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 온천과 약욕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우리나라에서도 온천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다. 조선조를 빛낸 세종대왕도 피부가 좋지 않고 종기가 잦아서 온천을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특히 온양에는 세종이 온천을 하기 위해 자주 다녀갔다는 얘기가 남아있다. 
내가 젊었을 때는 온천욕의 최적지로 온양을 꼽았다. 온양 기차역은 온천욕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일본은 온천만이 아니라 목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인들은 일상적으로 대중목욕탕인 센토(錢湯)에 간다. 외국에서 오랜만에 일본에 돌아온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도 센토에 가는 것이라고 할 정도다. 

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온천욕을 좋아한다. 마스야마(松山)에 있는 도고온천(道後溫泉)은 역대 천황이 온천을 즐겼다고 해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또 내가 자주 갔던 중국과 몽골 그리고 중앙아시아에서도 온천으로 이름난 곳이 많다. 전설적인 얘기지만 상처를 입고 몸이 불편했던 야생동물들이 온천욕을 하고 완전히 나았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온천이 전혀 없는 고장도 있다. 그런 곳에서는 특별히 약재를 넣고 약욕실을 만들어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의 치료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몽골에서는 지리적인 제약 때문에 온천욕을 할 수 없는 경우 전통의학전문병원에 붙어 있는 약욕실에서 만성병을 고칠 겸 수양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유럽에도 자연적으로 나오는 온천물을 이용해 피부병이나 만성병을 고치려는 사람들이 많다. 헝가리나 체코는 물론이고 스페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스파를 이용하고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 병도 달라지는 것 같다. 불결한 환경에서 생기기 쉬운 병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외과 교과서에서도 꼭 취급하고 있는 병이 종기다. 이런 병이 흔할 때는 몸을 깨끗이 하고 목욕하거나 온천욕을 하는 것이 퍽 이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불결해서 생기는 병은 거의 없어졌다. 소화불량이나 다른 만성병도 점차 줄어드는 것 같다. 

대만의 베이토(北投)는 일본사람들이 대만을 식민지로 점령한 후 개발한 곳으로 우리나라의 온양온천과 같은 곳이다. 과거에 즐겼던 온천욕을 하기 위해 오랜만에 베이토에 들른 일이 있다. 하지만 그 곳은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유흥가로 바뀌어 있었다. 

일본은 생활수준이 올라갔지만 기후 때문에 그런지 아직도 계절을 가리지 않고 온천을 즐긴다. 나쁜 습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온천욕과 목욕 그리고 청결문화는 계속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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