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영양은 영양사와 함께

김기남 대전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한국영양학회)

김기남 대전대학교 교수

최근 한 영양사가 예능에 출연하면서 피급식자에게 요구되는 균형있는 영양소와 맛, 식감을 고려한 식단을 토대로, 식재료별 조리구역과 사용도구를 구분하고 식재료를 다루는 등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해 급식을 제공하는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이 모습은 급식 책임자로서의 영양사 역할이 왜 중요한지를 전 국민에게 각인시켜줬다.

영양사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 또 다른 사례로 2021년 군부대 부실급식 논란을 들 수 있다.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고, 이후 시범사업을 통해 영양사를 군단급 부대에서 사단급 부대까지로 확대 배치하기로 했으며, '선(先)식단편성, 후(後)식자재 조달'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깜짝 놀랐다. 아니 집단급식소에서, 미리 짜여진 식단 없이 그날 수의계약으로 들어오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경영'은 커녕 '관리'조차 하는 사람도 없었다니…

이러니 배식 중 짜장 소스가 떨어져 뒷사람은 고추장소스 얹은 자장면을 먹었다 하고, '콩밥보다 못한 짬밥'이라는 오명이 붙을 수밖에. 잔반은 또 얼마나 많았을 것이며, 군장병이 한 달에 간식비로 쓰는 돈이 월 평균 15만원이라더니 한창 먹을 장정들이, 우리네 아들들이 나라를 지키며 최소 1년 반씩 영양 불균형까지 겪었다는 것에 기가 막힌다.

영양사는 급식 경영전문인이자 국민의 건강과 영양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인이다. 영양사는 단체급식소 외에도 초중고에서 학생들의 영양교육을 함께 담당하는 영양교사, 식사요법이 필요한 입원·외래 환자의 영양관리를 담당하는 임상영양사도 있다. 그밖에 보건소나 급식관리지원센터에서 영양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영양사도 있고, 약국 등에서 상담이나 교육을 하는 영양사도 있다.

영양사란 명칭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전문대학 이상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이수요건을 갖춘 사람으로 △국가시험에 합격해 보건복지부 영양사면허를 취득한 사람에 한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한 해 3000~4000명의 많은 인원이 배출되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다. 심지어 임상영양사는 △영양사 면허가 있는 사람이 △임상영양사교육과정이 개설돼 있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1년 이상의 영양사 현장 경력이 있을 때 국가고시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이 시험에 합격을 해야 보건복지부 임상영양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요건을 법으로 못박아 놓은 데는 영양사가 그만큼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책임져야 할 것도 많기 때문이다. 영양사에게는 국민영양개선과 건강증진의 책임이 부여되며, 영양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전문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도 함께 주어진다(국민영양관리법 제4조).

건강과 영양.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률 1위인 암을 비롯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많은 질병들이 영양상태 및 식생활, 식습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타고난 유전적인 소인은 바꿀 수 없지만, 영양상태에 따라 그 견고한 유전자의 발현조차도 달라질 수 있으며, 질병도 피할 수 있다. 매일 새로운 영양물질이 발견되지만, 그만큼 또 많은 식품 내 유해 성분들도 이슈가 되고 있다.

선진국에 진입해 K-푸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시점에도 영양 결핍과 과잉이 공존하며, 먹방이 공중파와 지상파, 인터넷을 점령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여전히 한켠에서는 결식 아동의 문제가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 시기, 개별 맞춤영양 관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앱들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아니 소용돌이 속, 식생활이라고 하는 매일의 일상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하루라도 우리의 식탁과 내 몸의 영양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영양의 날'이다.

영양의 날은 2007년 한국영양학회, 대한영양사협회,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한국식품영양과학회의 주도로 처음 지정됐고, 매년 10월 14일에 대국민 영양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바야흐로 백세시대, 세 살의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했던 것이 이제는 백년을 간다고 해야 할 판이다. 일부 장수 노인의 사례가 아닌 평균 수명 이야기이며,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 비만 유병률이 37%를 넘기고 있다.

'영양'은 일부 취약계층이 아닌 우리 국민 모두의 현재 진행형 문제로, 범국가적 차원에서 1년에 하루쯤은 다뤄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양의 날'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며, 관계부처에서는 영양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우리 국민 모두가 올바른 식생활과 영양관리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일본의 경우 매년 6월을 '식육(食育)월간'으로, 매월 19일을 '식육(食育)의 날'로 정해 현대사회 바람직한 식생활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매월까지는 아니더라도 1년에 하루, 영양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제정함으로써 전 국민들이 영양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식생활 개선의 의지를 고취시키는 뜻깊은 날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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