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엽의 해외여행 감염병 이야기(10)

해외여행 시 주의해야 할 감염병 3편 <치쿤구니야열(Chikungunya fever)>

지난 시간 <뎅기열>에 이어 이번 시간에도 해외여행 중 주의해야 할 감염병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치쿤구니야열이란?>
치쿤구니야열은 토가바이러스과(Togaviridae)의 알파바이러스속(Alphavirus)인 치쿤구니야 바이러스(Chikungunya virus)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병으로 우리나라 법정감염병 분류체계상 제3급 감염병이다.

'치쿤구니야(Chikungunya)'는 탄자니아 마콘데 부족의 말로 '고통스러워 몸을 구부리다'라는 뜻을 가지며 치쿤구니야열 환자가 증상을 나타내면 발열과 동반한 극심한 관절 통증 때문에 몸을 앞으로 구부리게 되는데 이 모습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국제여행의학회 여행의학 인증의)

# 치쿤구니야열의 전파
치쿤구니야열은 대부분 치쿤구니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와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가 인체를 흡혈하는 과정에서 전파된다.

증상이 나타나기 직전부터 증상이 나타난 후 2~6일까지 바이러스혈증이 유발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은 감염된 사람의 혈액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임신 중 태아로의 수직감염이 드물지만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감염된 산모가 분만할 때 신생아로 전파될 위험이 높다. 하지만 모유에서는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는다. 

# 치쿤구니야열의 역학
치쿤구니야열은 1952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첫 유행이 있었고 당시 환자의 혈청에서 치쿤구니야 바이러스를 처음 분리했다.

이후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10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치쿤구니야열이 보고되고 있다. 해외여행자의 경우 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할 때 많이 감염되며 열대지역에서는 건기보다는 우기에 감염 위험이 높다.

주로 시골 지역에서 밤에 학질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말라리아와는 달리 치쿤구니야열은 이집트 숲모기가 활동하는 지역의 도시와 주택가에서 낮에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2010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었고 2013년부터 주로 아시아 지역 여행 후 해외에서 감염되어 유입된 환자들이 보고되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치쿤구니야열 환자가 발생한 적이 없지만 치쿤구니야열을 매개하는 흰줄숲모기가 국내에도 있기 때문에 향후 국내 발생 가능성도 있다.

# 치쿤구니야열의 증상 및 경과
감염자의 3~28%는 증상이 없으나 소아에서는 대부분 증상이 나타난다. 치쿤구니야열 증상은 모기에 물린 후 3~7일(1~12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갑작스럽게 시작하며 39°C 이상의 발열 및 극심한 관절통이 특징이다.

관절통은 여러 관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주로 양측성으로 손, 발 등의 작은 크기와 중간 크기의 관절에서 나타난다. 그 외 근육통, 두통, 발진(주로 팔,다리 목주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 증상만으로는 같은 모기가 매개하는 뎅기열과 감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행력과 증상을 잘 살펴야 한다.

병의 경과상 치쿤구니야열은 뎅기열처럼 중증으로 진행하여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특히 고령 환자에서 관절 증상이 수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치쿤구니야열의 진단
치쿤구니야열이 풍토병으로 발생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등을 여행하고 돌아온 지 2주 이내에 발열과 함께 심한 관절통이 나타나면 치쿤구니야열을 반드시 감별진단에 넣고 진찰하고 검사해야 한다.

치쿤구니야열의 진단은 환자 검체(혈청, 뇌척수액 등)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하거나 유전자를 검출하여 시행한다.

# 치쿤구니야열의 치료
치쿤구니야열은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가 아직 개발되지 못한 상태로 증상에 따른 대증치료를 한다. 

# 치쿤구니야열의 예방
아직 전세계적으로 승인된 치쿤구니야 백신은 없다. 다만 프랑스 발네바(Valneva)사의 1회 접종용 치쿤구니야열 백신 후보물질 'VLA1553'이 긍정적인 결과의 임상 3상을 마치고 미국 FDA 허가 신청 중으로 향후 상용화된 백신 접종이 가능할 수도 있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치쿤구니야열 예방을 위해 모기에 물리는 것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치쿤구니야열은 뎅기열과 매개하는 모기 종류가 같기 때문에 예방법도 뎅기열과 동일하다. 대도시나 유명관광지 방문 후에도 많이 발생하며 특히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가 모기에 물릴 위험이 가장 높으므로 가급적이면 해당 시간에는 피부 노출이 적은 의복을 착용하고 모기기피제와 모기장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국제여행의학회 여행의학 인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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