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 일본의 접골시술소와 침구사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전통의학을 현대의료에 접목해 활용하려는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계속돼왔다. 지역마다 WHO 전통의학담당관을 두는 경우가 많고, 서태평양지역에서도 전통의학담당관이 오래전부터 일하고 있다.

특히 WHO는 노인 의료를 보다 현실적으로 넓히기 위해 전통의학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왔다. 나도 젊어서부터 전통의학의 활용방안에 관심이 많았고, WHO 초청으로 국제회의에 참석해 관련 지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미 작고한 영국의 조셉 니담(Joseph Needham)도 회의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니담은 20세기 최고의 석학으로서 화학을 공부하고 중국어에 조예를 쌓아 주중 영국대사관의 민정관(民政官)으로 십여년 동안 일했다. 이후 캠브리지 대학에 조셉 니담 연구소를 만들었고 20권에 달하는 웅대한 '중국문명과 과학'이라는 저술도 남겼다. 

나는 한의사는 아니지만 전통의학의 역사를 훑어보기 위해 여러 곳을 둘러봤다. 중국 한의학과 몽고 몽의학, 티베트 장의학을 실제 현장에서 체험하고 파악했던 일도 있다. 중국 외에도 월남 초론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의사들도 만났다. 일본에서는 황한의학이라고 불리는 전통의학의 실상을 돌아봤다. 물론 전통의약관계 약을 현대화하기 위해 엑기스로 만들고 있는 제약회사도 가보고 접골사나 침구사 양성기관에도 가봤다. 

일본에는 우리나라 같은 한의사제도는 없다. 그러나 일본사람이 좋아하는 유도나 가라테 수련 중 많이 발생하는 환자들을 위해 접골사가 오래전부터 일해 왔다. 엑기스로 된 한약재를 의사들이 많이 활용하는 것을 봤고 여러 가지 통증에 쓰이는 침구사도 전국적으로 일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중국같이 귀를 중심으로 침을 놓아 질병을 치료하려는 경우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많은 혜택을 환자들에게 주고 있었다. 

중국을 빼고는 우리나라와 같이 한의사를 독립시켜 일하도록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접골술은 물리치료사들이 부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전통적인 접골사는 거의 없어졌다. 침구사제도도 사라졌다. 하지만 미국과 같이 현대의학이 지배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전통의학의 활용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좀 더 다양화하고 환자들의 의료에 대한 접근 문호도 넓혀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환자의 요구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접골시술소도 생겨나고 침구사도 한의사와 따로 직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우리나라는 너무 제도적으로 단순화돼 있다. 미국은 물리치료사가 독립적으로 일하고 있고, 일본에도 아직 접골시술소와 침구사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내 사견이다.
 


보건신문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