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월 '2023~202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통해 밀 자급률을 2027년까지 8.0%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 국산 밀 육성과 소비 확대를 위한 예산 94억원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승남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윤석열 정부는 2027년까지 밀 자급률 8%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국산 밀 전용제분시설 설치 사업(90억 원)과 △밀·콩 등 식량작물 소비기반구축 사업(4억원) 예산 94억원을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했다.
말 자급률 8%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밀 재배면적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산 밀 가격·품질 경쟁력 제고와 국산 밀 소비기반 확대가 필수적이다.
특히 정부는 과거 충분한 국산 밀 소비 기반 구축 없이 밀 재배면적만 확대하는 정책을 펼쳤다가 2013년과 2014년, 2017년과 2018년에 국내 밀 생산량이 국산 밀 원곡 수요인 2만 톤을 크게 초과하면서 남는 밀을 해소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남아도는 밀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2013년과 2014년에는 군인 급식에 사용되는 밀과 밀가루를 국산 밀로 대체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2016년 생산된 밀 1만톤을 소주의 원료로 사용하도록 주정용으로 특별처분하는 한편, 2019년에는 1983년 폐지한 국산 밀 수매제도를 35년 만에 부활시켜 밀 1만 톤을 시장 격리했다.
따라서 정부가 밀 재배면적 확대 정책을 추진해 밀 자급률이 2025년까지 5%로 상승할 경우, 국산 밀 공급 과잉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은 '국산 밀 자급률 5%를 달성하여 밀 생산량이 12만 톤으로 증가할 경우, 밀 수매제도를 통한 비축량 확대, 군급식 및 학교급식 등 먹거리 공공시장 국산 밀 전환, 제면·제과·제빵 등 국산 밀 사용 확대 등을 통해 국산 밀 수요를 △민간 3만2000톤 △시장 확대 5만8000톤 △비축 3만톤 등 총 12만 톤 규모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 국산 밀 수요를 확대할 수 있는 △국산 밀 DAY 식비 지원 예산 5000만원 △국산 밀 DAY 인식 제고 예산 5000만원 △국산 밀·콩 활용 단체급식 우수사례 공모전 예산 5000만원 △수확기 맞이 마케팅·판촉 예산 5000만원 △우수 소매점 발굴 및 지역축제 연계 행사 예산 5000만원 △국산 밀·콩 매체 활용 홍보 예산 5000만원 △국산 밀·콩 제품 온·오프라인 판매전 예산 1억원 등 밀·콩 식량작물 소비기반구축 예산 4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또 국산 밀 판매가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제분비로 제분공장이나 제분규모 등에 따라 밀 원료곡 40kg당 제분비는 적게는 3520원, 많게는 6285원으로 약 2765원 가량 차이가 발생하나, 국내에는 대기업 제분시설을 제외하면, 국산 밀 전용 제분시설이 전남 구례군 구례우리밀가공공장 단 1곳밖에 없어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국산 밀 전용 제분시설을 확충해 국산 밀가루의 품질이 향상될 경우, 국산 밀을 재배·가공하는 농가들이 대기업에 국산 밀에 대한 제분을 위탁해서 얻는 이익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국산 밀 가공 과정에서 얻을 수 있어 국산 밀 전용제분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나, 정부는 국산 밀 전용제분시설 설치 예산 90억원도 전액 미반영했다.
김승남 의원은 "정부가 밀 자급률 8% 달성하려면 국산 밀 공급 확대보다 수요 확대가 중요한데, 정부는 수요 확대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산 밀 수요 확대의 중요성을 간과해 국산 밀 소비기반 구축 사업 예산 등을 전액 삭감한 채 밀 재배면적 늘리기에만 골몰하면, 과거 발생했던 국산 밀 공급 과잉 사태가 재발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밀 자급률 확대를 위해 밀 소비 확대를 위한 예산을 재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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