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의료공백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진료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내과의사들은 여전히 안전성이 떨어지고 법적 책임이 크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오진 위험성 역시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는 20일 회원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진료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 "비대면 진료 안전성 확보와 법적 보호장치가 우선"임을 촉구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진료하는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진행됐다. 계도기간에 대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평가도 진행하지 않은 채 비대면진료 대상 확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설문조사는 8월 17일부터 25일까지 총 9일간 모바일 및 인터넷 응답을 통해 이루어졌고 전국에서 총 412명의 내과의사회 회원들이 참여했다. 응답자 92.7%가 일차 의료기관 근무자였다. 지역별로 서울·경기 지역 회원이 56.3%로 다수를 차지했다.
안전성·법적책임 문제로 대부분 '부정적'
우선 응답자 대부분인 60%는 비대면진료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지난 2022년 대한내과의사회를 포함한 4개 전문과목 의사회원 2600여 명이 참여한 비대면 진료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비대면 진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은 72%에서 60%로 다소 감소했지만, 실제 진료 참여율이 73%에서 46%로 대폭 감소했다.
이를 두고 내과의사회는 "이는 감염병 위기 단계의 하향으로 비대면 진료의 요구량이 줄어서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며 "77% 회원들은 오진의 위험성을 포함한 안전성의 문제에 우려하고, 98%의 회원들이 법적책임에 대한 면책 조치가 없는 것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의료기관이 비대면 진료의 시행 의지가 있어도 안전성이 낮은 진료에 대해 대면 진료와 동일한 법적책임을 갖게 된다는 지적이다.
또 의료사고와 관련되어 제반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가혹한 형사처벌 위주로 결론이 나고 있는 최근 우리나라의 반복된 판례에 따른 진료 현장의 위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비대면진료 참여자 약 60%는 음성 전화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시범사업 기간 중 비대면진료 환자 90%가 만성질환자였다. 장애인이나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자가 대부분이었다. 도서벽지 거주자나 희귀질환자 등 정책 주 대상자인 의료 취약계층 비중은 5% 미만에 그쳤다.
초진 허용은 95%가 반대… 이유는 오진과 불확실성
특히 비대면진료에 있어 가장 큰 쟁점인 초진 허용 문제는 95%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설문조사 때의 90%보다 더 증가한 수치다.
초진 허용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결국 비대면 진료 자체를 반대하는 이유인 오진의 위험성과 수진자 확인의 불확실성 때문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 기간에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대상 환자군의 90%는 만성질환자였고 그중 장애인 또는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자들의 진료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비대면 진료의 본래 취지인 의료 취약계층 섬 벽지 거주자나 희귀질환자의 진료는 5% 미만이었다.
"만성질환 중 고혈압이 높은 빈도?… 적절한 진료였는지 의문"
내과의사회는 9월 14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진행된 비대면 진료 공청회와 함께 배포된 자료를 살펴보면 비대면 진료가 시행된 만성질환 중 고혈압이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했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내과의사회는 "혈압은 진료 의사가 직접 측정하는 행위가 매우 중요하고 대면 진료 중에 환자의 호흡과 맥박, 안색과 체형을 확인하면서 현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며 "고혈압 치료에 있어서 현재의 낮은 자가진단 기기의 보급률을 고려하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정확하고 적절한 진료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고 꼬집었다.
이와함께 경증질환으로 분류된 급성기관지염, 급성 비인두염, 알레르기비염과 같은 호흡기감염 증세에 대해서도 감별진단이 중요하고 오진의 위험이 커서 제한적인 진찰 과정을 통해 안전한 진료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반문했다.
비대면진료 수혜자는 플랫폼인가?
정부가 적극 도입하려는 야간, 휴일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기에는 계도기간의 현황을 바탕으로 제시한 내용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도 언급했다.
야간, 주말 및 공휴일에 진료하는 기관이나 응급진료기관이 존재하며, 이 시간대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도 실제 진료를 수행하는 기관은 그 시간에 진료하는 기관일 가능성이 크고 단순 편의성을 높여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내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확대의 진정한 수혜가 누구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반문하게 된다"며 "이는 결국 플랫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내과의사회는 정부가 시범사업 계도기간 이후 비대면진료 범위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의료소비자의 요구는 감소하고, 진료 안성의 부족과 법적 보호가 미흡한 환경으로 인한 의료공급자들의 의지 역시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의료기관과 환자들의 요구사항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도를 이끌어가는 것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내과의사회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회원들은 정확한 수진자 확인과 진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진의 위험성이 커지고 법적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찬성보다는 반대 및 유보입장이 더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산업화의 미명아래 우후죽순 생겨난 플랫폼들의 고사를 막기 위한 무리수를 둔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을 유발할 것"이라며 "또 국민 건강권에 위해를 가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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