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의사회 "비대면 진료 플랫폼 위험성 우려"

"대면진료 우선 원칙"… 검체검사 위탁 관련 고시는 철회 요구

(왼쪽부터) 김세헌 정책부회장, 정승진 공보이사, 강준호 의무부회장, 강태경 회장, 김성배 총무부회장, 경문배 총무이사.

복지부와 의협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비대면 진료의 원칙에 대해 합의를 이룬 가운데, 가정의학과의사회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이와함께 정부의 검체검사 위탁 관련 고시를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회장 강태경)는 지난 19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2023 춘계학술대회 및 제49차 연수강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사전등록 350명을 비롯, 총 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지난달 9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합의한 비대면 진료 원칙과 검체검사 위탁 관련 고시에 대한 평가와 강제적 의료전달체계 구축이 필요성 및 가정의학과 발전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비대면 진료 원칙에 대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위험성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복지부와 의협이 합의한 비대면 진료 원칙은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도 없고, 대체해서도 안 된다는 대면진료 우선 원칙과 함께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위한 보조수단이라는 것과 비대면 진료는 재진 환자 중심으로 초진 진료는 대면진료만 가능하게 해 오진의 위험성을 줄이도록 한 점 등은 높이 평가한다는 게 의사회의 입장이다.

이는 비대면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를 한 점은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지만, 비대면 진료의 도구라고 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없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강태경 회장은 "사업초기 다수의 사업자가 경쟁을 펼쳐 고객 경쟁을 할 때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이겠으나, 어느 순간 사업자가 지배적 사업자가 된 이후에는 의료 공급자나 의료 수익자 모두 지배적 사업자에 의해 좌지우지돼 적절한 대체 및 통제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디지털을 이용한 하나의 치료제의 하나로 의사가 이를 적용해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해를 종합적으로 판단, 환자에 처방하는 체계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개 플랫폼 역시 디지털 서비스 업체에 의해 생산되더라도, 환자에 적용되기 위해선 의사가 여러 플랫폼의 효과성 및 위해성을 주체적으로 판단해 처방해야 한다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김세헌 정책부회장은 "가정의학과의사회에서는 비대면진료를 반대하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다만 비대면진료에 대해서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일부 비대면진료가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인 특수한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상적인 진료에서 비대면 진료가 이용되고자 한다면 의사회 원칙은 광점위한 비대면진료는 반대한다. 만약 의협 전체 회원들이 플랫폼에 대해서, 진료 방법에 대해서 동의가 이뤄진다면, 이런 차원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라며 "의약분업부터 정부는 '선 시행 후 보완'을 원칙으로 시행해왔는데, 의료계는 '선 보완 후 시행'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지금 비대면진료의 원칙을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해놓고 있지만, 이 원칙이 끝까지 지켜질 것인지, 과거 의약분업 사태처럼 일단 시행한 다음에 변형되어서 2, 3차 의료기관에서도 비대면진료를 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모든 제도들이 시행된 이후에 바뀔 것이기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 1차 의료기관만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재진을 위주로 하는 건 논의를 한 번 해보자는 거지, 비대면진료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향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검체검사 위탁관련 고시에 대해 정부의 정책방향이 검사나 수술 위주 일차의료기관에서 진료 위주 일차의료기관으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현 체계 하에서 바람직한 일차의료기관의 어떤 역할을 상정하고 유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며 "약이나 검사 없이 구두 설명 같은 정보 제공만 됐을 때 의료 소비자가 과연 그 가치를 인정하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저수가 및 행위별 수가 체제로 현재 진료수가가 실제 양질의 진료를 상정하기 보단 병원 등록비와 같은 개념"이라며 "이러한 구조에서 진료수가만으로 일차의료기관이 설립되고 운영되려면 적어도 하루 100명 이상의 내원 환자가 보장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진료의 일부분화되어 검사수가로 부족한 진료수가를 보완하는 구조로, 결국 진료 위주 일차의료기관의 롤모델을 상정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진료 수가 인상을 전제해야 한다"며 "의료비 증감의 목적이 아니라 의료 이용의 합리적 설계를 위해 진료 위주 일차의료기관으로 재편하는 것은 고려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진료비의 대폭 상향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우리나라에 강제적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강 회장은 "소위 빅5병원으로 더 몰리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사실상 방임형 의료전달체계로 인해 의료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발전이 저해돼 왔을 뿐 아니라 지방 대학병원조차 장기간 환자 및 의료자원 유출로 잠재 경쟁력조차 훼손되고 있다"며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발전을 위해서는 병증의 경중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환자에게 전적으로 의료 사용이 결정되는 현 체계보단 강제적인 의료전달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사정없이 지역을 넘어서는 의료전달이 어렵도록 해 지방의료 특히 필수 의료의 자체적 발전을 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그러지 못해 지역 소멸 및 필수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며 "선택적 주치의제의 활성화가 의료전달체계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배 총무부회장은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방임형으로, 환자가 무조건 선택할 수 있다. 방임형을 지난 20여년간 해보니까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심지어 수도권에 가깝게 신축되고 있는 병원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병원들이 속도를 더해서 지방에 있는 의료자원들을 끌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들이 너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가정의학과는 1차 의료에 소임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자는 제안이다. 당연히 정부, 의료계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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