100㎡이상 음식점에서 쇠고기 뿐 아니라 쌀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2009년 1월부터는 배추김치, 돼지고기, 닭고기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동네식당도 식재료의 원산지를 표시해 품질관리를 하고 있는 마당에 하물며 의약품으로 쓰이는 한약은 무슨 이유로 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있단 말인가.

한의사협회 유기덕 회장의 공약 중 하나인 ‘동네한의원 살리기’가 문득 생각난다. 유 회장은 잔여임기가 다 돼 가는데도 아직까지 동네한의원을 살리는 방도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의학이 더 이상 환자들로부터 불신 받지 않고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십전대보탕이 안전하다’고 자꾸 주장할 게 아니라 ‘한의사와 한약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부터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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