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 유훈 박사를 기린다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유훈(兪焄) 박사는 세상이 다 아는 유명한 행정학 권위자다. 서울대학교에 행정대학원이 생겨난 후 그 교수요원으로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교에 유학한, 한국 최초의 행정학 박사이기도 하다. 행정대학원 원장도 세 번이나 하셨다. 젊어서는 행정고시에 응시해서 관직에 올라갈 수 있는 길도 있었지만, 서울대학교에 오셔서 일생동안 행정학자로 업적을 쌓았다. 

내가 보건대학원에서 교수로 있다가 보건대학원 원장이 되니 모르는 것이 많았다. 보건대학원에서는 그 당시에 강원도시범보건사업을 춘천 근처의 춘성군에서 시작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지원하는 이 사업에는 많은 재원이 필요했다. 

지방예산만으로는 시범사업을 하기 어려워 국고보조금을 받고자 했지만, 아는 사람들이 없어서 막막했다. 그때 행정대학원장으로 있었던 유훈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흔쾌히 내무부의 고위관료를 소개시켜 줬고, 그 결과 큰 예산이 배정돼 춘성의 시범보건사업은 날로 발전하게 됐다.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워지자 하루는 지방에 있는 군수들이 초청한 자리에도 참석시켜 줘서 여러 고을을 다니며 대접을 잘 받은 일이 있다. 내가 서울대학교를 퇴직하고 한가했을 때는 유훈 박사의 추천으로 경기도 도민들의 향우회에 나가서 강의한 일도 있고 인천향우회에도 갔던 기억이 난다. 

참으로 고마우신 분이다. 내가 알기에 유훈 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물러나 한때 경기개발연구원을 맡아 많은 일을 하셨다. 그가 쓰신 회고록도 보내주셔서 잘 읽었다. 

옛말에 새가 죽을 때 우는 소리는 슬프고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하는 말은 모두 착하다고 했다. 현직에서 물러나 말년을 한가하게 보내는 나로서는 옛날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유훈 박사에게 큰 도움을 받고 살아온 과거의 고마움을 이런 형식을 빌어 글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나타내고 싶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대인관계에 있다고 여겨진다. 세상에는 좋은 분도 많고 반면 좋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좋은 인연으로 유훈 선생님 같은 큰 분과 관계를 가졌던 것이 더욱 새삼스럽다. 

또한 행정대학원에서 개설하고 있는 고위정책과정에도 출강해 정·관계 고위인사들과도 알게 됐다. 이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유훈 박사의 큰 덕을 새삼 느낀다. 서울대학교에서 한평생 지내면서 많은 혜택과 은혜를 받은 분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한 분이 유훈 박사다.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도 노익장하시고 만수무강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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