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오리농장 종사자가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려 사망했다는 뉴스를 봤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양이들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려 죽은 경우가 꽤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내가 의과대학에 다닐 때는 사람에게 옮겨지는 전염병은 인수공통전염병과는 대개 구분된다고 했다.
근래 우리나라에서는 가축들에게 만연해서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인플루엔자와 소에게 많이 걸리는 구제역, 그리고 오리나 닭에게 옮겨지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자주 발생했고 경제적인 피해도 컸다.
이런 가축들에게 옮겨지는 전염병이 이제는 사람에게도 전염돼 만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닭과 오리를 많이 사육하는 동남아지역에서는 아직은 드물지만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려서 고생하거나 죽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전염병이 여러 동물 간에 옮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죽고 닭과 오리가 병들고 이제는 사람들마저 이런 병에 걸릴 가능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소화기전염병의 경우에는 전파도 느리고 전염도 한정돼 있었다. 두 번에 걸친 콜레라의 세계적 유행은 몇 해씩 걸려 세계를 휩쓸었다. 중세기 유럽 인구의 1/3을 희생시킨 흑사병도 오랜 시간을 거쳐 쥐에서 사람으로 옮겨졌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과정은 보통 수년 내지 수십 년이 걸렸다.
하지만 호흡기 전염병인 조류인플루엔자는 그렇게 오랜 시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 고양이들을 거쳐 사람에게 옮겨지는 시기가 멀지는 않은 것 같다. 다행히 사람 사이의 대유행이 당장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세상이 더 복잡해지고 애완동물이 늘어난다면 이런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이 우리나라에서도 생겨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원시 수렵사회 이후 인간이 각종 동물을 가축화하면서부터 인수공통전염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수공통전염병에 더해 애완동물을 통한 사람의 전염병이 늘어날까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이 변할 것이고 그 속도도 더욱 빠를 것이다.
나는 애완 고양이나 개를 키우지는 않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나 강아지를 반려묘, 반려견으로 키운다. 늘어만 가는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어느 정도 효과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반면 애완동물을 통한 전염병도 걱정해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착잡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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