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전대보탕’ 안전성 연구결과 논란

한의학연구원, KGLP 안전성 인정… 의협 의료일원화특위, 우려와 의구심 제기

우리나라 한방의 대표 보약처방인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에 대한 안전성 연구결과를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평가가 전혀 다르게 내려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형주)은 한의학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십전대보탕이 처음으로 안전성(독성) 시험기준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았다고 23일 밝혔다.

한의학연구원은 이번에 KGLP(비임상시험관리기준) 인증기관인 한국화학시험연구원으로부터 안전성 시험 결과 체내에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음으로써 최근 일고 있는 한약의 안전성 문제를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십전대보탕은 기(氣)와 혈(血)이 허할 때 치료하는 한방의 대표적 한약으로 기를 보충하는 사군자탕, 혈을 보호하는 사물탕을 합한 팔물탕(八物湯)에 음양(陰陽)을 고르게 한다는 육계(肉桂), 황기(黃芪)를 추가한 처방이다.

이 연구사업을 주도한 한약제제연구부 신현규 박사팀은 십전대보탕에 대해 ▲급성 독성시험(1회 단회경구투여) ▲장기투여 독성시험(13주 반복경구투여) ▲유전독성 시험(소핵, 염색체 이상, 복귀 돌연변이) 등 3가지 시험을 거쳤다고 밝혔다.

신 박사팀은 급성 독성시험 용량으로 5000㎎/㎏을 투약했으며 암․수 모든 동물에서 이상변화가 관찰되지 않았고, 13주 반복 경구투여하는 장기투여 시험 및 유전독성시험에서도 안전한 약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장기투여 관련 랫트(휜쥐)에 13주간 투여시 독성이 없는 안전한 약물로 작용했으며, 무독성량(NOAEL:유해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최대 용량)이 2000㎎/㎏으로 판단돼 인체에 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신현규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한방의 대표적인 보약 처방인 십전대보탕이 경험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아주 안전한 한약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향후 지속적으로 한약의 안전성을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위원장 유용상)는 24일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상당한 우려와 의구심을 제기했다.

의료일원화특위는 “이 실험이 의미가 있으려면 현대의학처럼 과학적 시설기준을 갖춘 제약회사에서 십전대보탕을 만들고 그것이 KGLP 기준 하에 안전성 시험을 통과한 후 각 한의원에 동일하게 공급되던가, 아니면 각 한의원에서 만든 십전대보탕이 개별적으로 KGLP 기준 하에 안전성 시험을 통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각 한의원에서 십전대보탕에 넣는 한약재의 성분이 균등한지, 정말 안전한지 논란이 되는 상태에서 이러한 결과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의료일원화특위는 “십전대보탕은 여러 한약 중에서 차로도 만들어먹을 만큼 비교적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는 한약중 하나인데, 만약 의사협회에서 대표적 건강음료인 ‘비타 500’을 쥐에게 투여 후 독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현대의약은 독성이 없어 안전하다’고 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어떤 반응이 나올지 한의사들은 한번 상상해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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