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시아 전통의학에 관심이 많았다. 현직에 있을 때 WHO 지원으로 중국과 몽고, 티베트, 베트남 등을 방문해 그 지역 풍토에서 발전해온 특색 있는 전통의학을 살펴볼 기회도 있었다.
우리나라 한의학에서도 많이 이용하고 있는 추나요법(推拿療法)은 몽고와 티베트 등에서 발전돼 왔다. 말을 많이 타는 지역 특성상 낙마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추나요법이 유용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통의학은 그 지역마다 특색 있는 고유의학으로 존재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이용되고 있는 침구술은 중국 장강(長江) 이북에서 많이 발전했고 장강 이남에서는 약초 재배가 흔해 본초학이 발전했다.
또한 나라마다 특색 있는 보양식품이나 전통의약이 많다. 티베트에서는 귀한 손님에게 동충하초(冬蟲夏草)를 권한다. 벌레 먹은 동충이 죽으면 그것을 영양 삼아 하초가 생겨나 보양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난 동충하초를 구하는 한국인을 만난 적도 있다.
또 중국에서는 뱀독과 같이 근래 새롭게 발견해서 쓰이고 있는 약들도 볼 수가 있었다. 중국여행 중 감기에 걸린 일이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감기나 인플루엔자를 치료하는데 아스피린 같은 진통제가 추천되지만 중국에서는 뱀독이 쓰이기도 한다.
뱀독은 본초강목(本草綱目)이나 의방유취(醫方類聚)에 나오지 않으며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없다. 그러나 가벼운 감기에는 이 뱀독이 잘 듣는다. 나도 중국에서 뱀독을 복용한 적이 있다.
확실히 아시아 전통의학은 과거의 요법과 전통을 존중하지만 새로운 전통의약이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뱀독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중국에서 새로운 전통약품으로 널리 퍼지고 있는 이 뱀독은 우리나라에서는 보편화 되지 않았다.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전통의학도 체계화·과학화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동의보감과 황제내경에 나오는 약들만 높이 받들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통약품도 널리 보급되기를 바란다.
중국과 국교를 맺은 미국 닉슨 대통령을 따라 중국에 간 수행원이 급성충수염에 걸렸다. 과학적인 마취술을 써야겠지만 중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전통 침구술로 마취를 해 별탈 없이 개복수술을 한 일이 있다. 이 사건은 중국의 침구술을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도 고유 침구술이 보존돼 왔으나 요새는 체질침같은 것이 제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말이 없다. 섭섭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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