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지하철 역명에 기관이나 단체명을 병기하는 사업이 공공재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상 역명병기는 지하철 역명에 특정 기업 또는 기관명을 함께 표기하는 것이다. 공사의 재정 문제를 해소하고 기업과 기관의 홍보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역명병기는 적지않은 비용과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입찰 경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로인해 그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성이 있는 곳이 아닌 입찰금액만 많이 써내는 기관이 역명병기 사업을 따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결국 낙찰 과열이 일어날만큼 고가의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6월 21일까지 진행된 총 28곳의 지하철 역명병기 유상판매 모집 결과, 7호선 보라매역(1억7622만원)과 5호선 발산역(3억1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6곳이 모두 유찰된 것만 봐도 서울교통공사가 과도한 경쟁을 부추겼다.
하지만 많은 기관들은 마케팅이나 홍보 효과 등 브랜드 제고 효과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병원계 역시 역명병기를 하게 되면 환자들에게 병원을 적극 홍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입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역명 병기 입찰 조건을 살펴보면 서울 시내는 1km, 시외는 2km 이내 기업·기관·병원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낙찰 기관은 향후 3년 동안 기관명을 부역명으로 표기, 재입찰 없이 한 차례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6월 역명병기 대상 기관 선정 기준을 변경·확대했다. 서울교통공사의 병기역명 대상기관 선정기준에 따르면 과거 의료기관 부문에서 ▲의료법 제3조(의료기관) 제2항 제 3호에 정한 병원급 의료기관 중 제 3조의3(종합병원), 제3조의4(상급종합병원), 제3조의5(전문병원)에 해당하는 기관 ▲동법 제3조의2(병원등)에 의거 150병상 이상 병원에서 2022년 6월 이후 ▲의료법 제3조 제 2항에서 정하고 있는 의료기관 으로 기준이 완화됐다.
즉, 역명병기 선정이 해당 의료기관의 지역 발전 기여도, 공공성, 편의성, 접근성 등이 아닌 단순히 입찰금액에 의해서만 결정되도록 더욱 부추겼다는 것.
예를 들어 이대서울병원은 발산역 주변에서 가장 큰 대학병원임에도 불구하고 근소한 금액 차이로 개원가에 밀려 입찰에 실패했다. 특히 발산역 유상병기 사업에 참여했던 이대서울병원은 발산역 8번 출구가 연결되어 있는 기관으로 유동인구가 하루에 1만명에 달하는 다중이용시설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 7호선 논현역의 경우 한 대형 안과병원이 기초가격의 300%가 넘는 9억원으로 낙찰됐으나 병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이외에도 종각역 괄호는 SC제일은행, 홍대입구는 에듀윌(예정), 신용산역은 아모레퍼시픽 등이 역이름과 함께 쓰고 있다.
최근 서울교통공사가 '역명병기 유상판매' 공고를 진행한 결과, 발산역에서 한 개원가 의원이 입찰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병원계 관계자는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이나 공공성이 높은 곳보다는 단순히 많은 돈을 지불하는 곳이 지하철 역명을 점유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실제 발산역 역명병기 입찰에서도 의과대학 등 교육기관에 약 1000병상의 의료기관 대신 약 70병상에 불과한 개원가 의원의 명칭이 들어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경합이 붙을 시, 대형병원의 경우를 우선시 해야 공익이 강조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며 "특히 입찰금액이 차이가 날 경우에는 제대로 심의를 했어야 맞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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