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료 붕괴' 언제까지 방치할건가

[기자수첩]

소아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아니 이젠 위기가 아닌 붕괴가 시작돼 버렸다. 필수 의료분야 중에서도 가장 어린 생명을 다루는 소아청소년과. 그 소아청소년과가 대학병원마다 전공의를 구하지 못해 곤욕을 치루고 있으며, 수련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2023년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지원자 수는 33명, 전국 67개 수련병원의 전체 모집 정원은 207명이었다. 모집 정원을 채운 수련병원이 전국에 단 두 곳에 불과한 상황. 

의료계는 지원율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결국 소청과 의사 수련체계의 붕괴와 병원 진료 인프라 마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즉, 입원실이나 응급실, 중환자실의 소아청소년 환자를 일선에서 담당할 의사들의 한 축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해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입원 병동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비단 한 병원에서의 일이 아니었다. 이미 전국 대학병원들 역시 소아환자를 받아도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어 진료에 한계를 겪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어린 생명들을 다루는 소아청소년과가 점점 의료계에서 기피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초저출산으로 환자 수가 크게 줄어 문을 닫는 병·의원이 늘면서 소아청소년과 기피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5년간 폐업 신고한 소청과 의원이 660여 곳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 더해 최근 소아청소년과 개원 의사들이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며 '전문의 폐과'까지 선언했다. 지난 10년간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수입이 28%나 줄어들어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엄마들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아이가 아픈데 갈 곳이 없다"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엄마들도 날로 늘어난다. 새벽에 아이가 아파 여러 병원을 돌아다녀도 소아 응급 진료가 쉽지 않다는 얘기도 부지기수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면 아이가 아프면 안되는 상황을 바라야 하는지 걱정만 앞선다. 

현재 정부는 두 차례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소아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이다. 

소아가 존재하는 한 소아청소년과는 그들의 건강을 위해 무조건 존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아진료를 보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목소리를 적극 들어줘야 한다. 적극적인 지원과 수가현실화를 통해 지금의 이 위기를 막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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