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하트’로 촉발된 한약 부작용 전쟁… 전면전 확산 조짐
의사, “한의사 처방 한약 여전히 안전 문제 심각… 철저히 검증해야”
한의사, “한액재, 쌀만큼 안전하다… 한의학 죽이지 못한다” 반박
국민들, 누구의 말 믿어야할지 헷갈려… 복지부, 입만 다물고 있어
의사와 한의사의 한약 부작용 전쟁이 새해 벽두부터 국회와 방송사가 있는 여의도에서 처절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의 안전 문제가 여전히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의사들은 한약 부작용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소시켜 주기는커녕 “한약의 전문가인 한의사에 의해 한의원에서 처방되는 한약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유기덕)는 한술 더 떠 “한약재가 쌀만큼 안전하다”며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한의사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현실과 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반발하며 “한의사에 의한 한의원 한약 역시 안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경고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할지 그저 헷갈릴 뿐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 산하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위원장 유용상)가 새해 들어와 한약 부작용 관련 서적 3권을 국회의원 299명에게 전격 배포, 한약 부작용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의사협회 의료일원화특위가 국회의원에게 배포한 책은 산재의료관리원 창원병원 남복동 과장이 저술한 ‘미안하다 한의학, 보약이 있다구요! 그게 뭔데요!!’(아이올리브 출간)와 일본 의사인 고 다카하시 코세이 박사가 저술하고 권오주(권오주의원) 원장이 번역한 ‘한방약은 효과없다’ 및 ‘한방약은 위험하다’(보건신문사 출간) 등이다. ‘미안하다 한의학…’라는 이 책은 건강에 관한 재미나는 이야기와 함께 전세계에 유일한 대한민국의 모순된 의료제도의 문제점과 한국사회에 만연해 터무니없이 지속되고 있는 불량 의학의 존재 방식에 대해 큰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그 대안으로 미래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의료제도 방식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한방약은 효과없다’ 및 ‘한방약은 위험하다’는 책은 ▲묵인해서는 안 될 한방약 부작용 ▲한방약이 심사없이 보험에 채용된 뒷사정 ▲‘한방약은 효과가 없다’고 단언하는 근거 ▲‘한방약이 안전하다’는 거짓말 ▲중국 전통의학의 중대한 결함 등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한의사들이 발끈했다. 한의사협회는 지난 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족의학인 한의학을 말살하려는 책동”이라며 “전 국민과 함께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의사협회는 특히 “의사협회여 이제 정신 좀 차리시오! 한의학 폄훼 서적을 국회의원에게 아무리 배포해도 한의학을 죽이지 못한다”며 “의협은 배포된 서적을 즉각 회수하고 전 한의사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의료일원화특위는 “한마디로 반박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하고 “한의사협회야 말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의사의 진찰을 받아볼 것을 권유한다”고 되받아쳤다. 의료일원화특위는 회원 게시판 등을 통해 “이미 각각 2년 전, 수개월 전에 각계에 발송했던 책들이고 최근 미발송된 곳에 모아서 책을 보낸 것인데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의사와 한의사가 명분과 실리를 내걸고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한약 부작용 전쟁이 결국 국민 다수가 시청하는 TV 브라운관으로 옮겨지고 말았다. MBC 수목드라마 ‘뉴하트’에서 한약 복용이 간수치를 상승시킨다는 내용을 방영한 데 따른 것이다. 뉴하트 제작진은 지난 2일 6회분 방송에서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한약 복용이 간수치를 상승시킨다”고 말한 장면을 내보낸 데 이어, 3일 7회분에서도 한 환자가 병실에서 한약을 먹고 있는데 다른 환자가 “이걸 먹으면 간수치가 올라가 수술하는데 지장이 있다”며 한약팩을 팽개치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에 분개한 한의사들은 4일 MBC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MBC는 즉각 사과하고 담당 PD와 작가를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 최방섭 회장은 “MBC 드라마 뉴하트에서 방영한 한약팩을 팽개치는 장면은 한의학의 폄하이며 한의사에 대한 모독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MBC 뉴하트 제작진은 9일 8회분 방송 자막을 통해 “지난 6회와 7회 방송 내용중 한약이 간수치를 상승시킨다는 것은 한의사의 처방없이 일부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약제에 관한 것이었다”며 “한의사의 처방에 의한 안전한 한약과는 무관하다”고 사과했다. 또한 “이는 수술전 약물 오남용 문제를 강조하기 위해 언급한 것이었다”며 “시청자 여러분께 한약 및 한의학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로써 뉴하트로 촉발된 한약 부작용 전쟁은 MBC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의사들이 MBC의 사과 내용을 문제 삼고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현실과 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것이다. 의료일원화특위는 11일 ‘MBC 드라마 뉴하트에서의 한약 논란에 대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그동안 한약은 중금속, 농약문제 등으로 안전성 문제가 숱하게 제기돼왔다”면서 “문제는 시중에서 제약없이 유통되는 한약뿐만 아니라 ‘한의원에서 한의사에 의해 처방되는 한약’도 안전 문제에 관한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일원화특위는 또 국립독성연구원에서 최근 발행한 ‘독성물질 국가관리체계 구축사업 연구보고서 제4권(KNTP, 2005)’을 인용해 한약의 간손상 증례를 제시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림대 김동준 교수가 2005년 5월부터 10월까지 전국 17개 대학병원에서 독성 간손상 증례 110례를 수집해 다기관 공동연구를 실시한 결과, 원인물질로 한약이 26례(33.0%)로 가장 높았고, 원인물질의 처방 또는 판매자의 분류에서는 한의사에 의한 것이 23례에 달했다. 또한 지난 2006년 6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발표한 한의약 관련 의료분쟁 피해구제 신청(1999년 4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가운데 115건을 진료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한약과 관련된 피해가 54.8%인 63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강조했다. 이중 약해 사고 31건 중 22건은 간세포가 파괴되는 독성간염이 발생한 것으로,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김모(59)씨는 퇴행성척추증으로 한방병원에서 한약 처방을 받았다가 한약재에 포함된 독성 성분으로 인해 급성진행성간염에 걸려 간기능 악화로 사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의사협회 법제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사례로 보는 의료분쟁 백서’에서도 약물 사고가 129건으로 20.5%였고, 한약의 경우 감염으로 인한 의료사고가 50.5%로 가장 많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료일원화특위는 “이러한 예만 보더라도 ‘한의원에서 한의사에 의한 한약’역시 안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함은 명백하다”며 “한의사의 양심문제와는 별개로 현행법상 한약이 현대의약과 같은 레벨의 독성, 임상시험을 요구받지 않는 한 구조적으로, 지속적으로 더욱더 크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의료일원화특별위 유용상 위원장은 “MBC 뉴하트 게시판에서 이번 파동이 의사들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등 근거 없는 망언을 한 네티즌들에 대해서도 사과를 요청하며,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오주의원 권오주 원장은 “우리나라 한약정책은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현대 과학적 접근이 아예 도외시돼 현재 국가 발전에도 오히려 해가 되고 있다”며 “한약도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원한의사협의회(회장 최방섭)는 14일 MBC 뉴하트 제작 관계자들을 ‘한의사 신용훼손죄’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최 회장은 “피고소인들은 6, 7부에서 문제가 된 장면은 재방송 등에서 삭제하기로 약속까지 했음에도 인터넷서비스인 iMBC를 통한 재방송에서 문제 장면이 그대로 방송됐다”며 “이는 의사들의 자문을 받고 있는 피고소인들의 저의가 다분히 계획적이었던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정초부터 다시 불붙은 의사와 한의사의 한약 부작용 전쟁이 법적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전면전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그러나 정작 입장을 밝혀야할 보건복지부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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