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등 글로벌 시장서 주목한 클라리파이, 국내 진입은 '한계'

CT 방사선 문제해결 혁신 기술 보유 등 초저선량 CT진단 시대 열어… 기술 사용 위한 정부 지원 시급

(왼쪽부터) 클라리파이 박현숙 사장, 김종효 대표이사, 박태철 전무이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첨단 영상진단 기술 개발이 활발해 지고 있는 가운데 AI 기술이 CT 방사선량·조영제 저감 효과까지 발휘하고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AI 기반 의료영상 솔루션 개발 기업 클라리파이(대표 김종효, 박현숙). 클라리파이는 현재 서울대 의대 영상의학과 김종효 교수가 대표이사로 있으며 AI를 이용한 진단 분석 솔루션 개발 전문 기업이다. 

주요제품으로는 △ClariCT.AI(초저선량 CT 영상 노이즈 제거 및 화질 향상 솔루션) △ClariACE(조영제 저감을 위한 조영 증강 솔루션) △ClariPulmo(초저선량 CT 폐질환 정밀분석 솔루션) △ClariQCT(골밀도 골다공증 검출 솔루션) △ClariSIGMAM(유방밀도 분석 솔루션) △ClariAdipo(대사증후군 위험도 분석 솔루션) 등이 있다.

ClariCT.AI, 초저 방사선량 SW

이 중 ClariCT.AI, ClariPulmo, ClariSIGMAM,는 FDA와 CE의 인증 취득했다. 가장 대표적인 플래그십 제품은 ClariCT.AI이다. 기존 방사선량의 최대 10분의 1까지 줄이면서도 AI를 통한 3차원 영상 구현과 영상 보정 등을 통해 선명한 영상을 얻어낼 수 있는 판독 솔루션으로 현재 FDA 인증 저선량 CT중 가장 방사선양이 적다.

클라리파이 박현숙 사장은 "반복적인 방사선 조사는 암의 원인이 된다"며 "폐암 고위험군은 매년 저선량 CT촬영이 권고되는데, 암을 검진하기 위해 암 위험에 노출되는 딜레마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의료기기에서의 방사선 위험을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ClariCT.AI로 CT촬영 선량을 70% 저감하면,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암 발생 환자를 연간 3000명 이상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경제성으로 환산하면 수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자의 불안을 덜어내고 의료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 CT 방사선에 대한 우려로 참여가 저조한 국가 폐암 검진사업도 활성화돼 조기 치료로 폐암 생존율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CT 촬영은 전체 의료방사선 검사의 3.2%에 불과하지만 피폭선량은 38.7%를 차지한다. 국내 CT 촬영에 의한 집단선량은 48,600man·Sv인데, 통용되는 계산방식에 따르면 연간 5000명에 가까운 암환자를 유발하는 양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 국립암센터(NCI)는 CT 방사선 피폭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연간 1만3832개의 암예방 효과와 함께 30억4천만달러(3조8천억원)의 진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료보험청(CMS)은 의료방사선 발암을 줄이기 위해, 의료방사선을 절감하는 3100개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확정했다.

이 같은 흐름은 FTA인증 CT 디노이징 솔루션 중 가장 낮은 저선량을 가진 클라리파이에게 호재다. 세계최대 CT제조사인 독인 Siemens Healthineers,, 세계적인 AI 마켓 플레이스 기업인 미국 MS Nuance와 영국 Blackford, 독일 Bayer 등과의 잇따른 계약이 전망을 보여준다.

조영제 의존도 역시 마찬가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조영제 의약품 부작용은 연간 2만1090건에 이른다. 전체 의약품 부작용 사례 중 3위에 해당한다. 2018년 보고된 의약품 부작용 사례가 26만2983만건인데, 이 가운데 8.2%를 차지한다. 

조영제는 CT(컴퓨터단층촬영) 등의 영상 진단 등에 널리 쓰이지만, 두드러기나 호흡 곤란, 쇼크 같은 부작용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대체제가 없어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고품질 영상진단 이미지 생성하지만, 국내 진입 한계 

김종효 대표는 "CT 검사에서 방사선량과 조영제를 낮추는 것은 환자 안전을 위해서 중요하다"며 "CT 검사 시 조영제 투여량이 많을수록 환자의 신장 기능 부작용도 커진다는 것이 알려졌고, 관련 국제적 가이드라인도 계속 업데이트 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조영제 투여량 저감에 도움이 되는 기술은 지속해서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철 전무이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술은 의료방사선 발암 위험을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는 것이냐"라며 "ClariCT.AI 기술은 조영 증폭 AI 솔루션에 의해 영상을 2배 이상 선명하게 만들어주면서 검진자가 안심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자사의 차별화다"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어 적용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국내에서는 AI를 활용한 의료기술들이 앞다퉈 개발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기술 도입과 실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 

박 전무이사는 "국내 시장 매출을 늘리기 위한 돌파구를 해결해 내는 것이 국내 AI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다"며 "정부에서 지원사업 등을 통해 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지금까지 국내 AI가 더딘 이유는 정부가 이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환자들 요구는 높아지고 있는데 파이는 공단에서 제한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중요하지만 정부에서는 단일화된 건강보험체계 때문에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의료기기는 의사들의 진단을 도와주는 제품군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 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며 "이제는 소비자들이 두려움과 불안 등을 줄일 수 있도록 비급여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보수적인 보험 수가 정책은 새로운 의료기술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되며, AI 의료기기에 대한 보험코드가 없어 급여 적용은 고사하고 비급여 진료비 청구도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ClariCT.AI를 임상에 사용하는 국내 의료기관은 약 30곳이지만, 환자의 안전을 위한 초저선량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다. 낡은 CT기기의 화질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즉 제 목적에 맞게 쓰이고 못하고 있다. 특히 의료방사선의 위험성에 대한 낮은 인식과 함께 AI 의료 기기에 대한 유연하지 못한 규제도 포함된다. 

박현숙 사장은 "ClariCTAI는 국내 최초로 한국 MFDS, 미국 FDA, 유럽 CE, 호주 TGA 등 4개의 주요 관문을 모두 통과한 AI 의료기기"라며 "ClariCT.AI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헬스케어 혁신을 이끌기 위해 회사가 탄생시킨 주력 소프트웨어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CT와 호환되며 초저선량 CT 촬영 잡음을 제거해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는 게 장점으로, 반복 CT 추적 검사가 요구되는 환자 관리에서 ClariCT.AI와 함께 AI 진단 솔루션들을 접목해 사용한다면 방사선량의 피폭에 대한 위험부담 없이 정밀한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그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환자들의 아우성이 큰 만큼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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