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GMP기준 글로벌 표준과 일원화 필요

협회 "수출기업 이중고… 정부인증 민간 자율로 전환해야"

中 독성시험자료 면제 위해 정부 GMP 인증서 발급 등 지원 지속돼야
 

국내 화장품 품질관리 기준(GMP)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달라 수출기업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GMP의 ISO GMP 기준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GMP는 제조업체 권장사항으로 운영되고 있다. 화장품 제조업체들은 식약처 고시 기준(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에 따라 국내 GMP 인증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해외 수출 시에는 국내 GMP 인증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표준화 기구 ISO GMP(ISO 22716) 인증을 요구받고 있어 해외 수출을 위해 ISO GMP 인증을 추가로 받아야만 한다.

이로 인해 내수와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려는 제조업체들은 두 가지 인증을 모두 받아야만 하는 이중 인증, 이중 관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GMP 인증 기준이 화장품 특성에 맞지 않는 의약품 GMP 체계에 따른 것이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설 구비, 공기조화시설 설치 등 하드웨어 중심 평가로 기업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식약처의 GMP 인증을 받은 기업은 148개사로 전체의 3.3%에 불과하다. GMP 적합업소 증감률도 지난 2016년 41.56%, 2019년 9.59%에서 지난해 1.16%로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 제조소의 규모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규격화된 평가라는 점도 국내 GMP 인증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무게를 실어준다. 중소업체가 포진하고 있는 국내 화장품 시장 특성상 업계에서는 인증 획득에 들어가는 설비 비용이나 시간 등 지나친 규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화장품협회는 지난 27일 출입기자 브리핑을 통해 "국내 화장품 수출업체가 식약처 GMP 인증과 ISO 인증을 모두 획득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자금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는 결국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협회는 또 "화장품 제조업체에서 자사 규모나 상황에 맞는 GMP를 도입함으로써 국내 GMP 심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계 애로를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며 "GMP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GMP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 직접 인증을 민간 자율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단속과 규제가 목적이 아닌 실제 생산을 지원하는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이와 같은 평가시스템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인 ISO 인증을 꼽고 있다. 국내용 인증을 민간자율로 전환하는 것과 동시에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등하게 개편함으로써 K-뷰티의 세계 수출 1위 달성과 글로벌 규제조화에 맞춘 품질경영 체계 마련에 한발 더 나아간다는 주장이다.

현재 유럽, 일본, 아세안 등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화장품 GMP 기준으로 국제 표준인 'ISO 22716' 기준을 적용하고 있거나 업계 자율 가이드라인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도 최근 제정된 현대화법에서 2025년 12월 GMP 의무화 시 국제표준과 일치하는 기준을 마련 중이라고 밝혀 ISO 22716 기준 채택이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ICCR(국제화장품규제조화협의체)도 이미 지난 2008년 제2차 회의에서 국제표준화기구(ISO)의 GMP 기준을 가능한 실행하도록 합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ICCR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정부 인증의 민간 자율 전환과 함께 정부에서 GMP 인증서를 발급하는 등의 지원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중국 수출 시 정부가 발행한 GMP 인증서로 독성시험자료 제출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에서는 정부에서 발급한 생산품질관리체계 관련 자질 인증을 받고 제품 안전성 평가 결과로 제품의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경우 해당 제품의 수출 시 독성시험 보고서 제출을 면제해 준다.

또 프랑스에서는 정부 기관인 ANSM(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에서 제3자 인증과 관계없이 GMP인증서를 발급하고 있으며, 영국도 국제무역부(DIT)에서 민간인증을 검토해 GMP 인증서를 발급해 주고 있다.

화장품협회는 "화장품 품질관리 인증의 민간화와 정부 지원 등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련기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규제혁신 민관협의체에서 이미 논의된 사항"이라며 "향후 화장품 업계와 다양한 경로의 의견수렴을 통해 K-뷰티 품질관리 체계의 글로벌 조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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