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회 "원칙 훼손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절대 반대"

규정 모호함 지적… 소아환자, 65세 이상 거동불편 고령자 등 논란 많아

"무분별한 예외 규정으로 인해 원칙이 훼손된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기본방향이 지난 17일 공개된 가운데, 내과의사들이 사실상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하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보건복지부는 17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대해 당정 협의에 보고한 기본 추진방안을 공개했다.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로, 만성질환자에 대한 재진 진료 위주가 주를 이뤘으나 일부 질환이나 환자의 의원급 초진 진료 등에서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것. 

기본방향에는 △감염병예방법 상 감염병(1~4급) 확진 환자가 치료기간 중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필요한 경우를 초진 허용대상으로 명시했다.

또한 △의료기관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 △65세 이상 노인(장기요양등급자 등), 장애인(등록 장애인 전체) 등 거동이 불편하거나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는 경우 △휴일(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한 공휴일)·야간(평일 18시, 토요일은 13시~익일 09시)에 소아 환자 등을 초진허용 대상으로 검토중에 있다. 

이에 대해 대한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는 "정부가 내놓은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살펴보면 초진환자,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참여할 수 있게 한 전면적 시행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건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위험천만한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현존하는 보건의료체계를 송두리째 뒤엎을 수 있는 중요한 정책 결정을 의약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도 하지 않고 합의한 것처럼 호도하며 국정과제 중 하나를 해치워버리려는 자세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3년간 3700만건 실시했다는 양적 통계만을 가지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했다는 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않은 것이다. 법적, 제도적 정비가 이뤄진 사업도 시행하다 보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데 전문가들과의 합의, 사회적 공감대는 이뤄지지 않은 온갖 편법의 결과물"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비대면 진료 3대 원칙이라고 하면서 정작 각종 예외조항을 두어 비대면진료를 전면 확대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비대면 진료의 3대 원칙이라고 하면서 재진 환자가 본인이 선택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가고자 하는 약국에서 조제를 받게해 안전하고 편리하며 선택권까지 보장받는다고 했지만, 세부조항으로 들어가 보면 각종 예외조항을 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상 환자는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하면서 참여 의료기관과 약국에 대해서는 별도의 신청을 받거나 지정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시범사업을 하면서도 필수적인 사후검증 및 평가를 등한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함께 대상 질환에 있어서도 시범사업을 한다면 만성질환 중에서도 비교적 중증화율이 낮은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 상태의 환자부터 시작하면 되는데 심장질환, 만성신부전증 등 병세가 급격하게 변하고 대면 진료로도 정확한 평가가 힘들 수 있는 만성질환을 모두 가능케 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30일 이내 만성질환 이외의 병명으로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있고 의사가 비대면 진료를 하겠다고 하면 가능케 하여 제한적 시범사업이라고 범위를 설정했다는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내과의사회는 "의료기관이 현저히 부족한 섬, 벽지에 있는 환자를 참여대상에 포함시켰는데 도서벽지에 대한 개념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지역은 비대면 진료를 가능케 하여 애매모호한 규정을 통해 참여지역도 언제든지 넓힐 수 있는 여지를 뒀다"며 "거동이 불편하거나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 등록 장애인 전체를 참여 가능 범위로 규정한 것은 그냥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모두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면 되는 것인가 모르겠다"고 기본방향 규정의 모호함을 문제삼았다.

이 외에도 감염병 확진 환자의 경우 인플루엔자와 같이 격리도 하지 않는 법정감염병까지 비대면 진료를 가능하게 했고 1회 이상 대면 진료 경험자를 참여대상으로 해놓았지만 확진을 받은 의료기관이 아닌 타 의료기관에서 초진으로 비대면 진료까지 할 수 있게 한 이해할 수 없는 규정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논란이 큰 점은 소아환자라고 언급했다. 내과의사회는 "휴일이나 야간에 소아 환자의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비대면 진료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중증, 응급 환자에 버금가게 정확한 문진과 진찰이 필요한 소아 환자의 진료를 오진의 위험이 큰 비대면으로 가능하게 한 걸 보면서 진정 우리나라의 정부가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진심으로 중요시하게 여기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에 재진이라고 해도 비대면진료가 허용된 것은 잘못이라고도 밝혔다. 내과의사회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1165개나 되는 희귀질환 환자,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의 작동상태 점검과 검사 결과 설명 등 수술·치료 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대상을 비대면 진료의 대상으로 포함시켰다"며 "시범사업의 대원칙 중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의 진료라는 말이 무색하고 오히려 대면 진료를 통한 정확한 평가와 세심한 관리 및 상담이 필요한 대상군이라고 판단되는데 결국 비대면 진료를 병원급 의료기관으로까지 확대하려는 장치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대면진료 필수요건 중 정확한 신분확인이 필수인데, 명확한 규정은 없이 의료기관에서 대상 환자의 신분과 진료 허용대상 여부의 확인 및 진료기록 기재 의무만 명시해 놓은 허술함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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