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 전염병과 역학전문가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코로나 인플루엔자도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공기매개 전염병 팬데믹이 머지않아 다시 엄습하리라 보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일본 감염병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런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우리나라도 질병관리청이 생겨 중장기적 연구와 대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참 다행한 일이다. 최근 질병관리청장을 위시해서 자문위원회 멤버들도 TV에서 볼 수 있다. 대부분 전염병을 치료하거나 미생물학을 전공한 의사들이다. 

그러나 전염병 발생과 전파 경로를 알아내고 장래를 예측하는 데는 전염병 치료 의사나 미생물학자 외에도 역학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미국과 스페인 전쟁에서 쿠바주둔 미군에 황열병이 유행했을 때, 당시 육군의무감이었던 월터 리드가 현지 조사단으로 참여해 황열병이 모기를 매개로 한 전염병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지금은 그의 업적을 기념하는 월터리드 육군병원도 운영되고 있다. 

또한 영국에서는 초기에 공급됐던 더러운 수돗물 때문에 콜레라가 유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대책(펌프손잡이 없애기)을 강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것이 바로 존 스노(John Snow)의 역학조사다.

나는 전염병치료 의사나 미생물학자의 참여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전염병 예방에는 반드시 역학전문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선진국 보건대학원에서는 의사이건 아니건 역학이 필수다. 우리나라 보건학 석사과정에서도 역학은 중요한 과목이다. 

이미 작고했지만 미네소타대학교의 제이로드 앤더슨 교수가 바로 역학전문가였다. 전염병관리를 위한 역학을 가르쳤으나 그의 연구실에는 통계적 기법을 이용한 역학실습과 연구가 있었다. 그는 서울대학교 재건계획과 의과대학 교수 재교육 프로그램에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6.25 전쟁 중 미국 임시계급인 육군 준장으로 한국에도 다녀갔다. 

그는 의과대학을 나와 프랑스에서 공부했으며 스스로 전염병관리와 역학의 원리, 실습방법을 밝혀낸 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분들이 미네소타에서 그분의 지도를 받았고 필자의 지도교수도 그분이었다.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코로나 인플루엔자에 대해 그에게 대책을 물었다면 무엇이라 대답했을까? 대답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염병 관리에는 역학전문가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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