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 조규상 선생님을 기린다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에서 무급조교를 했다. 당시 서울대 의과대학은 두 가지 분야의 연구활동이 많았다. 그 하나가 심상황 교수와 제자들에 의한 생리위생 연구다. 
심 교수는 경성의학전문학교를 나와 교토(京都)대학 도다 교수 밑에서 군화(軍靴)연구로 학위를 받으셨다. 도다 교수 권고로 만주에서 생리위생관계 연구를 하셨고, 현지에서 발진티푸스에 감염되자 서울로 돌아와 해방을 맞았다. 경성의학전문학교에서 위생학 교수로 계시며 많은 연구 업적을 남겼다. 

내가 조교로 있을 때 그가 연구에 썼던 항온실이 있어서 우리나라 재래식 온돌 효능을 연구하고 개선하는 데 힘쓰기도 했다. 그 밑에서 생리위생관계 연구에 힘쓰셨던 분이 조규상 박사다. 

내가 학생 때는 조규상 선생님이 특별히 시간을 내 출강한 강의도 직접 들었다. 공군 제대 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건설에 매진했으며, 당시 매우 생소했던 산업의학과 산업보건을 만들기 위해 힘쓰셨다. 초창기 명동성당 부속 건물에서 시작했던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계시다 돌아가신 차철환 선배님과 함께 도와드린 기억도 난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이 자리를 잡자 의무부원장 겸 학장으로 계시면서 산업의학을 만드는 데 애쓰셨다. 의무원장으로 계실 때 가톨릭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 나를 불러 보건학에 대한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현역 신부이신 의료원장과 인연이 돼 평화방송에서 몇 해 동안 라디오 방송을 한 적이 있다. 

조규상 선생님은 요샛말로 공사 구분이 철저하고 사심이 없는 분이셨다. 선생님 밑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온 정규철 박사가 있었다. 정 박사는 후일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되셨고 산업보건공단 이사장으로 일하시기도 했다. 그도 공사가 분명하고 가는 곳마다 많은 업적을 남겼다. 
조규상 선생님이 현역으로 계시는 동안 필자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 출강한 적이 많았다. 제자를 배려하는 마음가짐도 컸다. 가톨릭대학에 산업의학센타를 만들고 전문병원을 만든 것도 선생님의 노고였다. 

후일 WHO가 개최하는 모임에 여러 번 자리를 같이 했다. 마닐라는 물론 일본에도 모시고 갔다. 현역으로 계실 때 예방의학 학술대회가 있으면 온종일 앞 좌석을 차지하고 학술대회가 성공하도록 애쓰신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예방의학과 산업의학이 발붙이도록 개척하신 선구자다. 훌륭하신 인격자요 스승이었으며, 우리나라 보건학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기신 분이다.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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