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수가 기대하는 의협 수가협상단, 공단 설득 전략은?

진료비 증가율, 법과 제도 반영해도 22%… 협상중단까지 염두에 두고 임할 예정

(왼쪽부터) 강창원 내과의사회 보험부회장, 김봉천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의협 부회장), 조정호 의협 이사, 백재욱 의협 보험자문위원
 

내년 한 해 의료계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의원유형 수가협상을 맡아온 대한개원의협의회가 협상 권한을 반납하며 협상에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건의하는 등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진료비까지 증가로 이어져 험난한 수가협상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의협 수가협상단은 개원가 수입과 직결되는 만큼 협상중단까지 염두에 두고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 김봉천 수가협상단장은 지난 18일 첫 수가협상을 마친 후 의협 출입기자단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각오를 밝혔다. 이날 자리에는 조정호 부단장, 강창원·백재욱 위원이 참여했다.

김봉천 단장은 "대개협에서 수가협상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고 요청했고, 의협도 지난 4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수가협상의 거부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등 의료계 안팎으로 수가협상 참여 여부에 대한 많은 갈등과 논란이 있다"며 "일련의 상황은 의협이 현재 수가협상 구조에 참여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했다는 것과, 함께 수가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의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원회원들의 경우 수가인상이 수입과 직결되는 부분이며 수가인상의 복리 효과가 회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부에서는 최종적으로 수가협상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며 "단장으로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수가가 의사 회원 권익과 실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고심 끝에 수가협상단장의 중책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건보재정 흑자분, 보험료 수입 아닌, 코로나가 원인"

우선 의협 수가협상단은 코로나 진료와 보장성강화로 진료비 상승 착시현상이 일어났다고 공단과 재정위를 설득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총진료비 증가율은 전년 대비 9.5% 수준이다. 의협에 따르면 지난해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은 행위료 기준 23.5%. 여기서 법과 제도를 제외한 순진료비 증가율은 22.6%다. 법과 제도를 적용해도 진료비 증가율에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다. 

병원의 순진료비 증가율은 9%, 약국은 11%대로 알려졌다. 한방과 치과 유형의 진료비 증가율은 이보다 더 작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지난해 진료비 상승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추가소요재정이 나오기 전 순위결정에서 가장 큰 진료비 증가율을 나타낸 의원급이 불리해지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진료비 증가율은 해마다 10~11%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증가율은 9%대다"라며 "코로나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노인 인구가 증가했음에도 이전과는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굉장한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조 보험이사는 "이는 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비급여였던 진료비가 통계에 잡히면서 급증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는데 오히려 수가 인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대응으로 발생한 진료비, 비급여의 급여화 영향까지 반영하면 실제로 의원급에서 진료비가 증가한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재욱 의협 보험자문위원은 "코로나19 진료비는 특수상황에서 발생한 비용이고,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국고로 지원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건보재정을 사용한 측면이 있다"며 "감염위험에도 불구하고 예방접종, 간이검사, 재택치료 등을 통해 코로나 상황 종료에 기여한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과 달리 장례식장이나 부수적 수입이 없는 의원의 경우에는 급여진료비가 주된 수입원으로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료왜곡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가보전 위해서는 5% 인상도 부족"

여기에 더해 의협 대의원회도 수가협상단에 부담을 더했다. 지난달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5% 이상은 인상해야 한다는 미션을 정해준 것. 

이에 대해 강창원 내과의사회 보험부회장은 "지난 정기총회에서 올해 수가협상에서 최소 5% 이상의 결과물을 이끌어 달라는 주문이 있었고, 현재 우리나라 보험재정 상황과 그간의 정황을 볼 때 5%라는 인상율이 실현 불가능한 인상률이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보험부회장은 또 "대의원들이 의료현실에 대한 인식을 배제한 채로 터무니없이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상적인 의료가 제공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제시한 거라 보고,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정부도 원가 이하 저수가임을 인정했을 뿐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 연구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작년과 올해 물가인상율이 5% 수준이고, 보건의료노조에서는 올해 10.73%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원가보전을 위해서는 5% 인상으로도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들은 오히려 현행 건강보험 수가협상의 틀과 현행 수가결정구조의 문제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 물가인상율 수준의 수가 인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수가협상 추가소요재정 인상 폭은 1조원 초반대에서 결정됐다. 이에 의협 수가협상단은 적어도 이번에는 밴드설정이 1조5천억원에서 2조원대는 나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건보 재정은 2년 연속 흑자를 기록 누적 적립금은 23조8701억원인 상황이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매년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투입 재정 설정 규모를 사전에 알 수 없고 어떤 식으로 설정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깜깜이 협상"이라며 "공급자가 가입자에 일방적으로 읍소하는 식의 자리보다는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재정위는 밴드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공급자 단체는 왜 수가를 인상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서로에게 설명하고 이해하는 조율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위는 건강보험 재정과 상관없이 보험료 인상의 부담감을 이유로 2% 내외의 심리적 상한선에서 결정돼왔다"라며 "올해는 적어도 재정 규모를 1조5000억원부터 시작해 2조원까지도 나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봉천 단장은 "1차 협상에서 우리협상단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물가상승률, 고금리 등 의료환경을 둘러싼 많은 어려움 극복과 저수가 지속으로 인한 필수의료 붕괴 회복을 위해 합리적인 수가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건보공단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 구조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수가협상 또한 예년과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협상단은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경감하고 의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협상 과정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